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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안철수 귀국 한달, 아직 미풍…'메기 효과' 있을까

등록 2020.02.1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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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귀국 한 달 지났지만 지지율 3% 아직 저조

신당 창당 전 명칭, 상징색 놓고 잇단 잡음도 악재

安 복귀만으로도 여야 중도층 경쟁 촉발 '메기 효과'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2020국민당 창당 발기인 대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가운데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안절수 전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0.02.09.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2020국민당 창당 발기인 대회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가운데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안절수 전 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0.02.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제가 귀국한 후, 지금 날짜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충분히 알릴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국민 여러분들게 저희 정당이 무엇이 다르고 또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부터 제대로 열심히 알리고자 합니다."
 
안철수 전 의원은 지난 9일 가칭 국민당(현 국민의당)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여론조사 지지율이 3%로 나온 이유와 극복 방안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안 전 의원이 지난달 19일 귀국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정치권에선 총선을 건너 뛰고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적지 않았으나, 그는 이번 4·15 총선에 도전장을 내 다시 한번 정치 생명을 건 승부수를 띄웠다.
 
8년 전 대선이나 4년 전 총선때처럼 아직 안풍(安風)은 불고 있지 않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안철수 현상을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정부여당에서 조국 사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잡음이 잇따르고, 보수정치권은 이러한 호재를 살리지도 못한 채 지지율에서 상당폭 뒤처지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안철수의 몸값'을 높여 총선 정국에 뛰어들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에 추대된 안철수 전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2020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꽃다발을 받은 후 인사하고 있다. 2020.02.09.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에 추대된 안철수 전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2020 국민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꽃다발을 받은 후 인사하고 있다.  2020.02.09. [email protected]

그러나 한 달 전 귀국할 때만 해도 바짝 긴장했던 정치권의 관심이 안 전 의원에게서 다시 멀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석에서 일부 의원들은 "안철수는 한물 갔다"는 말을 심심찮게 할 정도다.

4년 전 국민의당 시절 녹색 바람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지금의 '국민의당'에는 안 전 의원을 따르는 계파라고 부르기에 모호할 정도로 안철수계는 많이 쪼그라든 게 사실이다. 안철수계 의원들이 여전히 바른미래당에 남아 있고,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처럼 옛 안철수계 상당수 인사들은 국민의당 대신 보수진영의 미래통합당에 입당하고 있다. 안철수계인 김중로 의원도 자유한국당으로의 이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안철수 열풍'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7052명을 상대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안 전 의원은 3%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 25%,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10%, 윤석열 검찰총장 5%의 뒤를 이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선거 전략도 꼬여만 가고 있다. 신당 명칭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청한 '안철수신당', '국민당'이 정당 등록 요건에 부합하지 않아 두 번 연속 퇴짜를 맞자, 결국 국민의당으로 바꿨다. 정치권에서는' 돌고 돌아 결국 국민의당'이라는 핀잔이 쏟아졌다. 당 상징색을 놓고도 민중당의 주황색과 비슷한 오렌지색을 고수해 '색깔 논쟁'을 자초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과거에 비해서 현재 안 전 의원의 입지가 많이 없다. 여론조사도 보면 3% 나왔는데, 사실 안 전 의원은 신당을 만들었을 때가 제일 지지율이 높았던 것 같다. 바른미래당 합당했을 때도 그랬고, 이후 갈수록 빠지는 추세를 보였는데 이 3%를 더 확장해서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철수 돌풍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또다른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하에서는 결국 양당제다. 또다른 정치평론가는 "대통령 하에서는 결국 양당제다. 그래서 안 전 의원이 선거 때 새롭게 주목받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4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명 사용 불허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국민의당 제공) 2020.02.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14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명 사용 불허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국민의당 제공) 2020.02.14.  [email protected]

야권의 모 의원은 "국민의당이 4년 전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문 세력의 호남 홀대론이 작용한 측면이 컸지만, 지금은 대부분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특히 보수야당이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오면 호남 지역 주민들은 더 결집해 민주당을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 전 의원의 등장만으로 메기효과(Catfish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없지 않다. 메기효과란 미꾸라지가 든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한 마리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도망다니면서 더 건강해지는 상태를 유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컫는 것으로, 중도층 표를 얼마나 끌어모으느냐가 총선 승리의 관건인 만큼 보수·진보 정당들이 외연 확장을 위해 앞다투는 상황에서 실용적 중도 노선을 표방하는 안 전 의원의 존재가 정치권의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철수 정치'가 4년 전 녹색바람을 재연해 돌풍을 일으킬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는 총선 결과에 달려 있지만, 선거철만 되면 새 정치를 약속하며 공약(空約)을 남발하는 기성 정치권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메기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도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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