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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전쟁의 진화: 2차대전에서 드론암살까지

등록 2020.01.28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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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재광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유재광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미국은 지난 3일 이란 군부의 실세이자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를 드론 공습으로 암살하여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언론은 무엇보다 무인기(Unmanned Aerial Vehicle: UAV)인 드론이 이란의 지휘부를 노린 '참수 작전'을 맡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강조했고 여론은 이 사실에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물론 이 공격에서 우리가 좀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점은 미국과 이란의 60년 넘은 숙적관계(rivalry)의 연속선상에서 이런 참상은 항상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석유자원의 문제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숙적관계는 1953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란 수상 모사덱(Mohammad Mosaddegh)을 미국과 영국이 공모한 쿠데타-작전명 '아작스'(Operation Ajax)-로 붕괴시키고 자신들이 선호하던 군주 팔레비(Mohammad Reza Pahlavi)를 대리인으로 내세울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팔레비는 사(the Shah)라는 황제(emperor)의 지위를 지니며 이란 내 친(親) 서구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다 1979 호메이니(Ayatollah Khomeini)가 이끈 이슬람 혁명으로 실각 한후 이란은 지구상 유일의 신정국가(theocracy)로 회귀한다.

이때부터 이란과 미국은 다시 숙적관계에 빠져들어 지금까지 극한의 대립을 지속하고 있다. 암살당한 솔레이마니는 이런 이란 혁명의 정신을 최전선에서 방어하는 혁명수비대 쿠드스(the Quds Force)의 사령관이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미국 이란 간의 오랜 앙금과 무력 충돌의 불가피성보다는 미국이 사용한 무인(無人) 공격기 드론을 통한 암살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무력 충돌(armed conflict)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사실 국제정치학자들과 안보전문가들에게 국가 간 무력 갈등은 윤리적 차원에선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지만 언제든 그리고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암'과 같은 존재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국제체제가 무정부성(anarchy)을 그 핵심적 특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세계정부도 없고 따라서 세계 구속력 있는 법도 없으며 세계경찰도 없고 세계군대도 없다. 이런 국제정치의 무정부성은 개별국가들이 자국의 안보이익을 자국의 힘(특히 군사력)을 통해 극대화하도록 사회화(socialization)시켰으며 오히려 이런 추세에서 벋어나는 국가는 국제정치에서 희생자로 전락하고 만다.

문제는 무정부적인 국제체제에서 소수의 국가들이 나머지 국가들의 군사력의 합보다 더 큰 힘을 보유하고 있는 강대국(great powers) 이라는 점과 이들은 중견국 혹은 약소국 보다 자신의 국익을 좀 더 수월하게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제정치사는 이들 강대국 간의 전쟁사 혹은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침략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대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자신의 국익을 팽창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실현할 능력(capability)과 의지(willingness)가 월등하다.

우리는 이미 피비린내 나는 1차 및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과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1차 및 2차 걸프 전쟁에서 이러한 강대국의 무력에 의한 이익추구의 고전적 형태를 '전면전'(all-out war)이라는 형태를 통해 경험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대국들이 자신의 이익을 구현하려는 방법으로 전면전이라는 수단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냉전기 미·소는 역사상 그 어느 국가군보다 날카로운 대립을 지속했으며 현재 미국과 중국은 전형적인 패권 간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전쟁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앙금을 쌓아왔고 이란과 미국 역시 이러한 앙숙 관계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전면전을 적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 인류는 과연 전쟁의 공포에서 완전해방되었는가? 아쉽게도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다. 과거에 비하면 전면 전쟁의 가능성은 상상할 수 없도록 줄어들었다. 핵무기는 이런 전면전의 발생 가능성을 급속하게 낮추었으며 세계화로 진행된 무역과 이로 인한 경제적 상호의존성의 증가는 국가들이 전면전을 아예 국익실현 수단으로 상상할 수도 없게 만들어 놓았다.

아울러 이제 국제사회에는 1차 및 2차 대전 혹은 한국전과 베트남전 같은 수백 수천만이 죽는 '전면전에 대한 반대'라는 규범(norm)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즉 대다수의 국가 그리고 그 리더들이 대량 인명 살상이 동반되는 전쟁에 대한 도덕적 거부감을 학습하고 이를 규범적으로 내재화한 결과이다.

하지만 전쟁을 무력분쟁(armed conflict)의 가장 극단적 형태의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인류는 거대한 전면전의 공포에서는 해방되었을지 몰라도 무력분쟁의 악순환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솔레이마니 암살사건, 최근 터키의 시리아 북서부 지역 침공, 미군의 대(對)테러전쟁, 2014년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전쟁(War in Donbass), 그리고 시리아와 리비아로 대변되는 각종 내전(civil war) 등 인류는 아직 무력분쟁의 악순환에 갇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점은 근래의 무력분쟁의 형태가 과거 전면전에서 작은 전쟁(small war)과 저강도 분쟁(low-intensity conflict)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전쟁이란 국민 총동원령에 기반한 두 국가의 전면적 무력사용이 아닌 한 국가가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부분적인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터키는 시리아 북서부에 시리아 민주군(Syrian Democratic Forces), 자신의 숙적 쿠르드노동자당(Kurdistan Workers Party)과 연계되어있음을 구실로 제한적인 군사작전을 펴고 있으며 2014 돈바스 전쟁에서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돈바스 지역 반군의 친(親) 러시아 및 분리독립 성향을 구실로 제한적 전쟁에 들어갔다.

미국은 국가가 아닌 대(對)테러전쟁의 수단으로 저강도 분쟁전략을 선택하여 전면전이 아닌 제한적 미사일 공격과 특수부대를 투입을 지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드론을 이용한 요인암살까지 감행하고 있다.

많은 수의 안보전문가 및 국제정치 학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전쟁이 전면 전쟁이 아닌 작은 전쟁 혹은 저강도 분쟁일 것이라 예측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제 국가들이 전면 전쟁으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다 실패할 경우 잃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면 전쟁은 현대 국제정치에서 핵 사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자국 혹은 이웃 국가 전체가 파멸에 이른다. 핵을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면전은 전쟁 당사자의 경제를 모두 파괴하게 된다.

따라서 2차대전 후 군사분쟁의 양상은 항상 더 비용 절감적인(cost-efficient) 방법으로 꾸준히 진화해 왔다. 이는 왜 전면전 혹은 핵전쟁 등이 아닌 제한전 그리고 저강도 분쟁이 무력 충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제한전과 저강도 분쟁의 보편화는 미래 무력 충돌에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폭증시킬 것이다. 가장 비용 절감 적인 무력 충돌은 무엇일까? 국가의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자국의 국민이 전장(battlefield)에서 희생되지 않는 방식의 무력 충돌일 것이며 이는 곧 무인(無人) 전투 체계(unmanned warfare system)의 등장을 의미한다.

드론을 통한 적국 중요 요인암살은 시작에 불과하다. 무인 정찰기, 무인 항공기, 무인 소형 폭격기, 무인 소형 잠수함, 무인 전투함 등이 미래 전장에 등장할 것이며 이는 종국적으로 군인의 전투 로봇(robot warrior)으로의 대체라는 목표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쟁의 진화는 유사 이래 인류가 전쟁이라는 수단을 사유할 때 마주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지는 못 할 것이다. 그것은 '과연 폭력의 극단적 형태인 군사력이 국익추구의 수단으로 계속 사용되어야 하는가? 라는 윤리적 질문이다.

최근 미군 조사에 의하면 수많은 미국의 드론 조종사(drone pilot)들 역시 극심한 도덕적 자책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trauma)를 호소하고 있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며 심지어 자살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무인 전쟁이 비용을 절감하여 인간끼리의 살육을 끝낼 것이라고 희망하기보다는 국익의 실현 수단으로서 폭력의 사용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항상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국가 지도자들의 숙명이 되어야 한다.

유재광 국회미래연구원 국제전략담당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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