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이예술의 알콜로드]韓 진로이즈백 & 中 강소백

등록 2020.01.17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아재나 마시는 술? '힙함'으로 승부한다

디자인 차별화, 맛은 깔끔함 강조

진로, 뉴트로 트렌드 타고 쾌속질주

'인싸 갬성' 무기로 한 강소백

[서울=뉴시스] 진로(왼쪽)와 강소백.

[서울=뉴시스] 진로(왼쪽)와 강소백.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아재들이나 마시는 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힙한 느낌으로 등장한 술이 있다. 기존 상품들과 패키지를 차별화해 눈길을 끌었고, 순하고 깔끔한 목넘김으로 젊은 층 입맛을 공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마케팅도 주효했다. 한국에선 '진로이즈백, 중국에선 '강소백(江小白, 장샤오바이)' 얘기다.

하이트진로는 뉴트로(New+Retro) 트렌드를 반영해 소주를 다양한 소비자층으로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진로를 출시했다. 헤리티지를 현대적 감성으로 전달하기 위해 '진로이즈백'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소비자들은 진로이즈백을 제품명으로 알고 있을 만큼 인상이 강렬했다. 진로는 연간 판매 목표치를 불과 70여일 만에 돌파했다. 물량이 달려 못 팔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진로의 병 모양은 기성세대에겐 복고로 인식됐지만, 젊은 세대에겐 신선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받아들여졌다. SNS에서 자발적 인증샷을 올리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입소문을 타 순식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젊은 세대를 공략한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20대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좋은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베이'와 협업해 한정판 티셔츠를 내놓는가 하면 팝업스토어 '두꺼비집'을 운영하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소주는 서민의 애환을 대변해 주는 술이란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소주를 '힙한 인싸템'으로 등극시킨 것이 진로의 굵직한 성과 중 하나다.
(사진=뉴시스 DB)

(사진=뉴시스 DB)

중국 대륙에서 비슷한 마케팅 기법으로 돌풍을 일으킨 바이주(白酒)의 신흥강자가 바로 '장샤오바이'다. 십여년 전 언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에 1년간 머무를 때, 중국에 수 많은 명주가 있음에도 2030세대가 맥주만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여러 사람한테 물어도 답은 똑같았다. "누가 요즘 독한 바이주를 마셔? 아재들이나 마시는거지, 젊은 사람들은 보통 맥주 마셔."

그런데 최근 중국 드라마나 웨이보(중국의 대표적 SNS)에서 장샤오바이가 자주 눈에 띄었다. 심플한 용기, 청량한 느낌의 파란색 로고가 한 눈에 봐도 젊은 세대 감성을 겨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장에 삽입된 문구들도 인기 요인이다. 예를 들면 "진정 우리를 성숙하게 하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경력이다", "외로움은 산에 있는 게 아니라, 길에 있다. 방 안에 있는 게 아니라 군중 사이에 있다"처럼 웨이보 '갬성'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두 술의 맛은 어떻게 평가될까? 모두 '깔끔함'을 무기로 한다. 목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는 진로는 깔끔하다 못해 달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소주의 씁쓸한 끝맛에 익숙해 진 기성세대들은 오히려 "술이 너무 달아서 못 쓰겠다"며 반감을 표현할 정도다. 물론 젊은 세대들에겐 긍정 요소로 받아들여져 "원래 소주 안 마시는데 진로만 마신다"는 이들이 늘었다.

[서울=뉴시스] 청향형 바이주인 장샤오바이는 다른 음료와 섞어 칵테일처럼 즐기기 좋다. 실제로 중국을 여행하며 들렀던 음식점들에서는 젊은 소비자들이 장샤오바이에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 청향형 바이주인 장샤오바이는 다른 음료와 섞어 칵테일처럼 즐기기 좋다. 실제로 중국을 여행하며 들렀던 음식점들에서는 젊은 소비자들이 장샤오바이에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장샤오바이는 40도의 낮은 도수(바이주인데 40도 정도면 낮은 편이다)로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비교적 맛과 향이 단조로운 청향형 술이기에 다른 음료와 섞어 칵테일처럼 즐기기 좋다. 실제로 중국을 여행하며 들렀던 음식점들에서는 젊은 소비자들이 장샤오바이에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초보자들도 독한 술이라는 편견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기존 바이주 소비자들은 "술 맛 모르는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한다"는 혹평을 내놓기도 한다.

기존 소비층이 진로와 장샤오바이를 어떻게 평가하든 두 술은 모두 성공했다. 소주나 바이주를 거들떠도 안 보던 세대의 마음을 돌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무섭게 팔아치우는 속도가 이를 증명한다.

※코너 제목의 '이예술'은 지인들이 부르는 이 기자의 별명입니다. 술 따라 떠나는 여행길 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