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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알아인]레이브릭스, 이렇게 핫하고 쿨한 '부부 인디밴드'

등록 2019.12.23 11: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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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 받는 대표주자

유희열 너의 이름은2 우승팀

1년 만인 최근 새 싱글

내년 정규 2집 발매

[서울=뉴시스] 레이브릭스. (사진= 레이브릭스 제공) 2019.12.23.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레이브릭스. (사진= 레이브릭스 제공) 2019.12.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혼성 듀오 '레이브릭스'(서광민·유혜진)는 '인디 밴드'의 본 정의에 가장 들어맞는 팀이다. '인디'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독립적인)의 줄임말이다. 나라마다 존재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규모 자본·미디어 등으로부터 독립된 제작 시스템을 가리킨다.

뉴시스의 인디 밴드들을 톺아보는 시리즈 '혼자 알기 아까운 인디 밴드'(혼알아인)의 두 번째 주자인 레이브릭스는 '자수성가형' 인디 밴드의 모범 사례다.

2015년 첫 EP '테이크 어 레스트(Take a Rest)'를 발매한 이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밴드로 통한다. 영국을 비롯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유럽 투어를 돌았다. 일본, 중국, 몽골, 태국 등 아시아에서도 활약하며 K팝의 범주를 넓히고 있다.

팀 활동이 본격화된 것은 2014년. 당시 1년에 150회씩 연주했다. 최대 5인 구성까지 취했던 적도 있으나 첫 EP를 내기 전에 지금의 꼴을 갖췄다.

특히 레이블이나 인맥의 힘을 빌리지 않고 독자적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 팝과 록, 어쿠스틱과 일레트로닉 사운드를 종횡무진하는 다양한 장르의 웰메이드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은 인디판이 단지 오버그라운드로 가기 위한 정류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크리스마스를 코 앞에 둔 지난 22일 오전 홍대에서 만난 레이브릭스 서광민(보컬·기타)과 유혜진(드럼·보컬)은 자신들의 음악을 '컬러 팝'으로 정의했다. '다양한 색의 노래를 하는 팀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수식이다.

해외에서는 레이브릭스의 음악을 1960년대 중반 유행한 '사이키델릭 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혹자는 '얼터너티브록의 대통령'으로 통하는 미국 인디록계의 거물 밴드 '플레이밍 립스(The Flaming Lips)'의 흔적도 찾는다.

서광민은 대학 시절 밴드 '스키마' 보컬로 활약했다. 이후 입대, 전역하기 직전 주말에 TV에서 미국의 전설적 얼터너티브 록 밴드 '너바나'의 MTV 언플러그드 공연을 본 뒤 밴드 활동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 너바나와 보컬 커트 코베인은 서광민이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팀과 뮤지션이다.

2009년 홍대 앞에서 밴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해체와 결성이 반복되자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유다. 하지만 서광민은 결국 음악을 할 운명이었다. 친한 영국인 친구가 지역에서 꽤 유명한 DJ였는데 '라이브 파티'에서 그에게 연주를 부탁한 것이다. 이후 현지에서 밴드를 결성하며 음악활동을 이어갔다.
 
유혜진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스키마에 들어간 드러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드럼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드럼을 치기 시작한 그녀는 사실 '악기 천재'다. 고등학교 때 '난타' 동아리에서 타악을 접했을 뿐, 제대로 악기를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독학으로 연주 가능한 악기 목록을 하나둘씩 늘리고 있다.

팀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서광민보다 어쿠스틱 기타는 더 잘 친다는 것이 서광민의 증언이다. 작년에 발매한 정규 1집 '피플 피플 : 위아 올 다이아몬즈(People People: We’re All Diamonds.)'에 실린 '스트레인저'의 기타 연주 소리는 유혜진의 것이다.
  
서광민이 홍대판에 몸을 담은 지 어느새 올해로 10주년. 그는 "신(scene) 자체가 많이 침체됐다"고 돌아봤다. "뮤지션들의 교류가 더 이상 활발하지 않아요. 예전 상수역에 '라일락'이라는 클럽이 있을 때만 해도 같이 만나 이야기도 하고 잼(jam·즉흥 연주)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공간이 없죠. 뮤지션들도 많이 지치는 구조가 된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 레이브릭스. (사진= Jinnypark 제공) 2019.12.23.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레이브릭스. (사진= Jinnypark 제공) 2019.12.23. [email protected]

 
레이브릭스를 통해 인디 신에 본격적으로 몸 담은 유혜진도 홍대 앞 인디 신에 대해 "점점 북적이지 않는 느낌이 든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반대로 레이브릭스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 홍대 앞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노력한 덕이다. 일년 중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낼 때가 있을 정도로 자신들의 길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선택에는 레이브릭스가 어쩔 수 없이 처한 불리한 상황이 작용했다. 실용음악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레이블에 소속돼 있거나 유력 음악 관계자를 잘 아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밴드로는 규모가 작은 2인 구성에 MTR(멀티 트랙 레코더)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레이브릭스를 '이단아'처럼 여기며 선을 긋는 이들도 일부 등장했다.

해외 음악 관계자들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며 자신들의 존재를 알려가기 시작한 이유다. 국내 인디 음악 해외 소개 플랫폼 '잔다리 페스타'를 통해 2016년 '리버풀 사운드시티'에서 공연 기회를 얻으면서 해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출국할 때 유럽 공연 일정은 서너 개에 불과했다. 이들과 동행한 엔지니어는 서광민에게 "형, 우리 여행가는 거예요?"라고 물어봤을 정도다.

하지만 긍정주의자 서광민은 "무조건 공연만 잘하자"고 독려했다. 이후 현지에서 첫 공연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귀국 하기 전 공연 열여섯 개 가량을 치렀다.

2017년에는 '인디 신의 대부' 이한철과 영국 콘서트 브랜드 '소파사운즈'를 통해 캠브리지에서 같이 공연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3개국 투어 때는 8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K팝의 영향도 일부 있었겠지만,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들은 분명 레이브릭스 팬이었다. 

레이브릭스의 노랫말에 영어 비중이 높은 부분은 교감을 이끌어냈다. 정규 1집 '피플 피플 : 위아 올 다이아몬즈'의 가사에서 영어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해외에서 점점 주목 받고 있지만, 다른 팀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지원 가능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레이브릭스는 짚었다. 현재 정부에서 인디 뮤지션들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주로 단발성에 그친다.

"해외에 한번 나가서 연주하는 것은 '추억쌓기'에 불과할 수 있어요.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는 공연을 계속해서 현지 음악 관계자와 팬들을 여러 번 만나는 것이 필요하죠. 인도네시아 밴드 '라이트 크라프트'를 해외 페스티벌서 자주 만나 친해졌는데, 국가에서 지원을 계속 해준다고 하더라고요."

레이브릭스는 1년 만인 최근 새 싱글 '문 파트2(Moon Part.2)'를 공개했다. 6개월가량의 슬럼프 터널을 벗어나게 해준 곡이다. 레이브릭스는 올해 초 꿈 같은 일을 겪었다.

인디 뮤지션들의 '꿈의 방송'으로 통하는 KBS 2TV 음악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코너인 '너의 이름은.2'에 출연했다.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유희열이 픽'한 쟁쟁한 인디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자신들의 표현을 빌려 '그 중 가장 유명하지 않던' 레이브릭스는 1등을 차지하며 단숨에 이름을 알렸다.

[서울=뉴시스] '유희열의 스케치북' 레이브릭스. (사진= 레이브릭스 페이스북 캡처) 2019.12.23.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유희열의 스케치북' 레이브릭스. (사진= 레이브릭스 페이스북 캡처) 2019.12.23. [email protected]

그런데 이후인 2월에 슬럼프가 뜻하지 않게 바로 찾아왔다. 일본 공연에서 서광민의 왼쪽 발등 뼈가 부러진 것이다. 끝까지 공연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에 뼈가 부러진 사실을 알았다.

이후 어쩔 수 없이 휴식기가 찾아왔다. 공연, 앨범 발매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이후 침잠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새로운 환경, 미래에 대한 고민들도 찾아왔다.

'문 파트2' 발매 스케줄을 정하고, 작업을 하면서 차근차근 슬럼프에서 빠져나왔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다시 출연해 들은 유희열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됐다. 서광민은 "지금은 완전히 빠져 나왔다"며 특유의 긍정 미소를 짓는다.

'문 파트2'는 프로듀서의 역도 고민하게 해준 곡이다. '나상현씨밴드'의 나상현이 곡의 톤앤매너를 좀 더 밝게 다듬어줬다. 서광민은 "좀 더 다양한 작업에 대해 마음이 열리게 됐다"고 했다.

찰떡궁합의 호흡을 자랑하는 레이브릭스 두 멤버는 부부다. 작년 12월 결혼한 신혼 부부. '한국 록의 대부'인 기타리스트 신중현·'한국 최초 여성 드러머' 명정강 부부로부터 이어져온 대중음악계 콤비 부부.

"저희는 음악을 놀이처럼 여겨요. 평생 함께 즐길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죠. 다만 불편한 점은 가정과 직장이 같아 쉼의 구분이 안 된다는 거죠. 성향이 정반대라 싸울 일은 전혀 없어요. 하하." 밝게 웃는 긍정주의자 서광민 옆에서 사소한 것도 꼼꼼하게 챙기는 유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브릭스는 연말에 공연 일정이 가득하다. 23일 KBS 대구에서 열리는 '콘서트 문화창고' 등을 소화한다. 내년 스케줄도 벌써 채워지고 있다. 1월에는 싱글을 발표할 예정이고, 그해 새 정규 앨범도 내놓을 예정이다. 다른 뮤지션들의 작곡 의뢰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레이브릭스는 '벽돌을 쌓다'(lay bricks)는 뜻의 팀명처럼, 음악적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잘 쌓아가고 있다.

유혜진은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벽돌을 잘 쌓아온 것 같다"면서 "지금처럼 패기 있게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고민은 있다. "저희가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백지여서 자유로운 것도 있지만, 길이 여러 개로 나 있어서 오히려 막막할 때가 있거든요. 음악적으로 좀 더 분명한 길을 가고 싶어 고민하고 있죠."

서광민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잘 하고 있는데 이러다 한계에 부딪히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역시 긍정의 기운이 그를 감싼다. "차근차근 하나씩 클리어하면서 성장해왔어요. '네이버 온스테이지', '유희열의 스케치북' 모두 저희가 출연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인데 모두 이뤘죠. 앞으로도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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