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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STP협동조합, 생존 고민 여전...기업 후원 문화 만들어졌으면"

등록 2019.12.09 15: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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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희 단장 연말 퇴임...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 새 이사장

발레 STP 협동조합

발레 STP 협동조합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서울발레시어터·이원국발레단·서발레단·와이즈발레단 등 5개 민간직업발레단은 2012년부터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정부 또는 기업의 후원이 드문 상황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 돌파구를 모색해왔다.

'발레STP협동조합'이 그 결과물이다. 협동조합이란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농어민이나 중소 상공인 등이 서로 도우며 물자 등의 구매·생산·판매 등을 공동으로 하는 조직이다. 지난 2013년 말 설립신고를 했다. 2015년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옥련 발레단이 가입, 총 6개 단체가 활약하고 있다.

서울 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이 첫 이사장을 맡아 6년 간 발레STP협동조합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 이달 말 임기를 끝낸다.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단장이 바통을 이어 받아 내달 1일부터 새 이사장으로 활약한다.

김 이사장은 9일 광화문에서 열린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 이·취임 간담회에서 "발레의 대중화와 함께 각 단체별로 생존에 대해 고민해왔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발레 시장을 키웠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수원발레축제가 대표적이다. 발레STP협동조합이 주관하는 이 축제는 1만명이 방문하는 수원의 대표적인 공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수원, 안양에도 발레 학원이 늘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발레 전공자들은 예전보다 좀 줄어든 것 같지만 자세 교정, 건강 등을 위해 취미로 발레를 배우는 일반 분들이 많아졌다"면서 "최근 몇 년 새 강남에 발레 학원이 100여개가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취미 발레인들의 축제 '발레 메이트 페스티벌'이 갈수록 호응을 얻는 것도 발레의 대중화가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다만 김 이사장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많다면서 "제가 80㎞로 달렸다면 김길용 새 이사장이 120㎞로 달릴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협동조합이 본격적으로 꾸려진 것은 6년 전이지만, 약 9년 전부터 민간 발레단들은 고민을 나눠왔다.

김 신임 이사장은 "덕분에 발레단들이 외롭지 않게 보람을 가지고 역량을 발전시켜온 것 같다"면서 "혼자면 더 힘들었을 텐데 고민을 나누다 보니 건강한 발레 생태계가 형성됐다"고 긍정했다.
 
하지만 한국의 발레 시장이 워낙 척박학 탓에 민간발레단은 발레에만 전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투 잡을 뛰는 무용수들도 꽤 많다.

민간무용단 중 규모가 큰 유니버설발레단 단원들은 상황이 좀 낫다. 김 신임 이사장이 이끄는 와이즈 발레단의 경우 무용수 40명 중 4대 보험에 가입된 무용수는 13명이다. 4대 보험에 가입이 안 된 무용수 중 월급을 받는 이들은 7명, 나머지 무용수들은 공연 수당을 받고 있다.

다만 꾸준히 발레단이 성장해가고 있다는 점을 김 신임 이사장은 긍정했다. "9년 전에 월급 받는 무용수는 한명이었어요. 매년 두 명, 세 명씩 늘었죠. 앞으로 더 나은 환경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죠."

실제 민간 발레단은 생존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극장을 누비고 있기도 하다. 자신들의 작품을 초청 받기 위해서다. '호두까기 인형'은 연말 인기 있는 레퍼토리라 초청 받기가 수월하지만 다른 작품들을 지역 공연장에 올리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김 신임 이사장의 자동차 머플러가 다 깨져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 발레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국립발레단이다. 민간발레단 역시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인정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다만 국립과 민간이 함께 갈 수 있는 환경 기반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신임 이사장은 "민간 발레단은 자생할 수 있는 발레단만의 특징이 있어요. 관객들의 기호가 다양하잖아요. 각자 색깔을 가지고 있으면 통할 것"이라면서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 등과 함께 (축제 등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외국 같은 경우는 기업 등의 후원 문화가 자리를 잘 잡았어요. 우리도 그런 문화부터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발레STP협동조합은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내년 5월 처음 부산에서 '부산발레축제'를 연다. 같은 해 말 처음으로 발레STP협동조합 내부 관계자들을 시상하는 '발레어워드'도 계획하고 있다. 

임기 만료를 코앞에 둔 김 이사장은 "서울발레시어터 같은 민간 발레단의 케이스가 성공을 해야 다른 발레단에게도 희망이 생길 것"이라면서 "'발레계의 김연아'가 나와야 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김길용 새 이사장과 함께 STP 발레 협동조합이 잘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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