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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아이디어 좋았던 청년창업..."전문성이 너무 없었다"

등록 2020.02.20 06:10:00수정 2020.02.20 09: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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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몽상향 대표, 31살에 첫 사업시작

블록체인 거래 시스템-방향제 제조 등 사업 잇따라 실패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 내 사업이 아니었다"

[서울=뉴시스] 박정수 몽상향 대표는 2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디어만 있었지 내가 만들어서 팔려던 제품에 대한 전문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정수 몽상향 대표는 2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디어만 있었지 내가 만들어서 팔려던 제품에 대한 전문성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아이디어만 있었지 내가 만들어서 팔려던 제품에 대한 전문성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이 품질로 제품을 맞춰주세요'라는 말 밖에 할 수 없게 되더라."

박정수(34) 몽상향 대표는 31살이던 2017년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이슈가 뜰 때였다. 암호화폐를 국가간 통합해 거래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1500만원 정도를 투자했지만 첫 발도 떼지 못한 채 사업을 접었다. 국가 간 암호화폐 거래가 외환거래법 규제에 막혀있다는 것도 몰랐고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오직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덤벼든 대가였다. 게다가 당시 정부는 '암호화폐는 투기·도박'이라는 방침을 정했다.

박 대표는 "나중에 복기를 해보니 돈을 벌자는 접근이 전부였던 것 같다"며 "이 사업의 가치나,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2018년 뛰어든 두번째 사업은 제조업이었다. 방향제를 만드는 사업이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제조는 가장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자신에 차 있었다. 박 대표는 "경험이 너무 없었는데,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사업을 검색해봤다. 공부도 많이했다"며 "남들이 유통을 하라고 하는데, 나는 제조를 해보자. 남들이 실패해도 그게 내 일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붙이는 향 패치(방향제) 제품이 해외에 딱 하나 생산돼 유통되고 있었다. 이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유통한다면 잘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잡혔다.

방향제를 만들어 판매하기로 하고, OEM사에 제조를 맡겼다. '아로마 태그'라는 방향제였다. 옷이나 가방에 붙여서 아로마 테라피 향을 즐길 수 있게 개발한 제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력이었다. 박 대표는 방향제의 성분, 발향력, 지속력 등에 대해 너무 몰랐다. 만들어진 제품은 기대 이하였다. 애초에 목표했던 유럽 제품 발향력의 4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품질은 좋게 봐도 절반 수준이었다.

[서울=뉴시스]박정수 몽상향 대표는 2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방향제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정수 몽상향 대표는 2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방향제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더 문제는 품질을 개선을 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박 대표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OEM업체는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더 많은 제조원가, 돈이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박 대표는 "어떻게 개선을 하고 싶어도 전문성이 없다 보니 '이 정도 품질이 나와야 합니다'라는 말 밖에 못했다. 제조하는 업체에서 안 된다고 하면 반박할 최소한의 지식도 갖추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내가 기술력(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며 "그게 없으면 내 사업이 내 사업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패착은 계속됐다. 제품이 생산되고 박스가 쌓여있는 것을 보고 '자기합리화'를 했다. '이 정도가 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제품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내가 제품을 처음 보고 느낀게 바로 소비자들의 평가'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느 곳에도 납품하지 못했고, 온라인몰에서도 반응이 없었다. 2000만원을 투자해 만든 이 방향제는 180만원 어치가 팔렸다.

박 대표는 "난 어떤 분야를 해도 빨리 배운다고 생각했다. 성공시켜낼 수 있다고 믿었다"며 "첫 회사가 모 리서치 회사였는데 대부분 업무가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일을 빨리 배우고 성사시키는 것도 빨랐다. 그런데 그 자신감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돌아봤다.

현재 박 대표는 동생과 함께 가루형 조미료, 블랜딩 솔트를 만드는 세번째 사업을 하고 있다. 흰 소금에 와인, 토마토, 레몬 이외에 각종 허브를 블랜딩한 제품이다. 내가 기술력을 갖고 있어야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후 조리과학고, 조리과를 졸업한 친동생 박지영씨와 협업했다. 조미료에 대해 연구하고 제조하는 모든 과정을 전문가인 동생에게 맡기고, 회사운영과 재무, 영업 등은 박 대표가 맡았다.

특이한 점은 박 대표는 '투잡'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의 기획실에서 데이터분석 업무를 하고 있다. 물론 별도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직속 팀장과 상사에게는 보고한 상태다. '투잡'으로 사업을 벌이는 박 대표는 평소 하루 3~4간만 자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뉴시스]박정수 몽상향 대표는 2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랜딩 솔트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정수 몽상향 대표는 2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랜딩 솔트를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20일 밝혔다.

박 대표는 "첫번째는 사업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깊게 생각을 하지 않고 접근했다"며 "두 번째는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보호 장치가 있었으니까 자만심이 있었던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소금을 판매해 6개월 동안 2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매출에서 동생에게 월 150만원 정도의 월급을 주고 있다. 박 대표도 월 150만원을 가져갈 수 있는 수준이 되면 현재 재직 중인 회사를 그만둘 계획이다. 월 1000만원 매출을 올리면 가능할 것이라는게 박 대표의 계산이다. 그때부터는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초보창업자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실패를 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일을 벌이는 게 좋다. 그래야 그 다음 도전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해 박 대표는 "자기가 만들어낼 수 있는 매출의 수준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기준"이라고 못 박았다.

"성공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시대의 흐름이 잘 맞았을 수도 있고, 본인이 잘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실패의 이유는 너무 명확하다. 본인 문제다. 여러 실패한 사례들을 살펴보고 자신의 리스크를 조절하면 좋을 것 같다."

※'실패를 듣다'=성공에 이르기까지 힘들었던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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