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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네 소피 무터 "베토벤 소나타는 하나하나가 강렬"

등록 2019.11.26 14: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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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사이틀..램버트 오키스와 연주

【서울=뉴시스】 안네 소피 무터. (사진 = Bartek Barczyk 제공) 2019.11.2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안네 소피 무터. (사진 = Bartek Barczyk 제공) 2019.11.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베토벤의 소나타는 하나하나가 강렬합니다. 그리고 20년 전과는 모든 것이 달라졌죠. 태양도 매일 뜨지만 일어나서 볼 때마다 매번 다르잖아요. 템포와 프레이징,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연주하는 것)···. 그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소나타라도 천변만화하는 베토벤 소나타에 대한 예찬을 청량하게 늘어놓는 주인공은 독일의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인 안네 소피 무터(56).

오는 29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한 세계 투어의 하나다. 무터는 2019/20 시즌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베토벤을 주제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무터는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를 통한 e-메일 인터뷰에서 "베토벤은 인문학적인 목표(humanistic goals)와 뜻을 가지고 작곡한 아마도 첫 번째이자 유일한 작곡가일 것"이라고 여겼다.

"나폴레옹의 팬이었지만 혁명 이후 독재자로 군림한 뒤 실망해 그 제목을 갖다 버리고 '영웅'으로 변경했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평등의 가치를 중시했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음악의 중심에는 항상 음악적 메시지가 있습니다. 시대에 상관 없이 그 점은 우리에게 중요하고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이 곧 제게 의미가 있는 것이죠."

무터는 1976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13세의 나이로 데뷔했다. 4번의 그래미상, 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에서 훈장을 받았다. 로스트로포비치, 콜린 데비이스, 카랴얀 등 거장 음악가들과 함께 수많은 공연도 열었다.

그런 무터에게 베토벤은 모차르트만큼이나 중요한 음악가다. 그녀는 베토벤이 '바이올린에게 피아노와 동등한 목소리를 준 최초의 음악가'이자 '바이올린을 위한 작품에 대한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그녀의 레퍼토리에 베토벤이 자주 포함되는 이유다.

[인터뷰]안네 소피 무터 "베토벤 소나타는 하나하나가 강렬"

베토벤은 무터가 거장 지휘자 카라얀과 레코딩 작업 중 모차르트 다음으로 선택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특히 1998년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부터 10번까지를 녹음하는 방대한 프로젝트였다. 특히 당시 여성 연주자로서는 드문 사례였다. 무터는 이 앨범으로 에코클래식상과 그래미상을 받았다. 고전 레퍼토리로 받은 첫 그래미상이기도 했다.

무터는 지금까지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70여개가 넘는 앨범을 발매했다. 작년 도이치그라모폰 120주년 기념 투어에서 간판 연주자로 갈라 투어에 참여하기도 했다. 라이브 레코딩 앨범으로 발매된, 지휘자 세이지 오자와와 협연한 갈라 공연에서도 베토벤(바이올린 로망스)을 연주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대조되는 분위기로 함께 자주 연주되는 4번과 5번 '봄', 그리고 가장 많이 연주되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인 9번 '크로이처'를 들려준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중 걸작만을 모았다.

무터는 이 세 곡이 바이올린 소나타의 발전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에 따르면 18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바이올린은 피아노와 같은 수준의 솔로 악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베토벤이 바이올린 위상을 높여 줬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4번은 상대적으로 바로크적인 데 비해 5번 '봄'은 그보다 크게 발전해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사이에 관계가 훨씬 밀접해집니다. 2부에서 연주할 9번 '크로이처'는 바이올린 협주곡 같은 느낌을 주죠. 각 소나타의 특징의 대비가 재미있어요. 그 부분을 잘 살려 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무터는 한국과 인간적, 음악적으로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첼리스트 김두민, 비올리스트 이화윤 등 3명은 그녀가 젊은 음악가를 위해 운영하는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의 장학생이다. 무터는 이들과 2013년 한국에서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인터뷰]안네 소피 무터 "베토벤 소나타는 하나하나가 강렬"

이 중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연주자는 최예은이다. 무터의 스트링 콰르텟의 세컨드 바이올리니스트기도 한 최예은은 독일에 살고 있는데 무터의 수양딸이기도 하다. 최예은은 무터를 위해 한국 음식을 종종 해주는데 무터는 "굉장히 맛있다"고 흡족해했다.

"한국에 자주 갔어요. 매번 로컬 식당에 방문하는 것을 좋아해요. 특정 식당은 말할 수 없지만, 이번에도 연주 후 새로운 곳을 찾아가 볼 계획입니다. 하하."
 
한편 이번 무터의 리사이틀에는 그녀의 오랜 음악적 동지 겸 듀오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램버트 오키스가 함께한다. 1988년 첫 리허설 이후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무터는 오키스에 대해 "멋진 연주자입니다. '새'(bird) 사진 촬영에서 거의 전문가죠.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도 해요. 서로 관심 분야가 완전히 다르지만 재미있게 얘기를 나눕니다"라고 귀띔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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