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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학생, 회사원…'박사방 그놈들' 평범한 이웃이었다

등록 2020.03.31 0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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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유·무료 회원 1만5000명 달해

경찰 "박사방 회원 중 시청 공무원 1명"

40대 회사원, "박사방에 돈 보내" 투신

"누가 봐도 모범적…주변 있을까 겁나"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마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뭉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 씨가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 씨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찍어 공유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와 이용자들의 면면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회사원과 학생 등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들을 경악하게 하고 있다. 

경찰이 박사방을 이용한 유·무료 회원들이 1만5000명에 달한다는 수사 결과를 밝힌 가운데, 이같이 잔혹하고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르고 이를 방관한 사람들이 자기 주변의 이웃일 수도 있다는 우려와 공포감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현재까지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박사방 유·무료 회원 1만5000여명의 닉네임을 확보했다.

전날 경찰 관계자는 "(방이) 없어졌다가 수차례 재개설된 것을 포함해 현재까지 이 정도로 추산됐다"며 "유료회원 일부가 특정돼 강제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사방에 들어간 회원이 1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경찰 조사 결과 이 중에는 시청 공무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떻게 공무원이 저런 방에 들어갈 수 있냐", "겉모습이 멀쩡하다고 해서 다 믿으면 안 되겠다" 등의 우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 경찰은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서울경찰청장과 출입기자단 정례 간담회에서 박사방 가입자 중 현재 시청 공무원 1명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6년 1월 임용된 거제시청 8급 공무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조주빈의 후계자로 알려진 '태평양' A(16)군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음란물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거주하는 이모(32)씨는 "박사방과 같은 악질적인 범죄에 연관되는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볼 일 없는 다른 세상 사람들이라고 믿었는데, 운영자는 학생이고 방에 공무원도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박모(30)씨는 "일반적인 야한 동영상도 아니고 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협박해서 얻어낸 영상물이라는 것을 알고도 이를 샀다는 사실이 소름끼친다"며 "왜 이런 방에 들어가는지 한심해 보이고 부도덕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 씨가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메신저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운영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 씨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박사방 가입자 중 1명이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인 지난 27일에는 40대 남성 회사원이 "텔레그램 박사방을 이용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영동대로 강남-강북 방향 중간 지점에서 한강에 투신했다.

투신 현장에서 발견된 이 남성의 가방에서는 "박사방에 돈을 넣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남성이 이날 오전 2시47분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에 돌입했지만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 역시 대학생 시절 학보사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봉사단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등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으로 자신을 감춘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조주빈은 박사방 운영으로 자신의 신상이 공개되기 전까지 수도권 소재 A봉사단체에서 '장애인 지원팀' 팀장을 맡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은 2018년 인천지역에서 보이스피싱·마약사범 신고 등 5차례 범인 검거에 기여하며 경찰로부터 보상금 총 140만원과 감사장을 받은 이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2월10일 조주빈은 한 인터넷 게시판에 '업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지난 주에 받은 상 자랑이다" 등의 내용을 적었다.

조주빈은 "천인공노할 보이스피싱 범죄자들 몇 명을 경찰분들과 공조해 검거했다"며 "형사분들을 도와드렸으니 이제 내가 도움을 받을 차례다. 삶은 업보의 연속"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거주하는 신모(32)씨는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 "경찰의 범인 검거를 돕고 봉사활동을 할 정도면 누가 봐도 모범적인 학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런 사람이 평범한 척 내 주변에도 있지는 않을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조주빈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아동 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돈을 받고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스스로를 박사로 칭하며 피해 여성들에게 몸에 칼로 '노예'라고 새기게 하는 등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76명으로 이 중 미성년자는 16명이다.

조주빈에게는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아동음란물제작) 및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가 적용됐다.

조주빈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취재진 앞에 선 자리에서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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