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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공무원 실수로 투표시간 마감…국가배상은 얼마?

등록 2020.03.21 09:00:00수정 2020.03.21 09: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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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신분증명 갖고 갔지만, 투표관리관 제지

공무원이 신분증 알아보는 새 투표 시간 마감

위자료 30만원 배상 판결…"규정 숙지 못했다"

"선거권 침해 정신적 고통…국가가 배상해야"

[법대로]공무원 실수로 투표시간 마감…국가배상은 얼마?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민주주의 체제에서 투표는 시민들이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주된 수단이다. 헌법은 만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국가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해야한다.

그런데 국가 공무원의 실수로 시민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 2014년 투표장에 가고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A씨의 사례를 통해 답을 구해볼 수 있다.

21일 법률구조공단과 법원에 따르면 A씨는 그해 6월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참여하기 위해 대구 서구의 한 투표소를 찾았다.

A씨는 투표를 위해 투표관리관에게 '시정모니터 신분증'을 제시했다. 대구광역시장이 발급한 이 신분증에는 A씨의 얼굴 사진과 이름, 주소, 생년월일. 유효기관 등이 적시돼 있었다.

투표관리관은 해당 신분증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한 신분증명서에 해당하는지 문의해야한다며 A씨의 투표를 막아섰다. A씨가 기다리는 사이 오후 6시가 지났고, A씨는 결국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해당 신분증은 공직선거법과 관련 규칙에서 정한 정식 신분증명서에 포함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씨는 이듬해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다. 공무원이 규정을 숙지하지 않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만큼, 국가가 그로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정부가 위자료 30만원을 배상해야한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자세한 판결 이유도 남겼다.

2심은 "이 사건 신분증은 공직선거법과 공직선거관리규칙에서 정한 신분증명서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A씨는 투표소 마감 시간 전에 투표소에 도착했다. 마감시간 후에 A씨의 신분이 확인됐더라도 투표를 하게 한 후에 투표소를 닫아야한다"면서 "그런데도 소속 공무원은 투표시간과 신분증명서에 관한 관련 규정을 사전에 정확히 숙지하지 못해 A씨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직무집행을 그르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투표를 하지 못해 선거권이 침해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정부는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해당 판결은 2016년 4월 확정됐다.

A씨 소송을 도운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일반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입게 된 정신적 손해를 명백히 인정한 예"라며 "이 사건으로 인해서 더욱 철저한 선거관리 시스템이 정착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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