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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만 큰도움은 글쎄"…상인들, 재난지원금에 시큰둥

등록 2020.03.30 18:5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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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득하위 70%까지 재난지원금 지급

1인 40만원, 2인 60만원 등 최대 100만원

"안 주는 것보다는 낫지만…" 대개 시큰둥

"이렇게 힘든 적이 없어, 큰 도움" 반응도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주말인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 가게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3.29.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주말인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 가게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3.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우리 가족이 3명인데, 뉴스에서 나온 대로라면 80만원 정도 받을 수 있겠다. 60만원 정도인 가게 한달 전기세 낼 수 있는 수준이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30일.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상권 중 한 곳인 서울 중구 명동의 상인들은 "안 주는 것보다는 낫다"면서도 "실제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이날 소득 하위 70% 이하인 1400만 가구를 대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중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가구 이상 100만원 등으로 차등 지원하게 된다.
 
정부 발표 후 명동에서 만난 상인 정모(65)씨는 "준다니 고맙게 받겠다"면서도 "우리처럼 매출이 아예 안 나오는 가게 등 특별히 더 힘든 사람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다 보니 실제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곳에서 10여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오후 4시20분까지 1만원짜리 생태탕을 두 그릇 팔아 2만원을 벌었다고 전했다. 정씨는 "명동이다 보니 가게 크기가 작아도 임대료가 500만원 정도"라면서 "임대료를 내는 게 불가능한 매출"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상인들을 위해 마련된 소상공인 대출도 큰 도움은 안 됐다고 전했다.

정씨는 "소상공인 대출을 해준다고 해서 이달 초에 신청을 했는데 아직까지 와보라는 말도 없다"며 "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 허가를 해줘야 한다는데,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얼마나 대출해 줄지 모른다"고 밝혔다.
 
정씨는 가게에서 일하던 주방장과 종업원 등 4명의 인건비를 챙겨줄 수 없어 일시 해고한 상태였다. 정씨는 "상황이 이런데 40만~100만원 줘봐야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며 "임대료에 보태기는 어렵고, 가게 냉장고가 여러 대라 전기세가 60만원 가량 나오는 데 (이 돈으로) 한 달 전기세는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의류가게에 있던 박모씨(35)도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박씨는 해당 의류가게 브랜드의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 브랜드 기업은 인건비 부담에 각 지점에 있던 매장 인력을 줄이고 박씨처럼 본사 직원을 직접 파견해 매장 관리를 맡기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말인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29.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주말인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29. [email protected]

  박씨는 "소득 수준을 따져 몇푼 지원해주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상점 점주들은 장사는 안 되는데 인건비나 임대료 등 고정지출은 그대로여서 부담이 너무 큰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관리하는 명동 매장의 경우 작년 이 맘 때와 비교해 매출이 거의 80~90%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매장 맞은 편에 있는 화장품 가게는 하루에 하나도 못 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씨는 "당장 얼마를 주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쓰인 돈은 이미 정부 재정에서 나간 것 아니냐"면서 "적재적소에 쓰여야 할 돈이 잘못 쓰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동은 임대료가 한 달에 5000만원 이상 되는 곳도 있는데, 100만원 지원해놓고 '이제 됐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장 도움이 절실한 때에 반가운 소식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명동 골목에서 1평 남짓한 크기의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양학태(82)씨는 "가게 크기가 작아 임대료가 50만원인데, 하루 매출은 1만원이 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면서 "할머니와 둘이 지내는데 긴급재난지원금으로 60만원이 나온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달내내 10만원도 못 벌고, 나라에서 20만원 정도 지원을 받고 있는 게 수익의 전부"라면서 "60여년을 장사했지만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는데 필요한 돈을 줘 다행"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소비 진작 효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금보다는 지역사랑상품권, 전자화폐 등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원금이 단기간 내 소비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약 9조~10조원에 이르는 재원이 지원되는 만큼 일정 부분 성장률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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