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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격전지]순천 갑, 여당 전략 공천 후보 vs 무소속

등록 2020.04.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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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철-김선동-노관규’향한 순천 민심 예측 불허

민주당 전략공천·선거구 획정 반발 및 심판적 선거

소병철 "해룡면 되돌려오지 못하면 정치 생명 끝"

노관규 "오만한 세력과 싸워 순천 자존심 찾을 것"

제21대 총선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 선거구에서 표밭 가는 후보들

제21대 총선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 갑 선거구에서 표밭 가는 후보들

[순천=뉴시스]김석훈 기자 =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기형적 분구로 시민 분노가 들끓은 전남 순천의 선택은 누구로 향할까.

전남의 핵심 도시이면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투표율 81.8%로 전남 1위, 당선자 득표율 67.81%로 전국 최고의 선택을 했던 순천의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향배를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공천한 소병철 후보와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한 노관규 후보의 '혈투'가 불 보듯 하기 때문이다.

순천은 2011년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이후 지난 10년간 민주노동당 김선동과 새누리당 이정현을 뽑았던 곳으로 '호남 하면 민주당'이라는 공식이 전혀 들어맞지 않은 곳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노관규, 서갑원, 장만채 예비후보가 경선전에 올인했으나, 제대로 된 경선을 치러보기도 전에 순천을 쪼개는 기형적 선거구 획정과 당 후보 전략 공천으로 선거판은 축제를 원했던 시민 기대와 달랐다.

순천은 애초에 인구 상한선에 따라 2명의 국회의원 선출이 기대됐다. 이 경우 꾸준히 선거판을 두드렸던 민주당 소속의 노관규, 서갑원, 장만채 예비후보와 순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는 민중당 김선동이 사이좋게 경합을 벌이면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결과가 당연히 예측됐다.

하지만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인구 5만5000명의 순천 신대지구가 위치한 해룡면을 광양·곡성·구례로 편입시켜 '순천·광양·곡성·구례 을'로 분구하는 게리맨더링식 선거구 획정을 합의해 민심을 분노케 했다. 해룡면이 왜 기존 광양·곡성·구례지역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에 합당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해룡면을 뺀 순천 도심 대부분은 기존과 변함이 없음에도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지역으로 이름만 바뀐 데다, 기껏 준비했던 예비후보 경선 잔치가 전략 공천으로 물거품이 되는 쓰라림을 후보뿐만 아니라 지지자들도 함께 맛봐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지역 출마를 포기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순천은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으로 획정되면서 대구고검장 출신의 민주당 소병철(62) 후보와 '최루탄'으로 대표되는 김선동(52) 민중당 후보, 노관규(59) 무소속 후보의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해룡면이 고향인 소 후보는 민주당 인재영입 4호로 전략공천을 받았다.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무난한 선거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순천의 터줏대감이면서 무소속 출마를 결행한 노 후보의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을 지낸 민중당 김선동 후보의 노동자들과 함께 달리는 추격전도 만만치 않다.

소 후보는 성동초, 순천중, 광주일고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25회 사법시험 합격 후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대구고검 검사장, 법무연수원장, 전남 미래전략 자문기구인 신성장추진위원 등을 지냈으며 검찰 퇴직 후 변호사보다는 대학강단에 올라 순천대와 농협대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다.

소 후보는 “순천 해룡면을 되돌려 오지 못한다면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이라면서 "해룡면을 되찾아오겠다"고 강조했다. 또 ”참여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법무검찰개혁을 기획한 사람으로 누구보다도 검찰을 잘 알고 있는 저에게 (당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소임을 요청했다“고 향후 할 일에 무게를 뒀다.

소 후보와 접전을 벌이며 선거판의 폭풍으로 떠오른 주역은 단연 무소속 출마에 나선 같은 검사 출신이자 순천시장을 지낸 노 후보다.

매산고를 졸업한 뒤 구로공단에서 노동일을 하다가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사법시험에 도전해 이뤄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계기로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해 국회 입성의 꿈을 꿨으나 16대와 17대 연이어 낙선하고 민선 4기와 5기 순천시장으로 힘썼다.

19대와 20대 총선에도 나섰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번 21대 역시 경선도 치러보지 못하고 꿈을 접을 뻔하다가 고심 끝에 무소속으로 나섰다.

노 후보는 "이번 선거는 헌법과 법률로 보장된 권리를 빼앗기고 자존심을 짓밟힌 순천시민과 오만하고 일방적인 정치폭력을 행사한 거대 기득권 세력 민주당 이해찬 무리와의 싸움"이라며 "기꺼이 시민들과 함께 나서 싸우기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국회 최루탄 사건으로 유명한 민중당 김 후보는 18대와 19대 때 순천시민의 선택을 받은 바 있으나 안타깝게 의원직을 잃었다. 전남 고흥 출신의 그는 고려대 물리학과를 중퇴하고 사회 및 노동운동에 전념했다.

소병철과 노관규 후보 양쪽의 아픈 곳을 겨냥하는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김 후보는 "2개의 선거구로 나뉘어야 할 순천시를 되레 인구 5만5000명의 해룡면을 떼어낸 것은 헌법의 국민주권주의와 평등권, 선거권, 공무담임권, 보통선거의 원칙, 자유 선거의 원칙에 위배됐다"며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이들 외에도 미래통합당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 천하람(33) 후보, 농업회사법인 기도서주식회사 대표이사인 민생당 기도서(57) 후보, 우리밀이야기 대표 정의당 강병택(49) 후보, 가람건축 이사인 국가혁명배당금당 정동호(59) 후보, 순천새벽교회 목사인 기독자유통일당 이정봉(66) 후보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표밭을 갈고 있다.

제21대 총선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지역은 10년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한 민주당이 시민 정서와 무관하게 전략 공천을 감행한 것에 대한 심판적 성향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전략 공천과 기형적 선거구 획정에 분노한 민심을 민주당과 소병철 후보가 최대한 끌어올린 능력을 가동해 잠재울 수  있을 지 관심사다.

또한 줄곧 여론조사 상위권에 머물던 노관규 후보의 눈물 호소가 표심을 자극해 수년간 애타게 바라던 국회 입성을 이룰지 여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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