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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전환을 위한 변곡점 진입을 알린 2019년

등록 2019.12.27 13:00:00수정 2019.12.27 16: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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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노력과 협치로 슬기롭게 새해를 맞이해야

[서울=뉴시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김경원 기자 = '황금 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을 맞이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019년의 끝자락이다. 누구나 이맘때 쯤이면 지난날을 돌이키며 한 해를 반추하며 새해를 맞이하기 전 다짐과 각오를 다진다.

올해 2019년 우리나라 산업계와 경제는 유난히도 다차원적인 불확실성과 변화의 풍랑 속을 거쳐 왔다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올해 우리나라 산업계가 유난히 시끄럽고 다사다난(多事多難)하였고 국가 간, 기업 간, 민간 내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해로 회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들은 저성장의 공포가 짓누른 한 해였던 올 한 해의 연장선상으로 새해 경제성장률은 2%를 사수하지 못하고 1%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선 주장들에 대한 판단에 앞서 필자는 올해가 우리나라 경제체제가 전환을 위한 변곡점에 진입하였음을 알린 중요한 한 해였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체제 내 모든 주체들이 2019년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 다가올 새해, 그리고 미래 우리나라의 산업과 경제체제에 대한 걱정과 우려보다는 대안과 대책을 찾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올해 국민들은 특히 VUCA 시대에 직면한 우리나라 산업계가 풀어가야 할 숙제들을 확인하였고 체질 전환을 위한 변곡점에 도래하였음을 체감하였다. VUCA란 Volatility(변동성), Uncertainty(불확실성), Complexity(복잡성), Ambiguity(모호성)의 첫 글자를 조합한 것으로 급변하는 경제 상황과 불확실하고 모호한 혁신 환경을 의미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 경제와 혁신주체들을 둘러싼 환경 변화 속도는 가속화되어 왔고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가하였음을 몇몇의 사례들은 반증하였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 글로벌 경기 둔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은 어느 때보다 높게 느껴졌던 한 해였다. 국제무역 환경 변화에 따른 잡음은 불안 심리로 이어져 국내 주가, 환율 등 금융시장 가격변동 폭이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해 전반적인 투자 위축 현상을 한층 심화시켰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올해 7월부터 강화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조치를 최근 내놓기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예측 불가능한, 안심하기 이른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확인된 대일 수입 및 기술의존도 극복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혁신활동은 진행 중이다.

더욱이 우리는 산업계를 둘러싼 복잡성과 애매모호성의 강화 추세를 확인하였다. 올해 역시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우리 산업계 내 시들지 않은 화두가 되어왔다. 산업 간, 기술 간 영역이 모호해지며(ambiguous), 산업기술의 복잡성(complexity)이 증대하는 지능정보화 사회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한 혁신주체들의 노력이 본격화되는 시기였던 2019년이었다.

지난 4월 우리나라는 5세대(5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하였고 국내 주요 기업들은 신사업 발굴과 육성을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스마트 모빌리티 등에 초점을 맞춰 '4차 산업혁명' 열풍을 이어나갈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더불어 정부는 12월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발표함으로써 혁신주체 및 국민들의 디지털 문해력과 응용력 강화를 위한 세부 전략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또한 플랫폼, 공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사회 전반에 확대됨에 따라, 제도적 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산업)영역의 애매모호성으로 인한 신규 산업과 기존 산업 간의 갈등을 체감하기도 하였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과 노동자 등에 대한 법, 제도적 해석에 있어 이해당사자들 간 극명한 인식 차이를 확인하였다. '혁신' 혹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겉으로 선명해 보이지만, 실체적 개념은 더욱 복잡하고 애매모호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올해 우리는 VUCA 시대라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나라 산업계를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VUCA 시대의 특징은 과거 산업사회를 견인한 리더십과 방법론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는 현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확실성과 복잡성 등이 낮은 환경에 있었다. 당시 후발 추격국가로서 우리나라는 표준화된 선진 기술을 '목표'로 삼아 해외 기술을 빠르게 흡수, 적용하는데 특화된 경제체제를 형성하였다.

예를 들어 교육시스템은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력들을 즉시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졌고 산업구조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리고 금융시스템과 산업 및 혁신정책은 불확실성을 제약하기 위한 정부 주도로 구성되어 왔다.

이와 같은 제도적 요소들의 특징들은 상호 조율 및 조정되어 우리나라 산업화를 견인하는 경제체제를 형성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누구도 이루지 못한 고도성장을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이 밟아간 발자취를 따라가던 시대는 지났다. 추격자를 넘어 선도자로서 글로벌 혁신지형에서의 위상을 정립해나가는 과정 속 우리나라가 마주한 VUCA는 새로운 환경이다.

이는 과거 추격 국가 시기부터 형성된 경제 시스템적 속성과 VUCA 환경 사이의 충돌을 시사한다. 이를테면 지시와 통제를 강조한, 뿌리 깊은 상하관계 위주의 조직문화는 재빠른 환경 변화에 적합하지 않으며 정부 주도의 하향식 거버넌스 체계와 부처 간 칸막이는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형태로 진행되는 산업 혁신, 기술 발전 추세를 포착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에 따라 VUCA 환경 속 우리나라 산업계가 글로벌 혁신지형에서 선도자로서 도약하기 위한 전략과 방법은 현 체계 안에서 찾는 게 아니라 체계를 벗어나(out of box)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새롭게 등장할 기술 형태 및 비즈니스 모델과 기존 체제의 갈등은 운수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기술 발전이 가져올 새로운 상황들은 과거 제정된 법과 제도로 해석 및 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확대될 것이고 새로운 형태의 룰과 규칙 마련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더욱 유연하고 합리적이고 탄력적인 법, 규제 설계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확성을 강조하는, 단일화된 미래 이미지를 그려나가는 장기 예측을 넘을 필요가 있다.

VUCA 시대의 특징을 감안하였을 때 미래의 다양성 발굴 관점으로 장기 예측이 강조된다.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미래를 정의(futures definition)하고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상호 충돌을 인정하며 합의화된 새로운 형태의 미래 상을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에 따라 외부 환경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동인들과 우리 산업 내 기술발전 양상 및 새롭게 출연할 비즈니스 모델이 상호작용하여 경제 내 광범위하게 가져올 기회, 위험성이나 관련 리스크를 면밀히 과학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의 새로운 룰과 규칙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VUCA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우리나라 산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실험'을 강조하는 문화로 변모해 나가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환경 변화에서 완벽한 논리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고 처음부터 완벽한 논리와 원칙을 세운 뒤 이를 차례차례 구현하는 하향식 과정과 방법론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VUCA 미래 환경에서는 유연하고 민첩하게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여기에서 주요 혁신 주체들에 전문성과 자율성을 부여하여, 불완전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실험해보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수정하는 상향식 방법론이 강조된다.

그리고 정부 역시도 법, 규제, 그리고 정책 수립과정에 있어서 '실험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계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둘러싼 법, 규제, 정책 이행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증거를 적극 활용하여 정책추진 방식에 있어서 합리적인 개선과 과학적 실험과정을 수반할 필요가 있다. 정책집행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들은 경제 내 다양한 주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 및 공유함으로써 주체 간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는데 중추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행정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확대, 증거 및 데이터의 왜곡성 해결, 데이터 생성 및 활용 역량 확보, 데이터 보안 강화 등을 통해 데이터 기반 미래지향적 정책의사결정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 기반 정책 의사결정 속 국회 역시도 신산업을 비롯한 전 산업 부문에서 급속한 환경 변화에 따른 법, 제도 공백 및 지체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 이념의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협치의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 변동성, 복잡성 그리고 모호성이 복합화되어 전개될 미래 환경은 개인, 연구기관, 기업 또는 정부 등 어느 한 주체에 맡길 수 없다. 그러므로 새해는 VUCA 환경 속 새로운 마인드 셋 함양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강조되는 시점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한국공학한림원이 발간한 '대전환'이라는 책이 주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전환' 책에서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과정은 도전과제가 반복된 위기 극복의 과정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성공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왔던 것은 '전환의 절박함'과 '전환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모든 주체가 공유하였기 때문임을 강조한다.

패러다임 전환은 매번 이전과 다른 사고방식, 전략, 정책의 틀을 요구하기에, VUCA 시대에 직면한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19년 한 해 동안 우리는 새로운 전환을 위해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성장통을 목격하고 경험하였다.

우리나라 산업은 늘 어려움 속에서도 답을 찾아 왔으며 VUCA 시대 속 새로운 도전과제들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산업 및 경제시스템의 전반적 전환의 필요성과 공감대를 전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공동의 노력과 협치로 슬기롭게 새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기 마련이다.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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