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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체험해보니 영상시청·게임 못 막아…전원 집중 유도 한계도

등록 2020.04.02 14:39:34수정 2020.04.02 16: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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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쌍방향 수업 '줌' 활용…피드백까지 플랫폼 5종 활용

학생 피드백에 방점…복습은 용이하나 초기 적응 시간 필요

[서울=뉴시스]경북 한국생명과학고 김수정 교사가 온라인개학을 일주일 앞두고 2일 오전 취재진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한국생명과학고 제공) 2020.04.02

[서울=뉴시스]경북 한국생명과학고 김수정 교사가 온라인개학을 일주일 앞두고 2일 오전 취재진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한국생명과학고 제공) 2020.04.02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여러분, 지금까지 필기한 공책 사진 찍어서 채팅방에 올려보세요. 딱 1분만 줄게요."

경북 안동에 위치한 생명과학고 김수정 교사가 2일 오전 10시부터 약 30분 동안 취재진 40여 명을 대상으로 원격수업을 시연했다.

교육부는 9일 중·고등학생 3학년부터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시연 자리를 마련했다.

김 교사는 원격수업을 위해 총 5가지 소프트웨어와 웹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기본적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위한 플랫폼은 줌(zoom), 기본적인 교사-학생 간 소통을 위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이용했다.

출석을 확인하거나 임의로 발표자를 고를 때에는 무료 학급경영도구인 클래스123(class123)을, 학습자료를 띄워 손 필기를 할 때에는 '원노트'(onenote)를 이용했다. 마지막 피드백에는 구글 폼을 활용했다.

수업 준비를 위해 교육부는 하루 전인 1일 줌과 카카오톡 등 두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방법을 배포했다.

학생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원격수업 링크 주소를 따라 입장할 수 있다. 적어도 5분 전에는 원격교실에 입장해야만 마이크와 카메라 상태를 확인하며 여유 있게 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

만약 학생이 수업을 듣다가 인터넷·PC 오류로 튕겨져 나가더라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교사에게 상황을 전한 후 재접속할 수 있다.

김 교사는 처음 학생들의 이름을 차례차례 불렀다. 학생들은 각기 좌측 하단의 마이크를 켜고 닫기 버튼을 클릭해야 출석으로 인정된다. 출석을 부르는 동안에도 선생님의 소리가 들리지 않거나 마이크·캠이 작동하지 않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수업 주제는 '전특작 재배 작물의 파종육묘' 단원이다.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필기를 할 것을 강조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교사 얼굴을 비춘 카메라 또는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게 된다. 모니터 화면에는 웹브라우저 또는 메모기능이 띄워져 학생들에게 그림 또는 글씨를 써가며 설명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수업 도중 마이크를 켜거나 채팅 기능을 이용해 질문을 할 수 있다. 공개적인 질문이 부끄러운 학생이라면 선생님에게만 비공개로 질문을 할 수 있다.

수업이 끝날 때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필기한 공책을 사진으로 찍어 채팅방에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잘 집중해서 수업을 들었는지 확인하며 태도를 바로 잡기 위해서다.

또한 채팅방에 구글폼 설문조사 페이지를 띄워 학생들에게 답변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름과 학년, 수업 관련 주관식 질문 1~2문항에 답해 제출하면 학생의 수업 피드백 근거이자 출석 자료로 확인될 수 있다. 독후감이나 서술형 답변이 필요한 과제도 별도로 제출도 가능하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동영상과 과제 위주 원격수업보다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지만 기술 특성상 한계는 있다.

교사 혼자 설명을 할 때에는 비교적 집중이 용이했지만 김 교사는 중간중간 학생들의 반응을 듣고자 모두의 마이크 소리가 들리도록 학생 전원의 '음소거 해제'를 설정할 때에는 여러 소리가 뒤섞였다.

동시다발적으로 학생 40여명의 배경 TV소리나 전화 통화,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 등 음향이 겹치며 교사의 설명이 들리지 않는 지경이 되자 김 교사는 곧 모두의 소리를 다시 껐다.

쌍방향으로 학생들의 얼굴이나 피드백을 바로 확인할 수는 있지만 교실 안 대면수업처럼 상호 조용한 환경에서 매끄러운 대화가 이뤄지기에는 한계가 분명해보였다.

학생마다 컴퓨터 모니터가 교사에게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학생이 다른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한다면 막지 못한다. 나이가 어린 학생일수록 가정에서 학습을 지원해줄 어른이 없다면 집중도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청각장애가 있는 학생을 위한 실시간 자막 지원도 현재로서는 어렵다.

다만 줌 플랫폼에는 미리 설정을 한다면 영상을 저장해서 다시 돌려볼 수 있어, 잠시 설명을 놓치더라도 친구 필기를 빌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첫 시연은 매끄럽지는 않았으나 초기 적응기간이 지나면 곧잘 익숙해진다는 게 교육부와 김교사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특히 스마트기기와 프로그램 사용에 익숙한 중·고등학생들은 빠르게 적응할 수도 있다. 교육부는 9일부터 순차적 개학을 할 때 첫 이틀씩 적응기간으로 설정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을 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지금까지 4번 진행했는데 재미있고 아이들도 좋아한다"며 "이제는 아이들도 새로운 수업방식에 익숙해졌고 수업을 하지 않는 날에도 단체채팅방에서 먼저 말을 걸어올 정도"라고 전했다.

이처럼 낯선 원격기술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교실 안 수업처럼 교육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심리적 친밀감과 신뢰관계인 '라포'(rapport)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과와 수업 특성에 따라 활용하는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교사별로 찾아가도록 하는 시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사가 '줌'을 선택한 이유는 스마트폰과 PC 모두 접속 가능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원격수업 기기 준비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김 교사는 "향후에는 메신저 기반 헙업도구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를 활용해 수업을 할 것"이라며 "오늘(2일)도 오후에 원격수업 연수가 있다. 분명 처음에는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딱 1번만 수업을 해보면 그 이후에는 충분히 수업이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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