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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188년 전 원유전기마차, 전기차의 시작을 알리다

등록 2020.03.31 0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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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188년 전 원유전기마차, 전기차의 시작을 알리다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바야흐로 전기차 전성시대다. 2017년까지만 해도 국내 1만대 판매를 겨우 넘겼던 전기차는 지난해 3만3877대 판매를 기록했다.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완충시 주행거리 등 성능이 내연기관차에 근접할 정도로 좋아지며 소비자들의 수요가 급증세다.

업계에 따르면 2040년이 되면 판매되는 승용차의 57%, 전 세계 승용차의 30% 이상이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특히 새로 판매되는 시내버스의 전기차 비중은 81%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보다 늦게 시작됐을 것 같은 전기차의 시작은 놀랍게도 내연기관차보다 빨랐다. 영국의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은 1832년 '원유전기마차'를 발명했다. 1835년에는 네덜란드 출신 크리스토퍼 베커가 크기가 작은 전기자동차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1842년에는 미국의 토마스 데트와 영국의 로버트 데이비슨이 더욱 실용적인 전기차를 개발했다.

독일의 니콜라우스 오토가 1876년 근대적 의미의 가솔린엔진을 처음 개발했고, 최초의 자동차로 알려진 가솔린 삼륜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세상에 나온 것은 1885년임을 감안하면 전기차의 역사는 가솔린차에 비해 40~50년 앞선 것이다.

개발 초창기 충전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던 전기차는 1960년대 축전지 개발로 전기를 맞았다. 1965년 프랑스의 가스통 플란테가 '축전지'를 개발했고, 축전지는 전기차의 번창에 크게 기여했다. 188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전기박람회에서는 구스타프 트루베가 삼륜전기차를 선보였고, 1884년 공식적인 세계 첫 전기상용차가 탄생했다.

초창기 전기차는 속도가 상당히 느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냄새와 진동이 없고, 기어를 바꿀 필요도 없어서 상류층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며 '마담카'로 불렸다. 당시 내연기관차는 시동장치가 없어 차 밖에서 크랭크를 돌려야 했고, 냄새와 진동도 심했다. 

슈퍼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포르쉐도 120년 전 전기차를 내놨다. 포르쉐 창업자 페르디난드 포르쉐는 1898년 일명 'P1'이라 불리는 전기차를 선보였다. 500㎏의 배터리를 실은 이 차는 5마력의 최대 출력을 자랑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80㎞ 수준이었다.

발명왕 에디슨도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렸다. 에디슨은 1899년에 상업용 전기차를 위한 오래가고 강력한 배터리를 내놨다. 당시 최고 속력은 시속 32㎞정도였다. 하지만 배터리의 무게도 상당했고 가격도 비쌌다. 에디슨이 발명한 축전지는 상용 전기차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았지만 무게가 400㎏ 이상이었다. 7시간이 넘는 완충시간도 문제였다.

그래도 전기차는 승승장구했다. 1897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첫 전기차 택시가 선보였고, 1900년 미국의 도로 위에선 2000대가 넘는 전기차가 운행됐다. 1910년까지 전기차는 가장 많이 팔리는 차종이었다. 1912년에는 생산과 판매에서 정점을 찍었다. 1910년대에는 최대 3만 여대에 이상의 전기차가 미국 전역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를 쇠락으로 이끈 것은 유가폭락과 내연기관차였다. 1908년 자동차의 왕으로 알려진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방식으로 가격이 저렴한 가솔린 차 'T모델'을 공급했다. 무겁고, 충전기간이 비쌌던 전기차는 순식간에 경쟁력을 잃었다. 1920년 미국 텍사스에서 대형 유전이 개발되며 휘발유가격이 폭락하며 가솔린차 판매량은 더욱 폭증했고, 1930년 전기차는 완전히 인기를 잃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1990년대 지구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며 전기차는 다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일런 머스크의 테슬라는 2015년 전기차 모델S로 대박을 쳤고, 전통 디젤의 명가 BMW, 벤츠, 아우디 같은 독일의 완성차 업체부터 포르쉐, 재규어 같은 슈퍼카 브랜드까지 앞다퉈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각국 정부가 친환경 규제를 통해 탄소배출과 연비규제에 나서면서 전기차 시장은 더욱 활짝 꽃피울 전망이다. 배터리가격 하락도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2010년 $1183/kWh에 이르던 배터리팩 가격은 가파르게 하락해 지난해  $156/kWh로 떨어졌다. 2023년에는 '꿈의 가격'인 $100/kWh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배터리팩 가격이 $100/kWh가 되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원가가 동일한 수준이 된다.

유가하락과 내연기관차의 비상으로 설 자리를 잃었던 전기차는 친환경성과 기술력을 앞세워 한 세기만에 다시 미래차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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