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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일 몰입과 개인의 행복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

등록 2020.03.2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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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김경원 기자 = 5년 전 메르스 유행 당시 중환자실을 담당하던 한 간호사가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더라도 자신의 환자를 메르스로부터 지키겠다며 국민들에게 편지를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용기를 준 적이 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환자를 지키기 위해 다시 대구로 달려갔고 실내화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환자를 지키겠다며 '코로나 전사'로서 각오를 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안에 지친 국민들에게 이처럼 용기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최전선에서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 진단을 하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이다.

한 달이 넘도록 방호복을 입고 일하느라 얼굴은 밴드 투성이에 오랜 시간 땀에 흠뻑 젖어 체력소모가 심하여도 환자의 회복을 위해 애쓰는 그들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다시 용기를 얻고 이 사태를 함께 극복하자며 서로 격려를 한다. 이것이 바로 일 몰입(work engagement)이 무엇이며 이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하여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일 몰입이란 업무에 대해 활력, 헌신, 몰두로 표현되는 긍정적인 마음의 상태를 일컫는다. 일에 몰입한 사람은 인지적·정서적·신체적인 에너지를 일을 수행하는데 사용하며 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 및 세상과 연결됨을 경험한다.

심리학, 경영학, 교육학 등 여러 분야에서 수행된 연구결과는 일 몰입을 통해 개인은 일터에서의 행복감,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 업무성과의 향상을 경험할 수 있으며 조직은 구성원들의 일 몰입을 통해 생산성 향상 및 혁신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 차원에서는 국민 개개인의 일 몰입이 국민의 일터 행복 증진을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일에 몰입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한국 직장인들의 일몰입 수준은 미국이나 싱가포르, 유럽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2017년 갤럽의 '세계 일터 실태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보고서에 의하면 155개국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일 몰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조사 참여자의 7%만이 일에 몰입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미국은 33%, 싱가포르는 23%, 핀란드는 12%가 일에 몰입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일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적극적 비몰입 상태라고 응답한 비율도 한국은 26%를 차지한 반면, 미국은 16%, 싱가포르는 8%, 핀란드는 12%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직장인들의 일 몰입 수준은 이들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반면 적극적 비몰입 수준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우리의 일 몰입 수준이 낮은 원인과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일 몰입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축적되어온 학계의 연구결과는 일 몰입 수준이 다음과 같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밝혔다.

첫째, 과업의 특성이다. 구체적으로 개인-직무 적합도, 과업 자율성, 일의 의미, 직무안정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일터에서의 사회적 관계와 직장 문화이다. 동료 및 리더의 지원과 상호 존중, 리더십 스타일, 절차공정성, 일과 가정의 균형 등이 이에 포함된다. 셋째, 개인의 성장 및 성과보상과 관련된 인사제도이다. 구체적으로 학습 및 역량개발지원, 물질적 보상과 인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성향이며 성실성, 긍정 정서, 주도적 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연령, 직업군과 같은 몇 가지 주요한 개인의 배경에 따라 일 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중요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일 몰입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며 일 몰입의 촉진을 위해서는 연봉인상과 같은 단편적인 처방이 아닌 직원들의 특성과 요구를 이해하고 이와 관련하여 지원전략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일 몰입이 개인의 행복 및 국가의 생산성 향상과 관련이 있으므로 일 몰입을 높이기 위해 공적 영역에서의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먼저 좋은 일자리 만들기의 일환으로 벤처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일 몰입 지원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재원이 풍부하여 일 몰입 증진을 위한 물적·인적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경영진의 의지가 있을지라도 재원 부족으로 인해 직원 몰입을 위한 조직진단 및 제도와 일터문화 개선이 쉽지 않다. 사업장의 규모나 가용자원에 따라 근로자의 일 몰입 기회에 불평등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일 몰입의 한 요인인 근로자의 학습 및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은 현재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종합적인 관점의 일 몰입 지원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중소기업 근로자의 일 몰입을 위해 앞서 제시한 일 몰입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분야 우수인재 유치와 유지(retention) 전략으로서 일 몰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분야 인재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정원을 확대하는 등의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분야 대학교원의 부족과 해외 우수인재 유치의 어려움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과 산업체에서는 어렵게 유치한 해외인재의 유지에 실패하거나 국내의 우수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등의 문제도 겪고 있다. 일 몰입 수준이 높은 경우 이직 의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수인재의 일 몰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AI와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인재의 일 몰입 환경 조성을 위한 총체적인 관점의 정책을 수립·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삶의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일을 하며 보낸다. 일이라는 것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일터로 향했을지라도 일에 몰입한 즐거움으로 인해 퇴근길의 발걸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다면, 이러한 경험을 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 곳곳에 더 많아질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하고 경쟁력 있는 국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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