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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산업포장 수훈 한화케미칼 연구원 "8년 공들인 친환경가소제, 기존 시장 대체할 것"

등록 2019.11.27 07:18:00수정 2019.11.27 09: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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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친환경 가소제 90% 이상 대체

환경규제로 친환경 제품 절반가량 차지…시장 점유율 20% 목표

5만t 증설, 내년 3분기 상업생산… EU·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 박차

[서울=뉴시스]정기택 연구원이 지난달 30일 열린 '소재부품 기술개발 유공 포상'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사진=한화케미칼 제공)

[서울=뉴시스]정기택 연구원이 지난달 30일 열린 '소재부품 기술개발 유공 포상'에서 '산업포장'을 수상했다. (사진=한화케미칼 제공)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화학제품의 유해성분 논란이 잇따르며 국내 업체들도 환경호르몬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화케미칼도 예외는 아니다. 이 회사는 8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국내 최초로 프탈레이트 성분이 없는 프리미엄 친환경 가소제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이다. 플라스틱 가공에 필수적인 물질이지만 프탈레이트 성분의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벽지와 바닥재, 완구류 등 사람들이 자주 접촉하는 소재나 유아용품에는 사용이 제한됐다. 대안으로 DOTP(디옥틸테레프탈레이트) 제품이 사용되고 있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한화케미칼이 내놓은 에코 데치(ECO-DEHCH)는 수소첨가 기술을 적용해 프탈레이트 성분 없이도 품질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2009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 2017년 4월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약 8년4개월이 걸렸다

친환경 가소제 개발 주역인 정기택 한화케미칼 연구원은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친환경 가소제를 90% 이상 대체했다"며 "2022년까지 글로벌 친환경 가소제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하는 ‘2019 소재부품 기술개발 유공 포상’에서 산업포장을 받았다. 환경호르몬 배출이 없는 친환경 가소제를 개발해 상업화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서울=뉴시스]2017년 한화케미칼 비전상을 수상한 정기택 연구원. (출처 한화케미칼 공식블로그)

[서울=뉴시스]2017년 한화케미칼 비전상을 수상한 정기택 연구원. (출처 한화케미칼 공식블로그)


2005년 입사해 PVC(폴리염화비닐)와 CA(염소·가성소다)의 공정연구를 주로 담당했다. 이후 자체 개발하는 다양한 연구 아이템의 공정 설계 업무를 맡았다. 2013년부터는 친환경 가소제 연구를 시작해 2017년에 상업 생산한 공장을 설계·건설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상업성 확보가 관건이었다. 핵심 기술인 수소 첨가 공정에서 낮은 수율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졌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원가 경쟁력이 없으면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 나를 비롯한 연구원들이 무수한 밤을 새우며 원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며 "스케일 업(scale-up)과정에서 제품의 순도와 관계없이 품질 불량이 발생했는데 이 부분도 해결하기까지 너무 큰 노력이 필요했다"고 돌아봤다.

전세계 가소제 시장은 약 8조원 규모다. 작년 기준 국내 가소제 시장은 약 24만t 정도이며, 이 중 친환경 가소제로 분류되는 시장이 약 50% 수준이다.

기존 제품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시장 전망은 밝다. 환경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프탈레이트 성분이 국제적으로 유해물질로 지정되며 사용이 제한됨에 따라 친환경 가소제가 매년 6%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고 공급과잉의 우려가 없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수소첨가 기술을 적용한 제품은 바스프(BASF)와 에보닉(EVONIK) 두 개 기업만이 생산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경쟁사의) 다른 수소첨가 친환경 가소제인 DINCH와 물성을 비교해 보면, 점도와 내후성 등은 유사하지만 최종 완성품으로 생산 시 생산 속도(수율)와 이행성 등에서는 큰 성능의 차이를 보인다"며 "PVC 벽지는 시간이 지나며 내 가소제가 제품 밖으로 나와 변색 또는 변형이 되는데 이러한 현상이 거의 없다"고 자신했다.

이어 "적은 양으로도 가공이 가능하며, 흡수가 빨라 가공이 쉽다. 자외선 안정성이 우수해 외부에 설치되는 제품에도 사용이 적합하고, 내한성을 개선해 낮은 온도에서 얼지 않는다"며 "벽지뿐 아니라 식품 포장용 랩, 유아용 매트, 바닥재, 자동차 내장재 등 우리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용도에서 기존 프탈레이트계열 가소제를 대체하기 위해 국내 가공 업체들과 연구 개발 중이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친환경 가소제 에코 데치. (사진=한화케미칼 제공)

[서울=뉴시스] 친환경 가소제 에코 데치. (사진=한화케미칼 제공)


한화케미칼은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에 물질 등록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식약청, 국제공인 분석기관 SGS(Societe Generale de Surveillance)에서 각종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는 등 국내외 10여 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정 연구원은 "EU, 캐나다, 터키, 중국은 물질 등록 완료해 판매가 가능하고 미국, 일본 등은 등록 진행 중"이라며 "친환경 가소제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타지역까지 수요 확산세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진출이 가시화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재 생산 중인 연간 1만5000t은 국내에 판매 중이다. 울산에 연산 5만t 규모의 증설을 진행 중으로 내년 3분기 이후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정 연구원은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기술적 장벽으로 진입이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기존 가소제를 빠르게 대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용도 개발, 원가 절감은 계속 연구해야 할 숙제다. 유해 성분에 대한 엄격한 사용 기준 강화와 인식 개선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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