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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민호 감독 "남산의 부장들, 사건보다 인간 내면 집중"

등록 2020.01.20 13: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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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민호 감독 (사진=쇼박스 제공) 2020.0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우민호 감독 (사진=쇼박스 제공) 2020.01.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10·26 궁정동 사건(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박정희 대통령 살해)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파리 실종 사건이 불과 20일 차이다. 그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향한 충성으로 하기 싫었던 일(김형욱 전 중정부장 살해)을 했는데, 불과 20일 만에 그 '충성'이 어떻게 대통령을 향한 '총성'으로 바뀌었는지가 되게 이상했다. 그게 이 이야기의 메인이다. '(김재규 중정부장은) 20일 만에 어떻게 저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부터 (영화를) 시작했던 것 같다."

영화 '내부자들'로 유명한 우민호 감독이 이번에는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돌아왔다.

 우 감독은 대학생 시절 원작이 된 동명의 소설을 읽고 언젠가는 이 작품을 영화화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러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우 감독은 10·26 사건 자체보다도 당시 관련 인물, 그중에서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내면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치중했다고 말했다. 사건에 대한 감독의 해석보다 인간의 내면을 강조하는데 방점을 찍었다고 했다.

우 감독은 "사건, 역사에 대해서 제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방점을 찍고 싶었던 지점은 인간의 내면과 감정이다. 그들이 꼭꼭 숨겨왔던 감정들을 찍고 싶었다. 마지막에 상반된 진술이 나오는데 (사건에 대한) 해석은 관객이 하는 게 맞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우민호 감독 (사진=쇼박스 제공) 2020.0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우민호 감독 (사진=쇼박스 제공) 2020.01.20 [email protected]


극 중 대사 역시 영화적 재미보다 인물의 내면 심리에 집중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한 유명한 대사들 말고는 만든 전부 제가 만든 대사다. 그 전 영화에서는 들뜬 대사들이 좀 있다. 자극적인 대사들도 있고, 웃기려고 의도한 대사들도 있었다. 다시 말해 의도가 들어간 대사들이 있었다. 이전 작품들에서 폼잡는 대사, '척'하는 대사들을 좀 썼다면, 이번에는 그런 대사들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영화를 보며 관객이 집중해 줬으면 하는 부분도 이 점과 통한다. 우 감독은 "10.26이라는 근현대사의 변곡점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뚜렷한 대의나 논리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개인적 감정의 균열이나 파열음에서 비롯됐다"라며 "그 감정은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 충성 배신 존경 사랑 질투 시기 집착 이런 부류의, 우리 일반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 감독은 가장 좋은 장면으로 극중 전·현직 중정부장의 마지막을 다루는 신을 꼽았다. 두 부장은 모두 마지막 순간에 신발도 없이 맨발로 최후를 맞는다.

"이 인물들(전·현직 중정부장)은 쓰이고 버려지는 2인자들이다. 저는 영화를 통해서 두 인물이 한 인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사에 '너 나처럼 된다'라는 말도 있는 거다. 둘은 군인 출신인데, 군인은 복장을 중시한다. 그런 군인 출신들이 최후 순간에 구두조차 없이 끝나야 하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둘의 마지막 순간 클로즈업이 비슷하다. 얼굴 클로즈업이 비슷한 느낌이다. 되게 치열하게 살다 마지막 순간에 허무하게 죽는 걸 비추고 싶었다."
[서울=뉴시스]우민호 감독 (사진=쇼박스 제공) 2020.01.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우민호 감독 (사진=쇼박스 제공) 2020.01.20 [email protected] 

영화에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느꼈을 고민과 외로움도 담겼다. 우 감독은 "대통령이 느꼈을 외로움도 담고 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은 어찌 보면 그 자리를 끝까지 내놓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내려올 시기를 이미 놓쳐버렸을 수도 있다. 이미 기관차가 너무 폭주해 버렸고 그걸 제어할 수 있는 힘이 그분한테는 없었던 거다. 그게 권력의 속성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영화가 '권력'에 대해 얘기 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배우 이성민이 분한 박 대통령을 비롯해, 곽상천 경호실장, 전·현직 정보부장, 그리고 보안사령관까지 모두 권력 지향적인 인물들이다. 우 감독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권력을 다뤘던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권력' 얘기를 다뤘다면서, '권력'은 자신이 특히 흥미로워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저 권력자들은 우리와 뭐가 다를까'라는 점은 굉장히 흥미롭다. 그런데 파헤치다 보면 크게 우리와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권력욕 같은) 감정들이 그 사람이 어디에 속해있는지에 따라 (겉보기에) 달라지는 것이지 감정의 근원은 비슷하다고 본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그렇지 않나. 둘이 있으면 상관없지만 한 사람만 더 껴도 누구 위주로 관계가 돌아가게 되고, 나 빼고 다른 사람들끼리 더 친해지면 섭섭하고 그렇다. 이런 보편적인 감정이 당시 청와대와 궁정동 안에서 벌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편, 영화는 실존 인물들의 내면을 따라가지만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 이에 대해 우 감독은 "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고 싶었다. 그렇기 위해서 실명을 쓰는 건 부담스러웠다.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지만 인간의 내면과 감정 심리에 집중하는 영화라 실명을 쓰기에는 부담감이 컸다"라고 고백했다.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그때 그사람들'과는 다른 영화라고 강조했다. 우 감독은 "'그때 그사람들'은 희화화하는 블랙 코미디다. '남산의 부장들'은 인물들을 희화화한 영화가 아니라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평론가와 기자들 반응이 좋아 흡족해 하면서도 영화의 흥행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우 감독은 "(흥행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도 모를 것이다. 단지 열심히 찍었고, 배우들도 열심히 했다. 그들의 노고를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개봉,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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