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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걱정 마세요. 원격수업, 50대 교사도 쉽게 할 수 있어요"

등록 2020.04.02 13: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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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청, 교사 120명 온라인 강의 연수 열기

평소와 달리 긴장… 조는 교사 한 명도 없어

혼란스런 교사들 "하다보면 답 찾을 수 있을것"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원격수업 교사 연수'에 참석한 한 고등학교 교사가 강의를 듣고 있다. 2020.04.02. gorgeouskoo@newsis.com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원격수업 교사 연수'에 참석한 한 고등학교 교사가 강의를 듣고 있다. 2020.04.02.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도통 무슨 얘기인지…"

2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지하 1층 대강당. 울산지역 고등학교 교사들의 시선이 무대위로 일제히 쏠렸다. 무대 위에서는 남목고등학교 곽상호 교사가 'EBS클래스 활용법' 강의를 한창 진행중이었다.  

강의를 듣던 머리카락이 희끗한 한 50대 교사는 "허허 온라인강의에 익숙치 않은 세대라 그런지 내용이 어렵네요. 그래도 듣다 보면 답을 찾지 않겠습니다"라며 멋쩍은듯 웃었다.

곽 교사는 50대 교사의 속을 들여다본듯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교사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이날 시교육청은 오전·오후로 나눠 중고등학교 교사 120명을 상대로 '원격수업 교사연수'를 마련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온라인개학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강당에 두세칸씩 좌석을 띄워 앉은 교사들의 표정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연수는 지역 내 고등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진행됐다. 63명이 학교 대표로 참석했다. 이들의 의무감은 막중하다. 이날 들은 강의 내용을 각 학교 교사들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여느 연수와 달리 조는 교사도, 잡담하는 교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원격수업 교사 연수'에 참석한 한 고등학교 교사가 휴대전화로 강의 내용을 촬영하고 있다. 2020.04.02. gorgeouskoo@newsis.com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원격수업 교사 연수'에 참석한 한 고등학교 교사가 휴대전화로 강의 내용을 촬영하고 있다. 2020.04.02.  [email protected]



이따금 '찰칵 찰칵' 휴대 전화로 강의 내용을 찍는 촬영음 정도만 들렸다. 마스크로 가려진 탓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야말로 강의에 집중하는 교사들만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 교사들은 직접 준비한 노트에 강의 내용을 빽빽이 적어 내려갔다. 강의 내용을 놓칠세라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하는 교사들도 여기저기 보였다.

"'EBS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하는 선생님들은 새 강좌 만들기 목록을 클릭해 강의를 등록하시면 됩니다"라는 강의자로 나선 곽 교사의 농담에도 좌중에서는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곽 교사의 강의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한 선생님이 번쩍 손을 들었다.

이 교사는 “오늘 강의 내용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 달라. 찬찬히 보면서 복습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교사 강의에 이어 울산과학고 김은정 교사의 ‘수업 영상 간단 제작 방법’을 주제로 강의가 시작됐다.

김 교사는 영상 편집법과 편집이 마무리된 영상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도록 파일을 변환하는 기술을 쉽게 설명했다.
김 교사는 "한번 해보시면 잘 하실 수 있다"며 계속해서 교사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이날 연수를 수강한 교사들은 대부분 30~40대로 젊은 축에 속하지만 이따금씩 보이는 50대 이상 교사들에게는 동영상 촬영과 편집기술은 어렵고 낯설기만 했다.

교사생활 30년차인 50대 한 부장교사는 "동영상 제작에 능한 젊은 교사들과는 달리 우리 세대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며 "여러번 듣고 따라하다 보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열심히 수업을 듣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50대 교사는 "고3을 담당하다보니 수업도 신경써야 하는데 원격수업 강의법까지 배워야 해 신경 쓰이는게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연수가 끝나고 또 학교로 돌아가 동영상 촬영·편집 등 배운 기술을 연습해야한다. 요즘ㅇㅣ 교사생활 중 가장 바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울산 남목고 곽성호 교사가 2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원격수업 교사 연수'에서 'EBS 클래스 활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2020.04.02. gorgeouskoo@newsis.com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울산 남목고 곽성호 교사가 2일 오전 울산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원격수업 교사 연수'에서 'EBS 클래스 활용법'을 강의하고 있다. 2020.04.02.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여파로 초·중·고교에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한다.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오는 9일에 개학하고, 나머지 학년은 16일과 20일에 차례대로 온라인으로 개학해 원격수업을 시작한다.

울산시교육청은 모든 학생들이 원격수업 참여가 가능토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학습 콘텐츠, 플랫폼, 스마트기기 대여 등 인프라구축과 지원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

또 교원역량 강화를 위해 원격수업 설계와 콘텐츠 활용 역량 높이기 위한 교원 연수와 컨설팅을 지원하고, 원격학습 교사 지원단 인력을 20명으로 확대해 현장지원과 상담을 강화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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