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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Weekend]김선호 3단 "반상 위에서는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

등록 2019.11.24 14: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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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 바둑 장면 감수

"돌 놓는 자세와 폼이 중요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공세 속에서도 선전 중이다. 개봉 16일째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바둑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그린 작품이다.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은 '귀수'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권상우와 김희원·김성균·허성태·우도환 등이 출연했다.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김선호(35) 3단은 영화에 등장하는 바둑 장면 감수를 맡았다. 모든 대국의 판을 짜고 검증했다. 김 3단은 배우들이 기보를 이해하고 바둑을 두면서 디테일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도록 자문했다.

김 3단은 "처음에는 바둑의 기본을 배우들에게 가르쳤다"며 "돌을 놓는 자세를 먼저 지도했다. 각 캐릭터마다 바둑 실력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돌을 놓는 느낌도 달라야 했다. 배우들이 손의 어색함 없이 돌을 놓는 것을 위주로 연습했다. 중요한 것은 돌 놓는 자세와 폼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email protected]

주연 권상우에 대해서는 "순간 집중력이 너무 좋았다"고 치켜세웠다. "다른 배우들도 다 잘했지만 권상우가 수를 외우는 것을 가장 잘 했던 것 같다. 몇 개월동안 다이어트하느라 예민해져 있었을텐데, 대역 없이 모든 신을 소화했다.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영화 '辛 소림사 주방장 2'(2012) '하야몽'(2016) 등을 연출한 리건 감독의 신작이다. '신의 한 수'(2014)부터 호흡을 맞춘 김 3단은 영화적 재미를 더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리건 감독을 만난 지 4년 정도 됐다"며 "수많은 만남을 가졌고, 바둑 이야기를 함께 고민하고 의논했다. 서로 대화를 나눈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 현장에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돌아봤다.

"'신의 한 수' 때에는 바둑을 표현하는 작업을 주로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영화적 허용을 많이 했다. 바둑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고려했다. 영화의 흐름과 인물의 감정이 중요했다. 시나리오가 수정될 때마다 바둑 장면도 고쳤다. 연출에 대한 부분은 관여하지 않았지만 연출부의 한 명으로 일한 것 같다. 하하."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email protected]

각본을 맡은 유성협 작가와도 많이 의논했다. "유 작가가 바둑을 제법 잘 둔다. (작품 속)바둑 관련 부분은 내가 아예 안 건드렸다. 작가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기보를 열심히 만들었다."

전작 '신의 한 수'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내기바둑의 재미를 선사한다. 맹기 바둑, 초속기 바둑, 일색바둑, 사석 바둑, 다면기 바둑 등 더욱 다채로워진 대국 스타일이 펼쳐진다.

다면기 바둑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귀수'(권상우)는 100명의 바둑기사들과 번갈아 대결을 펼치며 도장깨기식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 '황사범'(정인겸)과 마지막 승부를 펼치며 영화도 끝을 향해 달린다.

김 3단은 "귀수와 황사범이 대국을 앞두고 있었을 때 촬영 조명만 켜진 상황이었다"며 "100개의 바둑판을 보고 있는데 너무 예쁘더라. 혼자 물끄러미 보고있는데, 영화에서 바둑이 이렇게 많이 표현되는 날도 있구나 싶었다. 마음이 뭉클해지면서 만감이 교차했다"고 털어놓았다.

"어마어마한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한 장면을 위해서 여태까지 바둑을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엔딩크레디트에 내 이름이 나오는데 그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했다. 영화 식구들이 고마운 것은 당연하고 바둑 동료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기보를 만드는 데 조언해준 사람이 많다. 한국기원과 동료들이 없었으면 이번 작업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바둑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됐으면 좋겠다. 불러만 주면 언제든 참여할 마음이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email protected]

바둑은 인생에 곧잘 비유된다. 한 수 한 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 김 3단 역시 바둑을 통해 선택의 중요성을 깨우쳤다.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김 3단은 여섯 살 때 바둑을 시작했다. 바둑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그의 스승이었다. 2001년 지역연구생 입단대회를 통과해 프로가 됐다.

김 3단은 "내가 어렸을 때 바둑 붐이 일었다"며 "아버지가 바둑을 엄청 좋아했다. 여섯 살 때 돌을 처음 잡았고, 프로기사가 되기 위해 교육받은 것은 여덟 살 때다. 바둑은 항상 밑에서 많이 치고 올라오고,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다"고 전했다.

"문이 정말 좁았다. 입단 대회가 지역 쪽에서는 한 번이고, 한 명 밖에 안 뽑았다. 내가 입단했던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5승하고 2연패 뒤 2승을 해서 입단했다. 당시에 부산에서 대회가 있었는데, 아직도 두 판을 졌던 게 기억나지 않는다. 김정열 사범이 나를 위로해준다고 광주에서 부산까지 올라왔다. 큰 감동을 받았고 감사했다. 입단한 날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가 많이 생각났다. 프로기사가 된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결국 못 보고 돌아가셨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email protected]

정직을 바둑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반상 위에서는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 바둑의 본질을 조금만 깨달으면 인생에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생각하게 된다. 언행을 신중히 하게 되고, 집중력과 인내심도 많이 길러진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바둑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어렵지 않다. 바둑에 대한 고정관념을 혼자만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 바둑계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둑의 재미를 대중에게 보다 잘 전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예전보다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방송과 보급 등 방향은 아직 정할 수 없지만, 바둑계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선호 3단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1.22.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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