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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언제까지 힘들기만 할까요"…위태로운 '자영업 공화국'

등록 2020.02.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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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사업소득 5분기째 마이너스…통계작성 이래 최장기간

작년, 돼지열병에 고깃집 힘들고…수출규제로 일식집도 울상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소상공인 98% "매출 감소했다"

[세쓸통]"언제까지 힘들기만 할까요"…위태로운 '자영업 공화국'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매출이 10분의 1 토막이 났어요. 장사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서울 명동 거리의 한 상인)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가보면 지금 우리 경제가 어떤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소비·관광 등 '내수의 척도'로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죠. 경제가 어려우면 동네 술집부터 망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줄면 기업은 성과금을 비롯해 인건비를 깎습니다. 지갑에 들어오는 돈이 적어진 사람들은 외식 등 소비를 줄이기 마련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곧 경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입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 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구 사업소득은 2.2% 감소해 지난 2018년 4분기(-3.4%), 2019년 1분기(-1.4%), 2분기(-1.8%), 3분기(-4.9%)에 이어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습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장기 감소세라고 합니다.

이전 최장기 감소세는 2014년 4분기(-3.4%), 2015년 1분기(-4.6%), 2분기(-2.1%), 3분기(-1.6%) 등 4분기 연속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로 대규모 축제나 행사들이 대거 취소됐고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도 회식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시기죠. 여기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까지 겹치면서 내수가 급격히 위축됐던 것입니다.

그보다 이전 최장기 감소세는 2008년 4분기부터 2009년 2분기까지 3분기 연속이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쳤던 시기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 자영업자들은 금융위기 시절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통계청)는 경기 사이클상 '상승' 국면과 '하강' 국면을 판단해 경기 순환기준일을 발표합니다. 가장 최근의 상승기는 2013년 3월~2017년 9월(4년 6개월)까지입니다. 2017년 10월부터는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죠.

가구 사업소득 감소도 이 시기부터 시작됩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코시스를 통해 보면 2017년 10월이 속해있는 4분기 사업소득 증가율을 8.5%였지만 그 다음부터는 2018년 1분기(5.7%), 2분기(3.8%), 3분기(1.1%) 모두 증가폭이 둔화되고 2018년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경기 사이클상 요인 외에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공교롭게도 사업소득 감소가 시작된 2018년부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이뤄졌는데요. 2018년과 2019년 최저임금의 전년 대비 인상률은 각각 16.4%, 10.9%에 달했습니다. 경기는 안 좋은데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까지 훌쩍 늘어 자영업자들에게 이중고를 준 셈입니다.

이 결과는 중산층·고소득층 자영업자들의 추락을 낳게 됩니다. 작년 소득구간별 사업소득을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와 2분위 가구만 11.6%, 24.7%씩 늘었고 3·4·5분위 가구는 10.9%, 7.0%, 4.2%씩 감소했습니다. 경기가 똑같이 나쁜데 고소득 자영업자는 힘들고 저소득 자영업자만 돈을 벌었다고는 보기 힘들겠죠. 결국 3·4·5분위에 속한 자영업자들이 하위 분위로 내려가는 '분위 이동'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사업장에 직원을 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6.9% 감소했고 흔히 나 홀로 사장님이라 불리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2.0% 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직원을 둔 사업장들이 직원 없는 사업장보다는 규모도 크고 매출도 높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 역시 이같은 '분위 이동'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 2020.02.21.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 2020.02.21. [email protected]


작년 한 해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힘들다고 느꼈을까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 수준을 보여주는 현재경기판단 CSI(소비자동향지수)는 작년 1월 58에 그쳤습니다. 1년 전인 2018년 1월(84)에 비해 26포인트(p)나 급락한 것입니다.

현재경기판단 CSI는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 경기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냅니다. 100을 기준치로 이 밑으로 떨어진다면 '어려워졌다'는 부정 인식이 긍정 인식보다 많다는 의미입니다. 나라 안팎서 '경기 반등' 기대감이 고개를 들던 올해 1월 이 지수는 73까지 올라갔죠. 하지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겁니다.

작년에 자영업의 대표주자인 외식업은 특히 힘들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돼지고기 소비가 줄어든 데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이후 일식집에 손님 발길이 끊기는 등 악재가 겹쳐서 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는 지난 3분기(66.01)보다 0.33p 떨어진 65.68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파는 아직까지 각종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습니다.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들은 이미 몇 개 있습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회원 및 일반 소상공인 10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주 대비 사업장 매출액 변화를 묻는 물음에 97.6%가 '매우 감소했거나 감소했다'고 응답했죠.

자영업이 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로 소비가 줄어들게 되고 당장 온라인쇼핑의 증가세 등 소비패턴의 변화로 현장 사업장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건 필연적이란 분석입니다. 이 가운데 상권 과밀화, 높은 임대료 등 문제가 영세 자영업자들을 더 짓누르는 모습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란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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