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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고작 1%짜리'가 세상을 바꿀 때, 안주했던 선배님

등록 2020.03.12 0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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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덕 유니온컴 대표, 1996년 광고업계 업무 시작

2007년 광고대행사 창업했으나, 매출 고전

온라인광고 증대 등 산업변화게 '둔감'..."변화 못했다"

"경험을 조금 했다고 우월하단 생각은 금물"

[서울=뉴시스] 우인덕 유니온컴 대표는 1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 둔감하고 안주했다"고 토로했다. (제공 =유니온컴)

[서울=뉴시스] 우인덕 유니온컴 대표는 1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 둔감하고 안주했다"고 토로했다. (제공 =유니온컴)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매출 약 1%를 떼주던 후배들이 결국 세상을 차지하더라. 세상이 변화하는 것에 둔감하고 안주했다."

우인덕(51) 유니온컴 대표는 1996년 광고업계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다. 우 대표가 일을 시작한 직후, 광고산업은 1998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거품이 많이 빠졌다. 한 때는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직장으로 광고업계가 꼽혔지만, 적은 임금에 열악한 근무환경이 알려지면서 기피하는 직종이 됐다. 우 대표는 2006년께까지 여러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광고업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부심을 갖고 일했던 시기였다

우 대표는 광고업계에 발을 들인디 10년 정도가 돼던 2007년 ID에드컴이라는 광고대행사를 창업했다. 몸 담았던 광고대행사에서 일했던 동료 3명과 함께 시작했다. 우 대표가 제작, 한 명은 기획, 다른 한명은 디자인을 맡았다. 2~3년 나쁘지 않게 운영됐다. 개인 인맥을 통해 어느 정도 일감이 있었고 매출도 연 10억원대까지 나왔다. 직원도 10명까지 늘렸다.

그러나 점점 광고대행사 시장이 어려워졌다. 신문, 방송, 전광판, 전단지 등을 통한 광고가 점차 줄어들고 온라인을 통한 광고가 시장을 잡아가고 있었던 시기였다. 우 대표는 "산업변화를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며 "광고 대행사 시장이 줄면 작은 대행사로 (일거리가) 내려올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온라인쪽으로 일거리가 옮겨가더라"고 돌아봤다.

광고수주가 어려워지자 무리하게 영업을 시작한 것도 독이 됐다. 건설 분야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소위 '영업'을 뛰어 다녔다. 비용은 비용대로 쓰고 수주는 안됐다.

결정타는 '무리한 욕심'이었다. 한 광고주가 "20억원 정도의 대형마트 주차장 광고대행권을 줄 수 있다"며 접근했다. 그런데 대형마트 주차장 광고대행권은 일정 수준의 매출과 최소 5명 이상의 직원이 상주해야 했다. 우 대표는 대형마트 주차장 광고대행권을 따내기 위해 당장 필요도 없는 인력을 뽑아 직원 6명을 채웠고 1년을 그렇게 유지했다. 

대형마트 주차장 광고대행권을 받아올 수 있다며 접근한 A씨는 '영업이사'로 영입했다. 우 대표는 A 영업이사에게 월급을 주고 자동차 운전기사까지 배정해주며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20억원짜리 광고를 받아오면 그간 쌓였던 빚은 물론 앞으로 사업까지 한번에 숨통이 틔일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그러나 A씨는 1년이 지나도록 월급만 받아갈 뿐 아무런 업무에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대형마트 광고대행를 수주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대가는 3억원 정도의 빚으로 돌아왔다.

우 대표에게 A씨에게 주는 월급을 최소화하고, 수주에 성공했을 경우 성공보수를 주는 방향으로 하는게 더 합리적이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다. 우 대표는 "내가 욕심에 눈이 멀었다. 내가 그 20억원을 다 가져갈 욕심에 월급주고 기사까지 딸려줬다"며 웃었다.

우 대표는 이런 패착 속에서도 진짜 실수는 따로 있었다고 말한다. 바로 시대, 산업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서울=뉴시스]우인덕 유니온컴 대표는 1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학생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공=유니온컴)

[서울=뉴시스]우인덕 유니온컴 대표는 1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학생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공=유니온컴)

과거에는 통상 광고대행사에 광고가 들어오면 온라인 광고가 붙었다.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그 때 우 대표는 그 1%가 무엇인지, 아니 무엇이 될지 전혀 몰랐단다. 1%에 대해 '그 정도가 뭐가 된다고' 정도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 1%에 해당하는 온라인 광고 일감은 후배들에게 선심쓰듯 넘겨 줬다. 그런데 그 1%가 세상을 바꿨다.

 약 10년이 지났고, 그 1%를 받아갔던 후배들이 이른바 '온라인광고 1세대'가 돼 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온라인광고 시장을 주도하는 사장이나 임원이 됐다.

우 대표는 "산업변화에 대응하지 못한게 가장 큰 실수였다"며 "늘 해왔던 대로 영업 잘하고, 접대 잘하는 게 최선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이게 변화였구나 싶더라"고 돌아봤다.

이렇게 실패를 겪은 후 우 대표는 현재 노동조합 관련 사업을 벌이면서 활로를 찾았다. 여러 노동조합의 문자 단체발송, 광고, 홍보 등을 대행하는 사업이다. 1억원 미만의 매출이 나오는 정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 업무는 혼자 진행하고 있다.  우 대표는 "뼈 저리게 실패했던 이유 중 하나가 쓸데없이 직원을 뒀던 것"이라며 "앞으로 꼭 필요하면 직원을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보창업자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우 대표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학생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모두 알고 있고 내가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게 있다. 그런데 금방 세상은 변한다. 각자의 산업에서 변화를 위해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이 배우고 변화하라는 얘기다.

그리고 우 대표는 '1%짜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1% 짜리들이었던 그 어린 후배들이 한 때는 내게 사장님, 선배님했다. 그런데 그것에 안주하면 안된다. 내가 경험많은 선배지만 새로운 변화에 대해서는 배워야하는 입장이다. 그 후배들이 뉴미디어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뛰어나지 않나. 경험을 좀 더 했다고 우월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실패를 듣다'=성공에 이르기까지 힘들었던 수많은 실패의 고백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냥 실패가 아니라 값진 실패, 유의미한 실패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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