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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연예뉴스 댓글 폐지...혐오 표현 근절 긍정 변화 기대감

등록 2020.03.06 11:41:27수정 2020.03.06 11: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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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개설 '감정 배설 ·오염의 장' 변질

대중반응 확인 옹호 반면 악기능 목소리 높아

인권격 침해 연관 검색어 서비스도 종료

연예게 "네티즌들 근본적인 변화 태도 중요"

[서울=뉴시스] 5일 댓글 폐지 이후 6일 연예뉴스 화면. (사진 = 네이버 캡처) 2020.03.0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5일 댓글 폐지 이후 6일 연예뉴스 화면. (사진 = 네이버 캡처) 2020.03.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예인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까라는 분노가 치밀어 댓글을 달려고 하는데, 기능이 없어졌더라고요. 정말 화가 났을 때, 이곳에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는데. 그래도 없어진 것이 나은 것 같아요. 평소에는 듣기도 힘든 막말을 접하면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TV를 즐겨보는 30대 후반의 회사원 A)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5일 TV·연예 뉴스 섹션 기사의 댓글 서비스를 종료했다.

 작년 그룹 'f(X)' 출신 설리, 그룹 '카라' 출신 가수 구하라가 연이어 한달여 만에 세상을 떠난 뒤 두 사람을 평소 괴롭히던 악플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포털사이트 연예뉴스의 댓글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댓글 기능은 지난 2003년 다음(현 카카오)이 뉴스에 '100자평'을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네이버는 이듬해 이 기능을 개설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데 네티즌의 악플이 악영향을 끼쳤고, 그 악플의 온상지로 포털사이트 연예뉴스 댓글창이 지목되면서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

처음 댓글 기능이 시작됐을 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순기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공론의 장'이 돼 여론의 다양성을 반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특히 연예뉴스 댓글창은 '감정의 배설물'을 토해내는 오염의 장이 된 지 오래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대한가수협회는 작년 설리와 구하라가 잇따라 세상을 떠나자 네이버에게 연예기사 댓글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연예뉴스 댓글창을 폐쇄했고, 네이버도 이번에 연예뉴스 댓글창을 없애는데 동참한 것이다. 네이버는 작년 10월부터 욕설 등 험한 말을 가려내는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클린봇'을 도입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유를 몇가지로 한정하는 것은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미국 CNN이 작년 구하라의 죽음을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이 온라인 악플로 인한 K팝 스타들의 극심한 압박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했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2명의 여가수(구하라와 설리)는 연애나 실생활을 통제받았고, 사생활이 대중에 (노출돼) 검증을 받았으며, 악의적인 온라인 비평에 시달려야 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설리

설리


이미 여러 연예인이 우울증 등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 만큼 악플에 대한 우려는 여러 번 제기됐다.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그러나 매번 유야무야됐다.

연예인이 악플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따른 법적대응밖에 없다. 구하라도 지난해 6월 소셜 미디어에 우울증을 호소하며 "앞으로 악플 선처 없다. 제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여러분들께서도 예쁜 말 고운 말 고운 시선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적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연예인인만큼 무조건적인 고소가 힘들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대부분의 악플러는 낮은 벌금을 받는데 그친다.

이에 따라 2007년 포털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도입됐다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5년 만에 폐지된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댓글창 예지로 대중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졌다는 아쉬운 목소리로 낸다. 하지만 이미 젊은 층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이들의 의견과 생각을 주고 받고, 이미 여러 가수들도 이곳을 통해 피드백 반응을 확인한다. 특히 이미 네이버 연예뉴스의 '댓글 많은 뉴스' 순위는 가수의 팬덤에 따라 좌우되기도 했다. '공론의 장'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대형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우리 소속 가수들은 팬들의 댓글 반응을 보면서 힘을 내기도 하지만 좋지 않은 글들에 상처를 받은 경우가 다수였다. 보지 말고, 봐도 악플은 생각 없이 단 글이 많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 폐지가 돼 속시원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유와 맥락 없이 만만한 연예인들을 향해 토해놓던 분노가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네이버의 연예 뉴스 댓글 폐지와 관련 성명을 통해 "혐오 표현 근절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연예 뉴스 문제는 댓글만은 아니다. 연관 검색어도 큰 문제다. 특정 연예인을 검색하면,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연관 검색어들이 함께 등장한다. 루머를 생성한 근원지로 통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컸다. 네이버는 이번에 연관 검색어 서비스도 종료했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순위가 오르내리는 실시간 검색어(실검)도 문제다. 자극적인 이슈로 채워지고 언론도 이에 동참하면서 더 자극적인 연예 기사들이 포털을 장식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지난달 실검 기능도 폐지했다.

[초점]연예뉴스 댓글 폐지...혐오 표현 근절 긍정 변화 기대감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는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상품이다. 특히 '연성 기사'의 대표격인 연예뉴스는 핵심적인 '미끼 상품'이다. 포털이 이 뉴스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언론사들도 마찬가지다. 자사 홈페이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서 연성의 자극적인 연예 뉴스를 앞세운다.

그래서 뉴욕타임스(NYT)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심층적인 저널리즘의 기사로 유명한 이 매체를 온라인으로 유료 하는 구독자 수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300만명이 넘었다.
 
연예뉴스를 포함한 대중문화도 심층적인 내용이 호응을 얻을 수 있다. 2000년대 중반 웹진 '매거진t'는 대중문화의 심층적 분석 기사로 인기를 누렸다.

'매거진t'가 이를 이어 받았고, 현재는 머니투데이 계열의 웹 매거진 '아이즈(ize)'가 이런 기능을 맡고 있다. 이 매체는 구하라가 사망 이후 '하루 휴재'를 결정하기도 했다. 타 매체들이 구하라 관련 자극적인 연예기사를 양산할 때, 대중문화 저널리즘을 돌아보자는 이 매체의 태도였다. 

이와 함께 연예뉴스를 다루는 네티즌들의 근복적인 태도 변화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요계 관계자는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등 시스템 재편과 함께 네티즌들의 태도 변화도 중요하다"면서 "지난해 두 가수의 사망 이후에도 반성하는 기색이 없이 댓글창과 소셜 미디어에 악플이 이어졌다. 대중에 노출되는 연예인들도 감정노동자다. 무조건적인 칭찬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한번만 더 인간적인 면모를 존중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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