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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정치적 타협 묘미 발휘한 박원순…"안정적 대선후보"

등록 2019.09.19 14: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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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와 시민사회, 지역여론에 박원순 일시 중단

내년 총선 등 감안한 정치적 결단, 긍정적 측면 많아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광화문 광장 재조성사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2019.09.19.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광화문 광장 재조성사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2019.09.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서울시와 정치권 안팎의 조언을 받아들인 사실상 '정치적 결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계속 추진하되 각종 절차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중앙부처와 시민사회단체, 지역주민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원점 재검토 선언이다.

박 시장의 이번 결단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놓고 종로구 내 보수성향 주민들이 반대의견을 내놨고 이를 근거로 종로구 관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명해왔다. 청와대와 민주당 수뇌부가 내년도 총선 준비에 화력을 집중하는 상황에서 이 사업이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거듭 제기됐었다.

김부겸 전 장관에 이어 진영 장관까지 정부서울청사를 책임지는 민주당 소속 두 행안부 수장도 잇따라 이 사업에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박 시장은 그간 전·현직 두 행안부 장관과 연이어 각을 세우면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점점 더 거세지는 청와대와 여당의 압박에 결국 마음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 시장이 내년 총선을 위해 자신의 의지를 굽힌 것은 청와대와 민주당에는 부채의식을 안겨주는 측면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 친(親) 박원순계 인사 공천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박 시장으로서는 이번 결단이 측근들의 공천을 유도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번 과정에서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문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박 시장의 회동은 그 자체로 민주당 내 친문세력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박 시장이 시민과 소통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회복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행안부와 일부 시민사회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의견 수렴이 부족했다고 주장하면서 '소통하는 정치인'이란 박 시장 이미지가 훼손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박 시장이 원점 재검토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시민에게 고개 숙일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인식을 다시 각인시킬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지난해 8월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보류 선언에 이어 2번째로 정부·여당이 백기를 드는 굴욕을 겪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이 역시 박 시장 입장에서는 얻는 점이 있다.

그간 정치인 박원순의 최대 약점은 정무감각 부재였지만 이번 원점 재검토 선언을 통해 박 시장은 정치권으로부터 '타협이 가능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그동안 박 시장은 선명한 철학을 바탕으로 기존 정치권과 타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면서 민주당 내에서도 '아웃사이더'를 면치 못했지만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치인으로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결단이 박 시장의 '안정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대선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갈등과 대립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시민 여론에 긍정적이지 못하다. 중앙정부와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결단이었다"며 "정책이 혼선을 빚을 때 박 시장이 더 이상 대결구도를 가져가지 않은 것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평했다.

배 소장은 또 "(조국 장관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청와대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박 시장까지 대결 구도를 만들면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혹을 붙이는 것이다. 그 부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 시장이 사업을 강행했다면 문 대통령이 힘드니 박원순이 마이웨이한다고 평가됐겠지만 원점 재검토 선언으로 희생을 했다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이어 "조국, 이재명, 김경수 등 여권 차기 유력 주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안정성 면에서는 박원순이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박 시장이 이처럼 위험을 해소하는 행보를 취하는 것은 안정적인 대선후보감이라는 반사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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