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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서 출토된 곰뼈…가죽은 신라인들 깃발용"

등록 2020.04.01 15: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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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경주 월성 출토 곰뼈와 곰뼈 표본.(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4.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경주 월성 출토 곰뼈와 곰뼈 표본.(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4.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 경주 월성에서 출토된 곰뼈를 바탕으로 신라인들은 곰의 가죽으로 깃발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경주 월성의 해자에서 확인한 유기질 유물들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연구소는 이번 성과를 당초 오는 7월에서 내년 7월로 연기된 체코 프라하 세계고고학대회(World Archaeology Congress)에서 발표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월성에서 출토된 곰뼈에 대한 심화연구를 통해 당시 신라시대 사람들이 곰을 어떻게 활용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다른 유적에 비해 월성에서는 비교적 많은 곰뼈가 확인됐으며 연구 결과 이는 반달가슴곰의 뼈로 판단돼 한반도 곰의 계보를 추정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또 삼국사기에 기록된 신라 사람들의 곰 가죽 이용에 대한 내용도 고고학적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삼국사기 기록에는 '제감화(弟監花)'와 곰의 뺨가죽(熊頰皮), '군사감화(軍師監花)'와 곰의 가슴가죽(熊胷皮), '대장척당주화(大匠尺幢主花)'와 곰의 팔가죽(熊臂皮)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여기서 '화(花)'는 군대의 깃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곰의 가죽을 사용할 것을 특정해 언급한 점이 파악됐다.

신라시대 반달가슴곰이 월성으로 온 경로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월성 주변의 공방지가 조사됐고 해체흔이 뼈에서 확인된 점을 볼 때 가공은 월성 주변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신라시대 씨앗과 열매 등 각종 식물과 곡식에 대한 연구 성과도 얻었다. 연구소는 지난해 4월까지 국내 발굴조사상 가장 많은 수량인 63종의 신라시대 씨앗과 열매를 월성 주변에서 확인했고 이후 10여종을 추가로 더 확인했다.

[서울=뉴시스] 고대 신라 씨앗 분류 모습.(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4.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대 신라 씨앗 분류 모습.(사진=문화재청 제공) 2020.4.1 [email protected]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5세기 신라인들이 왕궁에서 가시연꽃이 가득 핀 해자를 보면서 걷고 느티나무 숲에서 휴식을 취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월성에서 확인한 대표적인 씨앗은 오동나무 씨앗과 피마자 씨앗(아주까리) 등이었다. 5세기 오동나무 씨앗과 피마자 씨앗이 고대 유적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 결과를 발표할 세계고고학대회는 10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고고학 연구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포럼이다. 연구소는 내년 대회에서 5세기 고대 신라의 왕궁을 둘러싸고 있던 월성 숲의 고환경 연구 성과와 복원의 청사진을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2017년 국내 처음으로 발굴조사단에 고환경연구팀을 만들어 고대 신라의 역사·문화 복원을 시도했다. 고환경 연구는 발굴조사만으로 알기 어려운 옛사람과 주변 환경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으로 유적에서 발견되는 각종 유기물질이 옛사람들의 먹거리와 주변 경관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러한 연구 과정과 성과를 소개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오는 9월에 국내에서 개최 예정인 학술대회에서 고환경 연구 성과와 방향성을 우선 공유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하고 치밀한 고환경 연구를 통해 신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과 환경을 복원해 나가고자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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