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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암호' 입닫은 조주빈…감추고 싶은 사생활 있다?

등록 2020.03.31 15: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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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극단적 선택 한 수사관

약 4개월만에 휴대전화 암호 풀어내

같은 기종 사용한 조주빈, 진술 안해

"영어까지 넣었으면, 장비로도 반년"

변호사 "고민 중인데 결정 못 내린듯"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박사')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착취 등 혐의는 시인하면서도 휴대전화 암호에 대해서는 함구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사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31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조주빈은 자택에서 검거됐고, 그 당시 총 9대의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었다. 경찰은 이 중 7대에 대한 암호를 풀어 분석을 마쳤지만, 범행 이전에 사용됐거나 초기화 상태 등으로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나머지 휴대전화 2대에서 그의 범행 관련 자료들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휴대전화 2대 중 한대는 조주빈이 집 안 소파에 숨겨놓은 갤럭시였고, 한대는 몸에 소지하고 있던 아이폰X 기종이었다. 

경찰은 이 외에도 조주빈의 암호화된 노트북 등도 확보한 상황이다.

그런데 조주빈은 자신의 범행을 모두 시인하면서도 휴대전화 암호에 관한 진술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서울경찰청장과 출입기자단의 정례 간담회에서 "분석하지 않은 것 중 숨기려는 부분이 있는 휴대전화 분석이 안 끝났다"고 말했다.

조주빈이 자신의 휴대전화 보안에 유독 집착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러정황상 이 휴대전화 단말기에 '스모킹건'이 될만한 자료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검찰도 같은 판단이다. 잠겨있는 조주빈의 아이폰X의 보안을 푸는데 수사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위해 경찰은 이스라엘의 한 보안업체 장비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암호 해제 작업에 사용된) 툴이 무엇인지 등은 회사를 홍보해주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고 수사 기밀이므로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이 이런 장비를 투입하더라도 조주빈의 아이폰X를 잠금해제 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회장은 "아이폰X의 암호해제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데, (사망한 검찰수사관의 아이폰X 잠금 해제는) 엄청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휴대전화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상태나 들여온 (암호 해제) 장비의 종류 등이 수사내용이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아 어떤 경로로 풀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어 "계속 암호를 풀려고 시도하다 보면 휴대전화가 잠기기 때문에 '복제폰'을 만들어서 무작위 데이터를 계속 입력하는 등 프로그램을 대입해 풀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는 있다"면서도 "(조주빈 휴대전화 암호 해제) 기간이 얼마나 걸릴 수 있는지는 사실상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도 "아이폰은 숫자나 영어 6가지로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숫자로만 했을 경우 가지 수가 100만개"라며 "10번 비밀번호 오입력시 초기화되는 기능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이스라엘의 셀레브라이트라는 업체에서 툴을 하나 만들었다. (이를 통해) 숫자로만 구성했다고 가정하면 이르면 한 달 반에서 두달, 길게는 석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조주빈은 보안에 철저했기 때문에 문자(영어)까지 포함시켰을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다면 셀레브라이트로도 반 년 이상 넘게 걸리고 (일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주빈의 변호를 맡은 김호제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들과 만나 휴대전화 수사 협조 여부에 관한 질문에 "그게 반드시 협조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며, "물론 잘못한 사람이 뻔뻔하게 그럴 수 있느냐는 얘기를 할 수 있지만 감추고 싶은 사생활이 있을 수 있다. 본인도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 못 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조주빈은 지난 25일 검찰에 송치돼 그 이튿날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조주빈에게는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아동음란물제작) 및 강제추행·협박·강요·사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개인정보 제공),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12개 혐의가 적용됐다.
 
한편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최근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검찰 수사관 A씨가 사용했던 아이폰X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문자 내역, 인터넷 검색 기록 등 분석 작업에 돌입했다. A씨가 지난해 12월1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숨진 채 발견된지 약 4개월 만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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