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미래생각]코로나, 사회적 혼란 그리고 정부의 역할

등록 2020.04.03 13: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뉴시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약 두 달 반이 지났다. 2월 말에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지만 시민들의 통행이 엄격히 제한되기에 이른 미국 및 유럽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서의 상황은 그래도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2000년대에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꾸준히 개선한 감염병 대응 체계가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유행 초기부터 많은 국민이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전파를 방지한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이처럼 이번 감염병 사태에서 마스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초반에는 마스크와 관련하여 사회적 혼란이 한동안 이어졌다. 마스크의 가격이 폭등했고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워 상점을 돌아다니거나 온라인 시장을 몇 시간 동안 검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론적으로 볼 때 코로나의 확산과 함께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마스크의 가격 역시 오르게 된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마스크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되는 시점에서 소비자는 하루라도 빨리 마스크를 구매할 유인이 생기므로 마스크에 대한 수요를 더욱 늘리게 되고 반대로 공급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스크의 판매를 뒤로 미룰 유인이 생기므로 시장에서 마스크의 공급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마스크 가격의 폭등과 온라인 시장에서 이미 결제를 마친 마스크에 대한 판매 취소 행태를 설명해준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나타난 이와 같은 선택은 개인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다. 소비자의 경우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와 이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최대한 많은 마스크를 비축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모든 소비자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단기적으로는 마스크의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없으므로 당장 필요한 마스크조차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판매자의 경우 가격이 더 오른 후에 마스크를 판매함으로써 더 큰 이익을 챙길 수 있으나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다.

따라서 최근의 코로나 사태에서 개인의 합리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더군다나 시장은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람에게 재화(마스크)가 돌아가는 구조인데 이는 평소에는 재화의 효율적인 배분을 가능하게 하지만 지금과 같은 감염병 사태에는 부적절하다. 특히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마스크 생산 및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컸기 때문에 시장의 이러한 약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약국과 같은 공적 판매처를 중심으로 마스크를 공급하고 동시에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수량에 제한을 둔 것은 꼭 필요했던 일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각 판매처의 마스크 재고 현황을 API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졌는데 이를 통해 주변 판매처의 재고 현황을 손쉽게 파악함으로써 마스크 구매를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단축될 수 있었다.

정부가 직접 물량을 확보하여 규칙에 따라 배분하고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분량의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고 이를 통해 마스크 수급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크게 낮춤으로써 사회적인 혼란 및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심각한 감염병 사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정보의 빠른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를 조금 더 확장하면 개인의 자유에 국가가 얼마만큼 개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연결된다. 현재 한시적인 집회 및 종교 모임의 제한, 유증상자 및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강제와 같은 부분적인 제한 조치와 관련하여 사회적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분별력 있게 행동할 것을 호소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는데 2월 말 이후 더는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으나 매일 1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아슬아슬한 상태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개인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개인의 자유를 더욱 강조하는 서방 국가들에서조차 전면적인 통행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서 언급한 부분적인 제한 조치들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만약 이번 사태가 더 장기화되거나 또다시 급격한 바이러스의 확산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조치들은 정부가 사용해야만 하는 정책 대안이 될 것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미국 및 유럽 주요국과 같은 전면적인 제한 조치가 시행되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면 사회적·경제적 타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개개인의 선택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고 따라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

물론 이 외에도 정부가 해결해야만 하는 일이 산적해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소상공업자를 중심으로 경제가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어떠한 지원책이 나오더라도 감염병 사태가 종식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그리고 이번 경험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감염병 사태에 대처하는 좋은 선례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성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