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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코로나19 영향…일-가정 양립, 그리고 리더십

등록 2020.03.2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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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기태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박기태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시끌시끌하다. 수많은 사람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호흡기 질환을 겪었으며 안타깝게도 상당수가 목숨을 잃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 시 병원에 입원하거나 자가격리 등의 방식으로 감염증에서 벗어나고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현상은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를 통해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필요성과 조직문화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한민국은 '제도상으로는' 상당히 가족친화적인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중이었던 1953년 5월10일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출산한 여성에게 60일 간의 산전후휴가를 보장하였고 이후 개정을 통해 90일의 산전후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인 육아휴직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부모 모두에게 최대 1년간의 유급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남성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대한민국의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배우자가 출산을 한 경우, 남성 근로자는 유급으로 10일 간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이후 자녀 양육을 위해 1년간의 육아휴직을 사용하여 총 375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에 있어 가장 선진적이라 하는 북유럽 국가들보다도 훨씬 긴 기간이다.

제도적으로는 상당히 가족친화적이고 문서상으로는 세계 최장기간의 유급휴가를 아빠에게 부여한다지만 현실은 어떨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총 10만5165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했으며 그 중 2만2297명이 남성(여성 8만2868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21.2%를 차지하고 있고 그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다른 제도인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남성 이용자는 2018년 총 550명(전체 3820명)으로 전체 사용자 3820명 중 14.4%이다.

정부의 통계를 얼핏 보면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활용은 개선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육아휴직의 경우 남성 사용자 수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여전히 여성 중심으로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중 절반 이상이 30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역시 여성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현실로 돌아와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했지만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제도 자체의 사용에서 배제되어 있으며 사용을 하더라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일-가정 양립 프로그램 사용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사용할 경우 일자리마저 위협받는다. 무급 가족돌봄휴가는 사용 시 정규직 근로자마저 소득 감소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장기간의 휴가·휴직을 사용하고 복귀할 경우 임금인상 및 승진배제, 해고 등을 경험하는 비중 역시 상당하다. 결국 근로자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돌봄이 필요한 자녀들마저 비상돌봄의 형태로 교육기관에 보내진다.

이러한 근로자들의 부정적 경험에는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활용을 이상적 노동자 규범의 위반으로 인식하고 그 활용을 처벌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조직친화적인 리더십이 중심에 있다. '코로나-19'로 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중요성과 그를 통한 바이러스 확산 방지의 필요성이 부각됨에도 가족친화적이지 않은 리더십은 사회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각 기업 로비의 열화상카메라는 지금도 열심히 '코로나-19'로 발열증상이 있는 환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건물 내부 가장 좋은 자리에 있는 상당수의 리더들은 이상적 노동자 규범을 위반하는 근로자들을 찾고 있다.

리더의 생각을 바꿔 '아파도 출근한다'의 프레임이 아닌 '아프면 쉰다'로의 근무형태와 근무여건의 변화를 꾀할 시점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기에 생활방역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 강조하듯 현재의 상황은 국가적 위기이다. 그러나 늘 그랬듯 우리는 극복할 수 있고 '코로나-19'가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와 새로운 직장문화가 자리잡게 될 수도 있다. 재택근무, 자가격리의 단순한 확대를 넘어 일-가정 양립에 대한 리더의 인식변화가 '코로나-19'의 또 다른 극복책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박기태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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