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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中우한 시민 "봉쇄령 해제 D-7…한때는 베란다 나가는 것도 불안"

등록 2020.04.01 17: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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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설 보내기 위해 고향 왔다 발 묶여

"주민들, 생필품 공동구매하며 봉쇄 기간 버텨"

"봉쇄된 우한에 도움의 손길…우한 특가 상품도"

[서울=뉴시스]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리지(李直·가명)는 가족과 함께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지난 1월 고향인 우한으로 돌아온 후 발이 묶였다. 사진은 모두 리지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왼쪽은 봉쇄령이 발령된 이후인 2월 중순께 집 근처 식료품 가게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은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이다. 2020.4.1.

[서울=뉴시스]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리지(李直·가명)는 가족과 함께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지난 1월 고향인 우한으로 돌아온 후 발이 묶였다. 사진은 모두 리지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왼쪽은 봉쇄령이 발령된 이후인 2월 중순께 집 근처 식료품 가게에서 찍은 사진, 오른쪽은 배달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이다. 2020.4.1.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의 봉쇄가 오는 4월8일 풀린다. 약 80여일 만의 봉쇄 해제령이다.

지난 80일 우한에서의 삶은 어떻게 흘렀을까.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는 리지(李直·가명)는 가족과 함께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지난 1월 고향인 우한으로 돌아온 후 발이 묶였다.

뉴시스는 1일 우한 내부 사정을 알기 위해 현지에 있는 리지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에는 이메일을 통해 서면으로 진행됐다.

-우한이 고향인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 진학을 위해 베이징으로 가기 전까지 우한에 거주했다. 현재는 싱가포르의 기술기업(IT) 회사에서 제품 매니저로 일한다"

-우한 봉쇄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우한에 돌아온 게 언제쯤인가?

"고향에 설 연휴를 보내기 위해 지난 1월19일 싱가포르에서 우한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지난해 12월 말께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해 사람들이 감염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나는 싱가포르에 있었고, 당시 태국 등지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는 기사를 접했었다. 집으로 오는 비행기에서는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하고 이동했다."

-갑작스럽게 우한이 봉쇄됐다. 집 밖으로 전혀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나?

"1월23일 주요 대중 교통의 운행이 모두 중단되며 봉쇄가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주민들의 이동을 제재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엄격한 이동제한은 이뤄지진 않았다. 다만 주민들이 (코로나19 감염의) 공포 때문에 자발적으로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였다. 몇몇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기 위해 편의점, 약국, 슈퍼마켓 정도를 찾았고, 병원 때문에 외출을 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이동제한을 위한 엄격한 규칙들이 시행됐다. 여러 주민들이 모여사는 건물은 (외출을 제한하기 위해) 출입문을 하나로 통일했다. 이동제한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관리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이다."

[우한=신화/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지하철 운행은 지난달 28일 재개됐다. 사진은 마스크를 쓴 우한의 승객들이 지하철로 이동하는 모습. 2020.4.1.

[우한=신화/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지하철 운행은 지난달 28일 재개됐다. 사진은 마스크를 쓴 우한의 승객들이 지하철로 이동하는 모습. 2020.4.1.



-당국은 꼭 필요한 경우엔 외출을 허가했다던데.

"적절한 사유가 있어야했다. 예를 들면 혼자 사는 노인의 부양, 다른 지역으로의 출퇴근이 불가피한 경우 등이다. 우리 아버지는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조부모님 댁에 방문해야 했다. 외출허가증도 발급받았다."

-거의 두 달 동안 출근을 못했다. 생계에도 영향을 미쳤을 텐데?

"IT 업계에서 일하기 때문에 원격 근무가 가능했다. 휴가가 끝난 후 2월부터 (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덕분에 재정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재택근무 덕분에 (코로나19 사태가 아닌) 다른 일에 집중을 할 수 있어 오히려 다행이었다. 또 매일 규칙적인 일과도 유지할 수 있었다."

-먹을 거리는 충분했나? 생필품은 어떻게 구했나?

"설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거의 모든 집들은 음식을 충분히 마련해둔 상태였다. 또 근처에 문을 연 편의점도 있었고, 음식은 식당에서 배달을 시킬 수도 있었다. 최근에는 몇몇 식당이 영업도 재개했다. 봉쇄 기간 동안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생필품) 판매업자들에 직접 연락해 공동구매를 하기도 했다. 후베이성 주민을 위한 특별한 온라인 판매도 있었다. (온라인으로) 단돈 60위안(약 1만원)에 마스크 5개와 요거트를 구입한 적도 있다."

-코로나19 감염의 공포가 상당했을 것 같다. 주변 분위기는 어땠나?

"봉쇄가 시작된 초기 단계에 (코로나19 확산의) 공포가 상당했다. 솔직히 우리집 베란다에 나가는 것조차 안전한지 확신하기 힘들었다. 약 20일이 지나고 가족 중 아무도 감염되지 않은 걸 확인한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이웃들도 지금은 낙관적이다.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하지 못한 노인들도 온라인 공동구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본인의 건강 상태는 어떠한가? 마스크는 충분한가?

"매우 건강하다. 밖에 자주 나가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1달을 쓸 수 있는 마스크가 구비돼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도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주변에 사망자는 없나?

"다행히도 나와 함께 사는 식구는 물론 멀리 살고 있는 가족들도 모두 양호하다. 내가 사는 건물에서도 사망 소식은 없다."

-외신을 보면 후베이성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는 분위기다. 우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인가?

"뉴스를 보면 환진자 수 증가폭은 줄어들었다.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19 확산 통제에 실패하자 해외에서 거주하거나 공부를 하던 주변 사람들도 돌아오는 모습이다. 후베이성 지역의 봉쇄는 지난 25일 0시부터 해제됐다. 우한은 오는 4월8일부터 봉쇄가 해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같은 변화를 직접 보기 위해서는 며칠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우한=신화/뉴시스]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장한 임시병원 앞에서 허난성 의료진이 폐원 기념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한국제전시관을 개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받았던 이 임시병원이 환자가 모두 퇴원하며 이날 오후 문을 닫았다. 우한의 봉쇄는 오는 8일 전격 해제된다. 2020.4.1.

[우한=신화/뉴시스]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장한 임시병원 앞에서 허난성 의료진이 폐원 기념식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한국제전시관을 개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받았던 이 임시병원이 환자가 모두 퇴원하며 이날 오후 문을 닫았다. 우한의 봉쇄는 오는 8일 전격 해제된다. 2020.4.1.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 우한에 대한 공포가 짙어졌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 우한은 어떤 도시였나?

"우한은 지난 2세기 동안 역사적으로 많은 사건이 일어난 도시다. 식민지 시대 양쯔강을 따라 서양에 개항한 최초의 항구 도시이기도 하다. 중국 역사상 최초로 공화국이 수립된 신해혁명(1911년)의 발상지다. 또한 현재는 중국 중부의 가장 크고 현대화된 도시 중 하나다. 중국 한 가운데 위치해 있어 최근에는 교통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교통이 빠르게 발전해) 우한을 떠난 지 10년이 넘은 나는 지하철 시스템도 익숙하지 않을 정도다.

현재 세계 많은 곳에서 지난 1월과 2월께의 우한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때문에 우한, 혹은 후베이성, 혹은 중국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 역시 코로나19에 큰 피해를 입은 국가다. 한국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 언젠가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고, 우리 함께 그날을 지켜봤으면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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