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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술의 알콜로드]현빈은 없었지만 공짜 안주는 있었다

등록 2020.02.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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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인심 후한 그라나다에서 타파스투어

[서울=뉴시스] 그러나다에선 술 한 잔만 마셔도 타파스(tapas)를 공짜로 내어준다. 본격적인 식사 전에 술과 함께 소량의 음식을 가볍게 곁들이는 것을 타파스라고 한다. 빵 위에 갖가지 토핑을 올린 '핀초스'가 될 수도 있고, 각종 튀김이나 하몽, 구운 고기가 될 수도 있다. 스페인 전역에 타파스 문화가 있지만, 대도시에선 돈을 내고 먹는다.

[서울=뉴시스] 그러나다에선 술 한 잔만 마셔도 타파스(tapas)를 공짜로 내어준다. 본격적인 식사 전에 술과 함께 소량의 음식을 가볍게 곁들이는 것을 타파스라고 한다. 빵 위에 갖가지 토핑을 올린 '핀초스'가 될 수도 있고, 각종 튀김이나 하몽, 구운 고기가 될 수도 있다. 스페인 전역에 타파스 문화가 있지만, 대도시에선 돈을 내고 먹는다.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다리를 쉴 곳이 필요해 선술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잔술을 시켰을 뿐인데 '주인장 맘대로' 안주가 무료로 나온다. 식간 출출하던 차에 적당히 배도 찬다. 잠시 쉬러 들어왔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눌러앉아 버렸다. '알함브라 궁전 봤으니 된거지' 하며.

배우 현빈이 주인공을 맡은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종영한 지 한 달 밖에 안 됐을 때 그라나다를 찾았다. 그래서 초반엔 '여기에 현빈이 있었나', '여기가 그 장면에 나왔던가' 하며 머릿 속 풍경과 실제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을 비교하곤 했지만, 곧 '공짜 안주에 술이나 마시자' 모드로 전환했다.

일주일 남짓한 스페인 여행인데, 소도시 그라나다에 3일이나 할애했다. 알함브라 궁전이라는 굵직한 관광 스폿이 있기는 하지만, 바르셀로나나 세비야 등 대도시에 비하면 비중이 떨어지는 여행지인데도 말이다. 여기에는 그라나다 특유의 후한 인심이 한 몫 했다.

이 지역에서는 술 한 잔만 마셔도 타파스(tapas)를 공짜로 내어준다. 본격적인 식사 전에 술과 함께 소량의 음식을 가볍게 곁들이는 것을 타파스라고 한다. 빵 위에 갖가지 토핑을 올린 '핀초스'가 될 수도 있고, 각종 튀김이나 하몽, 구운 고기가 될 수도 있다. 스페인 전역에 타파스 문화가 있지만, 대도시에선 돈을 내고 먹는다.

그런데 그러나다에선 타파스를 무료로 준다. 소도시라 전반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영향도 있고, 알함브라 궁전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에게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무료 타파스 전통을 계속 지켜나간다는 '썰'도 있다.

술 한잔을 시키면 안주 접시가 따라오는데, 그냥 주방에서 주는대로 먹는다. 처음에 핀초스가 나왔다면 그 다음 잔엔 올리브나 하몽 등이, 또 그 다음 잔엔 해산물 튀김이 나오는 식이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종류는 꽤 다양하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패턴같다 했더니, 전주 막걸리 골목이 떠오른다. 막걸리 한 주전자를 시키면 전이니 생선조림이니 안주가 올라오고, 추가 술을 시킬때마다 더 좋은 안주가 나오는 방식 말이다. 통영에도 제철 해산물로 한 상을 받는 문화가 있다. 식재료가 풍부한 지금이야 요릿집처럼 상다리 부러지게 안주가 올라오지만, 그 원형은 술을 시키면 김치나 한 그릇 내어주던 주인장의 인심이었으리라.

공짜로 안주를 주는 게 신기한 경험이다보니, 여행자들 중에는 그라나다 방문 목적 자체가 '타파스 투어'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래서 트립어드바이저의 상위권에 랭크된 타파스 바를 일부러 몇 군데 찾아가다가, 나중에는 그냥 현지인으로 북적인다 싶은 곳에 불쑥 들어가곤 했다. 하교한 아이들과 함께 와 요기하는 아빠, 굳이 술이 아니어도 콜라와 오렌지주스를 앞에 두고 정담을 나누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라나다는 메인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도 마치 내가 현지인이 된 것 같은(그들이 볼 땐 절대 그렇지 않겠지만)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보통 한 두 접시 시켜서 먹고 자리를 뜨던데, 우리 일행은 둘이 가서 2~3유로 짜리 잔술을 계속 들이키다 50유로 가까이 계산했다는 점? 이럴거면 그냥 와인을 병째 시켜도 될 뻔 했다.

※코너 제목의 '이예술'은 지인들이 부르는 이 기자의 별명입니다. 술 따라 떠나는 여행길 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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