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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캡'에 마·용·성도 무너졌다…서울 초고가 집값 '천장 붕괴'

등록 2020.04.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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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이상 거래량 '뚝'…일부 단지 14.9억 '키 낮추기'

마용성 하락에 "강남권 입성 연결다리도 곧 끊길 것"

마용성 하락 얼마나 가나 '촉각'…일부선 "하락 제한적"

이 와중에 강남 지역 일부 단지 신고가 잇따라 '혼란'

전문가들 "경기 불확실성 커…하락 추세 거스르지 못할 것"

'15억 캡'에 마·용·성도 무너졌다…서울 초고가 집값 '천장 붕괴'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이어 마포·용산·성동구 등 이른바 '마용성' 아파트값도 약세로 돌아섰다.

강남권 입성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이들 강북 신흥 부촌이 하락 전환함에 따라 강남3구 지역의 집값 침체도 더욱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도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곳곳에서 신고가 경신이 나오는 등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경기 불확실성이 시장을 무겁게 누르고 있어 상승 전환은 당분간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4일 한국감정원 '2020년 3월 5주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간 0.02% 하락해 지난주(보합) 대비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39주 만의 내림세다.

이미 강남3구의 낙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락세는 이제 강북으로도 퍼지고 있다. 특히 강북에서도 초고가 아파트가 많은 마포구(0.03→-0.02%), 용산구(보합→-0.01%), 성동구(보합→-0.01%) 등도 이제 시장의 추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높아진 대출 문턱에 급매물 출현…집주인 콧대 낮추나

전문가들은 이번 마용성 하락 전환의 영향을 미친 배경을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대출금지를 꼽고 있다.

지난해 12·16대책 이후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전역에 15억원 '캡'이 씌워졌다. 15억원 이상 주택의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세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신고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에서 올해 1~3월 거래된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모두 719건으로, 직전 3개월(지난해 10~12월) 3221건 대비 77.7% 줄었다.

특히 마포구의 경우 15억원 이상 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더욱 두드러진다. 마포구에서 15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거래는 지난해 10~12월 116건에서 올해 1~3월 13건으로 88.8% 급감했다. 특히 월별로 보면 1월 6건, 2월 6건에 그쳤으며, 올해 3월은 단 1건만 거래되는 등 시장 위축이 급격하다.

매수 실종에 이어 급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래미안공덕5차 아파트의 경우 지난 11월 전용면적 11.87㎡ 크기의 10층 매물이 15억8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한 뒤 지난 1월 14억8000만원(1층), 3월 14억7000만원(2층)으로 15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래미안 웰스트림 전용 84.98㎡도 지난 10월 15억3000만원(30층)에 최고가로 거래됐으나, 강화된 대출규제에 지난 2월 14억9000만원(16층)으로 15억원 이하에서 거래가 성사됐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60㎡도 올해 1월 16억5000만원(14층)에 최고가를 경신을 했다가 불과 한 달도 안 돼 2월 14억9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저금리 시대 개막에 버티기에 들어갔던 집주인도 실거래가를 통해 하락세가 확인되자 호가를 조금씩 낮추는 분위기다.

인근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는 "마래푸 84㎡(옛 35평)은 16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에는 다들 호가를 여기에 맞춰서 내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16억원까지는 떨어진 상태"라면서 "5000만원정도 낮아져 급락까지는 아니지만 경기가 안 좋다고 하니 좀 더 떨어질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 관계자도 "마포 지역 아파트의 경우 15억원 수준에서 걸쳐져 있던 단지들이 많았는데,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15억원 이하로 '키 낮추기'를 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면서 "급격하지는 않지만 매수세 위축에 따라 고가 주택 위주로 호가가 조금씩 낮아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상태"라고 설명했다.

◇마용성 하락, 서울 아파트값 하락의 신호탄 되나

전문가들은 이번 마용성 아파트값 하락 전환이 서울 아파트  시장의 본격적인 하락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강북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마·용·성 지역은 강남권 입성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강남3구에 이어 마·용·성도 추세를 거르지 못하고 하락세를 전환하면서 15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유래 없는 침체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최근 강남 일부 지역에서 신고가 경신이 나타나는 등 주택시장이 혼란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혼란스러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은마아파트와 함께 서울 아파트 시세를 대표하는 대치동에서도 단지별로 집값 방향이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개포우성 2차의 경우 127.78㎡가 29억5000만원(1층)에 거래돼 지난해 12월 34억5000만원(8층) 대비 5억원 떨어졌다. 대치선경도 지난달 25억9600만원(3층)에 매매돼 종전 최고가 대비 수천만원 떨어졌다.

반면 이들 단지와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한 대치쌍용아파트는 83.56㎡(13층) 지난 2월 20억5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11월(20억원) 대비 5000만원 상승해 신고가를 경신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최근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은 하락장이 온 것 같다가도, 한 주 지나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가 또 다음 주는 급매물이 나오는 등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마용성 지역의 침체가 장기화 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마용성 지역은 강남에 비해 신축 단지들이 많아 10년 이상 다주택자에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 매물이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정원에 따르면 마포구 아파트 평균연식은 17년, 성동구는 17년으로, 강남구(24.3년)에 비해 젊은 편이다. 용산구는 23년으로 강남구와 유사하다. 서울 내 중저가 아파트 단지의 경우 대출규제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여전히 상승 중인 곳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를 거스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부 단지에서 나오는 신고가 경신은 극단적인 사례로 보여진다"면서 "거래 한두 건으로 시장 전체 상황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지금은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시장에 무겁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약세 국면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저가 아파트값 상승세도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최근에 나오는 신고가 경신 사례는 착시 효과"라면서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커지면서 거래량이 급격하게 위축된 상황에서 나온 한두 건 거래에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실거래 신고까지 한 달가량의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생기는 오해"라고 말했다.

함 랩장은 "최근 강남 아파트 매매시장은 2억~3억원가량 조정해서 내놓는 게 기본"이라면서 코로나19에 따라 매수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 뚜렷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가격을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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