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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알아인]버둥 "5곡에 1만5000원 비싸다?...그래도, 잡아라!"

등록 2020.03.04 13: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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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버둥. (사진 = 본인 제공) 2020.03.04.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버둥. (사진 = 본인 제공) 2020.03.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버둥 들어봤어?" 최근 음악 좀 듣는다는 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지는 말. 가수 버둥의 라이브를 들어본 이들은 한동안 여운에 휩싸여 이 짧은 문장을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

어떤 글도 노래가 주는 감성 앞에서 무기력하다. 유튜브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네이버의 뮤즈온 라이브클립으로 버둥의 '이별', 네이버 '온스테이지 2.0'에서 버둥의 '태움'을 먼저 듣고 오기를 권한다.

예명 버둥은 '버둥거리다'의 어근에서 따왔다. 부득부득 애를 쓰면서 사는 모습을 표현한 동사. 버둥의 노래들도 품사를 따지면 동사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술어 역을 하니까.

작년 말에 나온 두 번째 EP '잡아라!'는 2018년 내놓은 첫 번째 EP '조용한 폭력 속에서'의 연장선상이다.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입소문이 났던 '조용한 폭력 속에서'에는 무슨 일이 생기면 본인 탓을 먼저 한 의버둥의 10대 모습이 투영됐다.

반면 제목부터 좀 더 적극성을 띤 '잡아라!'에는 자신이 잘못이 아닌데 본인을 힘들게 한 것에 대한 분노가 담겼다.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난 버둥은 좀 더 확신에 차 있었다. "그 분노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제가 잘못한 것을 제대로 알려면 잘못하지 않을 것을 먼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번 '잡아라!'의 주제가 됐어요. '양면성'을 인정하는 것이 이번 앨범의 출발이었죠."

그래서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을 구분해내는 동시에 본인의 잘못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버둥의 이번 앨범 '잡아라!'는 고해성사에서 자기 긍정으로 나아가는, 마치 연작 형식의 단편소설 모음집 같기도 하다.

사랑이 넘치는 사람 옆에 있으면 자신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결국 예전과 같아졌음을 느낀 심경을 담은 '낙수'가 첫 번째 트랙이다.

[혼알아인]버둥 "5곡에 1만5000원 비싸다?...그래도, 잡아라!"

'낙수'가 다소 밋밋한 감정을 노래했다면 다음 곡 '이별'에서는 좀 더 감정이 격해진다. 연애하면서 만들었던 곡을 연애가 끝난 이후에 마무리했다.

타이틀곡이자 가식이 만든 유려함 뒤에 감춰져 있는 지저분한 본성을 보여주고자 쓴 '칼'에서 그 감정은 화룡점정이다. 격해진 감정은 이후부터 수그러든다. 입체적인 현실의 희망을 잘 드러낸 곡이자 버둥이라는 아티스트를 잘 보여주는 '태움'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괜찮은 척이 익숙해질 때쯤 버둥 입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단어이기도 한 '안쓰러워'가 마지막 트랙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서사가 분명한 앨범을 만든 버둥은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음악 장비를 집에 꽤나 갖춘 '음악 애호가' 부친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노래를 많이 듣고 또 많이 따라 불렀던 그녀다. 동요 대회도 나가고, 초등학교 때는 합창단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노래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인천의 한 공연 기획단체에 막내로 들어가서 일을 하다 뒤풀이에서 선배들이 '노래 한번 해봐'라고 권유한 것이 시작이었다.

다음날 축제에서 오전 시간대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은 많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새로운 세계였다. 이후 음악에 대한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단다. "이것밖에 할 줄 모르거든요. 그 사이에 더 좋아하는 일이 나오지도 않았고요."

이번 '잡아라!' 앨범 가격은 1만5000원이다. 일부에서는 '버둥이 유명한 가수도 아니고 5곡 밖에 들어있지 않은데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볼멘소리도 낸다.

하지만 버둥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으면 대중이 살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공연이라도 티켓값을 2만원이하로 내리지 않는다"고도 했다.

"뮤지션에게 실력은 페미니즘 같아요. '나 이렇게 음악을 잘해'라는 증명은 여성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같죠. 실력이 떨어지면 뮤지션이 아니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당연한 생각은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게 하죠. 센스 있게 실력을 유지하려면 그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그 가치는 인정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알아인]버둥 "5곡에 1만5000원 비싸다?...그래도, 잡아라!"

버둥의 실력은 그의 노래를 듣는 이들이라면 모두 긍정한다. 오월창작가요제, EBS 헬로 루키, 한국콘텐츠진흥원 뮤즈온 등 각급 경연대회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냈다.

처음에는 상을 타면서 무서웠다. 주어지는 혜택을 내년에는 똑같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믿고, 자신이 만든 것에 집중하기로 하다. 본인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포크의 감성으로 모던 팝의 세련됨을 표현하고, 단정한 목소리로 울림을 전달하는 가수. 날 것의 매력을 넘어 '진짜'라는 생각을 안기는 무늬를 지닌 음성의 소유자가 버둥이다.  
 
자신의 것이 확고할 수 있는 이유는 버둥에게 음악이 1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게는 제가 1순위에요.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음악이 되는 거죠. 제가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지 궁금해 하셨으면 좋겠어요."

※혼알아인= '혼자 알기 아까운 인디 밴드'의 줄임말로, K팝 아이돌 위주 대중음악이 아닌 개성적인 인디 가수들을 톺아보는 고정 연재물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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