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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양동근 "꿀잠을 잔 것 같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등록 2020.04.01 17:13:55수정 2020.04.13 09: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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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첫 번째 통합우승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은퇴라는 말 입에 달고 살아, 아쉬움 크지 않다"

"유재학 감독, 내가 이 자리에 있도록 만들어주신 분"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은퇴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0.04.0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은퇴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0.04.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은퇴를 선언한 한국 남자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양동근(39·울산 현대모비스)이 "꿀잠을 잔 것 같은, 꿈 같은 시간들이 지나간 것 같다"며 선수 생활을 되돌아봤다.

양동근은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은퇴하는 소회와 지도자로 나설 새 삶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양동근은 미리 준비한 은퇴사를 찬찬히 읽어나갔다.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눈물을 쏟아냈다.

양동근은 "팬들이 아쉬워하실 것 같다. 이렇게 마무리된 것이 아쉽기는 하다. (크리스 윌리엄스의 등번호인)33번을 달고 뛰고 싶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며 "울산동천체육관에서 팬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느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현대모비스 구단과 열렬한 응원을 보내준 팬, 그간 함께 해 온 유재학 감독과 동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준 지원 스태프에 차례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2017년 세상을 떠난 옛 팀 동료 크리스 윌리엄스를 떠올리며 "그 친구는 잊을 수 없는 친구다. 하늘에서 응원을 많이 해줄 것"이라며 "Thank you so much, my brother"이라고 인사했다.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며 울먹이기 시작한 양동근은 "어릴 때 부모님 말을 굉장히 안 들었다. 공부도 안하고 학원도 안 다녔다. 농구를 시켜달라고 엄청 졸랐고, 반대를 많이 하시다 결국 한 번 해보라고 하셨다"며 "우리 부모님의 희생이 없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뒤 눈물을 흘렸다.

양동근은 "철 모르고 겁없던 시절에 예쁜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은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아들은 무득점을 하고 와도 잘했다고 박수를 쳐준다. 그것이 나를 40세까지 버티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다. 나는 아빠 역할을 해주지 못했는데, 그간 못해줬던 것을 많이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농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이 '쏘리(Sorry)'와 '땡큐(Thank you)'였다고 전한 양동근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패스를 못 줘서 쏘리라고 말하고, 내가 못 넣은 것을 그 친구들이 잡아 넣어줘서 땡큐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양동근은 "내가 감히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다쳐서 내일부터 부상으로 경기를 못 뛰게 되도 오늘 열심히 한 것으로 만족하자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건재한 모습을 보였기에 은퇴가 이르다는 시선도 있지만, 양동근은 "상무에 가서 발목 수술을 한 뒤 은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은퇴라는 말을 달고 살았고,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양동근은 은퇴사를 마무리하면서 "긴 꿀잠을 잔 것 같은, 꿈 같은 시간들이 지나간 것 같다. 꿈은 지금까지 감사하다고 말한 분들이 계셔서 꿀 수 있었다"며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주셨던 사랑을 잊지 않고 보답할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양동근과의 일문일답.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0.04.0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0.04.01. [email protected]

-프로 입단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첫 번째 통합우승 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모든 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굳이 꼽자면 두 가지다. 성적이 좋든 안좋든 내가 뛰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순간에 오니까 모든 순간이 소중했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돌이켜보면 유재학 감독이 어떤 존재인가.

"어릴 때는 굉장히 냉정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냉정함보다 정이 많으시다는 것을 느꼈다. 준비가 워낙 철저한 것은 모든 분들이 알고 있다. 미팅을 할 때 우리가 못 본 것을 질문하신다. 나도 잘 모르겠더라. 감독님이 집어주시면 다시 보게 되더라. '그래서 말씀하셨구나' 생각한다. 많이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제가 이 자리에 있도록 만들어주신 분이다."

-꿈꿔 온 은퇴의 순간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은퇴는 FA 때마다 매번 생각했다. 올해 결정했지만, 지난해에 은퇴했어도 나의 결정이기 때문에 나쁜 결정이 됐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우리 팀 선수들과 경쟁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경기를 뛰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 힘들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해서 은퇴 결정을 내렸다. 특별하게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경기가 있나.

"그건 우리 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아들이 농구를 더 많이 보고, 나에게 알려준다. 무득점을 하고 와도 잘했다고 하니 모든 경기가 자랑스럽지 않았겠나."

-아내는 어떤 말을 해줬나. 가족들의 반응은.

"은퇴는 내가 입에 달고 살았다. 집에서는 더 이야기를 많이 했을 것이다. '은퇴할까'라는 말을 밥먹듯이 했다. 알고 있었을 것 같다. 나의 결정을 존중해줬다. 항상 준비해와서 당황스러워하지 않았다. 다만 시즌이 이렇게 끝나서 아쉬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한 경기를 뛸 수 있다면 누구랑 뛰고 싶나.

"학창시절에 함께 했던 선수들이랑 뛰어보는 것이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에는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내가 많이 못 뛰었다. 김도수가 초등학교 때 농구를 했고, 저 때문에 농구를 시작했고, 같은 반이었다. 김도수를 꼽고 싶다. (조)성민이. 항상 마음 속에 있는 동생이다. 크리스 윌리엄스도다. 함지훈은 너무 많이 같이 뛰어서 지겨워서 빼겠다. 이종현. 부상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던 선수라 한 번 뛰고 싶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유재학 감독의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0.04.0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이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해 유재학 감독의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0.04.01. [email protected]

-데뷔 후 상대한 선후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상대는.

"너무 많다. 누구 한 명을 꼽기 힘들다. 신인 때 상대했던 가드 형님들의 스타일이 워낙 다 다르다. 영상을 많이 봤다. 까다로운 선수를 한 명 꼽기는 힘들 것 같다. 다 상대하기 힘들었다. 너무 다른 스타일의 가드였고, 그래서 나도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를 계획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올해 계획은 공부를 하면서 쉬고 싶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라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어떻게 이해시켰는지 지금도 배우고 있다. 아직 배워야할 것이 많다. 일단 더 많이 배워서, 나만의 색깔을 가진 지도자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역대 최고라는 말을 듣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최고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그렇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 기사들이 올라와서 욕을 많이 하더라. 속상하다. 선수들도 상처를 많이 받는다. 선수들이 뭘하든 덜 미워해줬으면 좋겠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열심히 뛴 선수지, 최고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은퇴하는 시점에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팬 분들에게는 열심히 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 선수들이 '아 양동근이랑 뛰었을 때가 좋았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면 성공한 농구 인생이 아닌가 생각한다."

-등번호 6번이 영구결번이 됐다. 6번을 달게 된 사연이나 의미가 있나.

"신인 때 남은 등번호가 3번, 6번이었다. 감독님이 왜 안고르냐고 하더라. 고민 중이라고 했더니 '6번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네'라고 대답하고 달았다. 감독님이 6번을 달고 선수 생활을 하시지 않았나. 말하신 적은 없는데 6번을 물려주셨다고 생각한다."

-은퇴 경기를 꿈꾼 적은 없나.

"그런 꿈은 많이 꾼다. 속으로 '아 올해까지만 하고 관두겠다' 생각은 항상 해왔던 것이다. 은퇴 투어는 제가 받아야할 건 아닌 것 같다. 제가 그렇게까지 해야할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은퇴를 정해놓고 뛰는 시즌은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동기부여도 많이 안생길 것 같더라. 꿈만 꿔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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