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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미성년자에 술판 '단밤'…무조건 영업정지 아냐

등록 2020.03.07 06:01:00수정 2020.03.07 1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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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클라쓰'에서 영업정지 2월

정당한 사유 참작되면 처분 면해

형사처벌의 경우 고의성이 핵심

[서울=뉴시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사진=JTBC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사진=JTBC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JTBC 드라마 '이태원클라쓰'에서 '박새로이'(박서준)가 운영하는 실내 포장마차 '단밤'은 미성년자인 '조이서'(김다미)와 친구들에게 술을 판매해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당한다.

당시 단밤 직원 '류경수'(최승권)는 조이서 일행이 위조 신분증을 내민 것을 눈치챘지만 매출 걱정에 모른 척 술을 판매했고, 박새로이는 "우리 잘못이다"며 영업정지 처분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과연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업주에게는 무조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는 것일까. 법적 관점에선 볼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핵심은 청소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술을 판매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는 지 여부다. 정당한 사유가 참작된다면 업주는 영업정지 처분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고의영)는 최근 식당업주 A씨가 인천광역시 서구청장을 상대로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과 달리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인천 서구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A씨의 남편은 2018년 8월 당시 18살이던 B씨에게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소주 1병을 판매했다.

검찰은 A씨 남편의 청소년보호법 위반의 점에 대해 'B씨 일행이 성인이었고, A씨 남편이 신분증 검사를 한 것으로 착각해 참작 사유가 있다"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후 인천 서구청은 A씨의 음식점에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식품위생법은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경우 영업정지 또는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행정처분 기준상 ▲1차 위반(영업정지 2개월) ▲2차 위반(영업정지 3개월) ▲3차 위반(영업허가 취소 또는 폐쇄)으로 구분된다.

다만 검사로부터 기소유예 처분,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경우 등에 한해 처분을 감경할 수 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개정된 식품위생법은 '신분증 위·변조로 미성년자임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 행정처분을 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씨는 "직원들이 같은달 두 차례 B씨가 방문했을 때 신분증 검사를 해 만 19세가 넘는 것을 확인했다"며 "B씨가 신분증을 위변조한 불법행위로 인해 당시 미성년자임을 알지 못했고, 이에 법적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 남편이 신분증 검사 없이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했고,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이 존재한다"면서 "위반자의 의무 미이행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영업정지가 정당하다고 봤다.

반면 2심은 A씨의 남편이 신분증 검사를 한 것으로 착각한 점, 이전에 출입하며 B씨가 위조 신분증을 내밀어 직원들이 미성년자가 아니라고 착각한 점 등을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 영업정지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도 "행정법규 위반에 가하는 제재 조치는 위반자의 고의·과실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반자의 의무 미이행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까지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시한다.
[서울=뉴시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사진=JTBC 홈페이지 캡처)

[서울=뉴시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사진=JTBC 홈페이지 캡처)

결국 이태원클라쓰에서 '단밤'은 직원 류경수가 위조된 신분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술을 판매해 고의·과실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고, '정당한 사유'도 없기 때문에 박새로이가 이에 대해 다퉜더라도 영업정지 처분을 면하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처분과 별개로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하면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에서는 미성년자임을 인식하고 술을 판매한 '고의성'이 핵심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지난해 8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명 술집 점장 A(36)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점장으로서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일행에 대한 신분증 검사를 할 당시 자리를 비운 B(당시 18세)양만 고의로 누락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무죄 판단했다.

그렇다면 신분증을 위조하고 술을 마신 조이서와 친구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이들은 공문서위조 및 변조공문서행사 혐의를 받게 되지만, 실제 처벌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만 이들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것을 신고하겠다며 무전취식을 하거나 나아가 금품을 요구했을 경우에는 공갈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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