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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우리말의 4성과 현대중국어의 4성은 다르다

등록 2020.03.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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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서울=뉴시스]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훈민정음’ 편의 “入聲加點同”은 ‘훈민정음해례’ 22장을 통해 “入聲加點則與平上去同”의 준말임을 알 수 있다.

[서울=뉴시스] 훈민정음 해례본 ‘어제훈민정음’ 편의 “入聲加點同”은 ‘훈민정음해례’ 22장을 통해 “入聲加點則與平上去同”의 준말임을 알 수 있다.

[서울=뉴시스]  1444년 3월 9일 세종대왕이 최만리 등에게 한 4성7음 관련 물음은 지금 우리에게도 일관되게 적용된다. 왜냐하면 현대한국어에도 여전히 세종 때처럼 4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말에도 평상거입 4성이 살아있다’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4성은 우리말소리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글’은 현대한국어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평상거입의 4성을 표기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4성을 표기하는 세종의 ‘훈민정음’과 다르다. 음의 높낮이 표기는 표음문자의 차원 상승을 의미한다. 높이는 곧 입체이다. 음의 높이까지 표기하는 훈민정음이 3차원적이라면, 현 ‘한글’은 2차원적 표음체계이다. 음높이 면에서만 보면, 음의 고저강약(accent)을 표시하는 국제음성기호 또한 3차원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①발음기관을 본떠 글자를 만들었고, ②같은 소속(아·설·순·치·후)인 음의 글자들은 서로 유사한 모양을 이루며, ③‘ㄱ(단음)→ㄲ(장음)’처럼 초성 자음으로써 음의 장단을 표시하고, ④‘초성+중성+종성’을 네모 평면(2차원) 상에 하나로 합쳐 1자1음을 표기하는 점은 훈민정음만의 특질이다. 이는 음소를 분리하여 직선적(1차원)으로 단순 나열하는 국제음성기호와는 차원을 달리 하는 ‘특질→자질(資質)’이다. 

심재기(沈在箕) 전 국립국어연구원장에 따르면, 우리말의 어휘는 70% 이상이 한자 어휘로 돼 있다. 전공 분야에서는 한자 어휘가 90%에 달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한글로만 쓰면 그 뜻을 알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 간의 완전한 의사소통을 위해 글을 적을 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우리말에서처럼 한자로써 혼용 표기할 경우, 우리글의 차원은 3차원에서 4차원으로 도약한다. 표음과 표의의 양 날개를 달고 시공을 초월하게 된다. 조상들과 소통함은 물론 공간적으로도 소통 범위가 넓어진다.

<사진>에서 보듯, 한문본 ‘어제훈민정음’ 말미에서 세종은 “글자 왼쪽에 한 점을 찍으면 거성(去聲)이요, 두 점을 찍으면 상성(上聲)이고, 아무 점도 없는 것은 평성(平聲)이다”라고 하였다. 그런 다음 4성 중 마지막 부분인 입성(入聲)에 대해 “入聲加點同(입성가점동)”이라고 했는데, 이는 “入聲加點則與平上去同(입성가점즉여평상거동)”의 준말이다. 그것이 준말임은, 앞에서 평성·상성·거성의 점찍기에 대해 말했기 때문에 문맥으로써 알 수 있다. 또한 세종대왕의 간략한 기본 규정을 보다 상세히 해석한 ‘훈민정음해례’ 편 22장 앞면의 “入聲…其加點則與平上去同(입성…기가점즉여평상거동)”을 통해서도 증명된다.

참고로 향후 훈민정음을 국제음성기호로 사용할 경우, 가점은 가로쓰기와 세계화를 감안하여 글자의 왼쪽에서 위쪽으로 옮겨 찍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 때의 우리말 평상거입 4성과 현대한국어의 4성은 큰 틀에서 거의 같다. 세종 때의 조선한자음의 4성과 중국 명나라의 한자음 4성 또한 같았다. ‘중국 명나라’란 말에서의 ‘중국’은 황제가 있는 ‘중심국’ 또는 ‘중앙국’이라는 뜻의 일반명사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준말인 고유명사로 서로 다르다. 그처럼 명나라에서 만주족 청나라를 거친 지금의 중국 표준말의 4성은 고대 중국어의 4성과 매우 다름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다른가? 고대중국어와 달리 현대중국 보통화에선 ‘ㄱ·ㄷ·ㅂ’ 받침의 입성이 사라졌다. 낮은 소리인 전통적 평성은 1성(←청평성: 음평)과 2성(←탁평성: 양평)으로 분화됐는데, 현대중국어 1성의 경우 높은 소리로 변했다. ㄲ·ㅃ·ㆅ의 탁평성은 전통적 상성(↗)과 유사한 2성으로 왜곡됐다. 상성인 ‘老(로)’는 내려갔다 올라가는 3성 lǎo로 변했고, 거성은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4성으로 변해, 현대중국어의 성조는 고대중국어와 완전히 달라졌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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