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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코로나19 경제 위기는 한국 가정을 얼마나 망가뜨릴까

등록 2020.03.29 06:00:00수정 2020.04.12 01: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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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년 금융 위기 때 통계 봤더니

자살 사망자 수 20명대서 30명대로 급증

혼인 건수 급감…출생아 수도 곤두박질쳐

인구학자 "올해도 비슷한 결과 나타날 것"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13.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1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아버지, 돌아오세요!"

민간 단체 아버지 재단이 지난 1998년 벌였던 캠페인 이름입니다. 한국 경제가 동아시아 외환 위기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까지 신청했던 때지요.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져 집을 나온 아버지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볼 수 있듯 경제 위기는 가정에도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자살률과 인구 동향(혼인 건수·출생아 수 등)에서 수치로 나타나는데요. 10여년 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러왔던 세계 금융 위기 때 한국은 어땠을까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모양새인 가운데, 지난 2008~2009년 금융 위기 당시 한국 가정은 얼마나 망가졌는지 살펴봤습니다.


[세쓸통]코로나19 경제 위기는 한국 가정을 얼마나 망가뜨릴까


한국 경제에 금융 위기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때는 지난 2008년 4분기입니다. 전 분기 4.0%를 기록했던 실질 경제 성장률은 이때 마이너스(-) 1.7%로 곤두박질쳤어요. 이후 2009년 1분기 -1.8%, 2분기 -1.2%를 기록한 뒤 3분기(0.9%)가 돼서야 겨우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이 기간(2008년 10월~2009년 6월)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2006~2008년 20명대 중·후반(22.0~26.0명)이었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09년 31.0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이 수치는 2010년(31.2명), 2011년(31.7명)까지 계속 오르다가 2012년(28.1명) 들어 감소세로 바뀌었습니다.

누적 혼인 건수는 24만7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급감했습니다. 이렇게 뚝 떨어진 혼인 건수는 다음 해 증가세로 돌아섰고(0.4%), 그 다음 해에는 2.2%까지 상승했습니다.

출생 지표도 비슷합니다. 우선 2008년 10월~2009년 6월 누적 출생아 수는 33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다만 이 기간 아이를 낳은 가정은 최소한 10개월 이전에 임신을 계획했을 테니, 이를 금융 위기의 여파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교 대상이 임신·출산 수요가 컸던 때(2006년 쌍춘년·2007년 황금돼지해)이니, 그 기저 효과(비교 시점에 따라 지표가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지거나 위축되는 현상)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합니다.

금융 위기 당시 임신이 출산으로 이어졌을 2009년 10월~2010년 6월 출생아 수는 어땠을까요? 33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습니다. 임신·출산이 몰렸던 직전 해의 기저 효과로 출생아 수가 확 줄었던 전년보다도 출생 지표가 더 나빴던 것이지요.


[세쓸통]코로나19 경제 위기는 한국 가정을 얼마나 망가뜨릴까


이와 관련해 인구학자로 널리 알려진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가정은 혼인·출생 등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이전까지 1.3~1.4명대를 오르내리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이 2002년 1.1명대로 급격히 떨어진 것도 1997~1998년 외환 위기를 겪은 가정이 혼인·출생을 미뤘기 때문"이라네요.

가족학을 오래 연구한 전귀연 경북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도 "경제는 가정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라면서 "특히 이혼이 그렇다. 경제 활동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이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이혼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금융 위기 기간 이혼 건수는 9만1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한국 가정에 영향을 얼마나 미칠까요? 조 교수는 "올해도 세계 금융 위기 때와 비슷하게 혼인·출생이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1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2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6%나 적었던 반면 사망자 수는 2만8000명이나 돼 1월 중에서는 인구가 처음으로 자연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는 1월20일 한국에서 처음 발생했으니, 그 본격적인 여파는 2월 인구 동향에서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는 통계청이 예상한 인구 자연 감소가 시작되는 첫해인데요. 코로나19는 이런 현상을 더 부채질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란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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