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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CEO 인터뷰]김철호 극장장 "국립극장 70주년 세계와 연결 새 도약"

등록 2020.02.07 10:32:35수정 2020.02.07 10: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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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연주자 출신 전통공연예술 자부심

4월29일 '국립극장·국립극단 70주년 기념식'

합창단등 5개 국립예술단체 합동축하공연

세계 공연 전문가 내한 70주년 학술행사

공사중 해오름극장 올해 말 완공 예정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철호 국립극장 극장장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2.0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철호 국립극장 극장장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2.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새로운 시대'는 공사소리와 함께 오고 있다. 남산을 병풍처럼 두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밑동은 가림막에 가려져 있고, 그 위로는 모래 먼지가 뽀얗다.

하지만 장엄함은 여전하다. 1973년 신축돼 약 47년이 된 건물이지만 1950년 시작된 국립극장 70년 역사의 질곡을 그대로 껴안고 있기 때문이다. 면도날 같은 드릴, 덤덤하게 그르렁거리는 포클레인의 소리가 장단처럼 들리는 이유다.

"공사 현장을 둘러보면서 국립극장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인적, 물적으로 필요한 요인들을 확인하면서 적극적으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오전 '국립극장 70주년'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가림막 앞에 선 김철호(68) 국립극장 극장장이 남산자락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의 나이는 어느덧 국립극장과 엇비슷한 칠순을 바라보고 있다.

이 공간은 김 극장장에게는 어릴 때부터 익숙하던 곳이다. 국립극장 내 별오름극장이 위치한 자리는 옛 국악고 부지다. 김 극장장은 이곳에 국립극장 건물이 들어서기 전인 1960년대 국악고에서 대금을 연주했다. 이제는 같은 장소에서 시즌 레퍼토리를 총괄하는 동시에 극장 운영의 합주를 하는 직원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메인 극장인 해오름극장이 공사 중인 탓에 국립극장은 지난해부터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롯데콘서트홀 등에 임시 거쳐를 마련했다. 공연장 환경이 좋은 곳들이지만 국립극장의 홈그라운드가 아니다보니 '축소 지향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철호 국립극장 극장장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2.0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철호 국립극장 극장장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2.03. [email protected]


하지만 모든 상황은 '양날의 검'으로 다가온다. 국립극장에게는 기회이기도 했다. '찾아가는 국립극장'을 내세워 극장 브랜드 홍보에 더 주력했다.

"상당 부분 성공했다고 봐요. 외부에서 공연한 우리 공연의 관객 점유율이 기존 우리 극장에서 공연한 작품들의 관객 점유율과 대등하거나 상회하는 것도 있었죠."
 
다만 국립극장과 생일이 같은 국립극단과 함께 4월29일 공동으로 여는 '국립극장·국립극단 70주년 기념식'(연출 김영봉·음악 김성국)은 현재 주차장을 건립 중인 달오름극장 앞 광장에서 펼친다.

이날 5개 국립예술단체의 합동축하공연이 펼쳐진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을 비롯, 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이 참여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와 함께 춤과 소리를 중심으로 국립극장과 한국 공연예술의 70년을 되짚고, 미래 100년을 그려낸다.

국립극장은 2000년 50주년을 기념해 총체연극 '우루왕'을 국립극단,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 당시 산하 단체들이 협업해 선보인 적이 있다.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이 함께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철호 국립극장 극장장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2.0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철호 국립극장 극장장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2.03. [email protected]

국립극장은 환경 자체가 무대다. 탁월한 입지를 자랑한다. 여기저기 널린 나무와 바위 그리고 탁 트인 하늘의 개방성은 여느 공연장이 따라갈 수 없다.

김 극장장은 "70주년을 기념하는 식과 공연을 통해 우리 극장의 역사와 미래의 발전적 모습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자체가 보람이고 희망"이라면서 "해오름극장이 올해말 완공될 경우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와 연결이 되는 국립극장으로서 새롭게 도약할 것"라고 강조했다.

국립국악원 대금연주자를 지낸 공연예술가 출신인 김 극장장은 국립국악원 원장,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 등을 역임했다. 그런 그는 우리의 공연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우리예술은 품격을 갖고 있어요. 일제강점기, 개발우선 시대를 겪은 뒤에도 내면적 세계, 정신과 미학을 잘 담아왔고 또 공유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를 갖춘 예술에는 시간도 담겨 있거든요. 그 시간의 가치가 압축돼 있는 것이 우리 전통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전통의 살아 있는 보고'인 국립극장은 그래서 우리의 공연예술을 담는 그릇이 된다.

[서울=뉴시스] 1973년10월17일 장충동 국립극장 개관. (사진 = 국립극장 제공) 2020.01.1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1973년10월17일 장충동 국립극장 개관. (사진 = 국립극장 제공) 2020.01.15. [email protected]

'국립극장 70년, 국립극장 미래 100년'을 주제로 하는 '국립극장 창설 7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마련한 기념학술행사가 중요한 이유다. 4월28일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풀만에서 아시아 최초로 창설된 한국 국립극장의 의미와 위상을 되짚어보고 세계 공연예술계에서의 미래적 역할을 내다본다.

세계 곳곳의 공연 전문가들아 내한할 예정이다. 미국의 에밀 강 앤드루 멜론 재단 예술 및 문화유산 프로그램 디렉터, 타이완의 류 이루 대만국립극장 극장장, 홍콩의 앨리슨 프리드먼 홍콩 서구룡문화지구 공연예술분과 예술감독 및 임시 총괄디렉터, 싱가포르의 이본 탐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CEO 등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극장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고민은 아시아든 유럽이든 모든 극장들의 공통된 사안이에요. 세계인이 함께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극장의 미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요. 좀 더 세밀하게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당연하고 홍보, 유통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죠. 무엇보다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마케팅이 중요합니다. 세계 공연계에서 우리 국립극장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갖춰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철호 국립극장 극장장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2.0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철호 국립극장 극장장이 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극장 창설 70주년을 맞아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2.03. [email protected]


김 극장장은 지난 2018년 9월 제34대 국립극장 극장장으로 임명됐다. 3년 임기 중 절반가량을 소화한 지금, 본격적인 반환점에 접어들게 된다.

김 극장장은 거창한 것들을 허투루 나열하기보다 '정(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람을 존중하는 따듯한 느낌이 있는, 정감이 가는 국립극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관객들을 성의 있게 모시는 것 자체가 '힐링일 수 있다고 봐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예술로 교감한다는 자체가 예술가들에게도 힐링이죠. 그래서 국립극장의 화두는 사람입니다. 살아가면서 주변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구성원들이 우리 극장에 많습니다"라고 웃으며 자부했다.  

김 극장장은 자신보다 마흔살가량 어린 홍보담당자도 "선생"이라 부른다.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예술가지만 배움의 자세를 끝까지 잃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의 전통 음악은 마이크로 듣는 음악과 감상법이 달라요. 악기를 현대 공연장에 맞게 개량하고, 소리의 음향도 키우고, 작곡법도 개발할 필요가 있죠. 전통음향 공연장 환경은 '자연음향'이 도드라지는 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죠. 연주법, 악기도 개선하고 새로운 창작기법도 연구, 검토를 해야 합니다. 보전하고 전승하는 차원을 넘어서 미래의 예술로서 우리 전통예술을 다뤄야하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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