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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선거' 강조한 文대통령…"오해 없게 참배까지만"(종합)

등록 2020.04.03 17: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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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추념식과 달리 참배 후 유족 오찬 없이 바로 복귀

文대통령 "선거 앞둔 시기라 오해 가능성…일정 마치려"

4·3 희생자 유족회장에 당부…"유족분께 잘 말씀해달라"

'선거 전 각별 조심'…경험에서 얻은 교훈 무관치 않은듯

2006년 '부산정권' 발언에 뭇매…자서전 "마음 속 상처"


[제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며 고 양지홍 희생자의 유족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04.03.since1999@newsis.com

[제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시 봉개동의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며 고 양지홍 희생자의 유족에게 인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4·15 총선을 앞두고 공정선거를 강조해 온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72주년 제주 4·3 추념식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조심했다. 외부행사 때 통상적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해오던 것과 달리 공식일정까지만 소화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이어 70년 만에 새롭게 발굴해 당시 희생자의 유해를 안치한 유해봉안관을 방문했다. 또 민간 희생자와 군경 희생자의 신위를 한 공간에 모신 위령비를 참배했다.

정해진 공식 일정을 모두 소화한 문 대통령은 유족들과의 별도 오찬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 대통령은 옆에 있던 송승문 제주 4·3희생자 유족회장에게 나머지 유족들에게 상황을 잘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4·3 추념식을 마치면 유족들 또는 생존 희생자들과 함께 점심이라도 같이 하면 좋은데, 지금 선거를 앞둔 시기여서 또 자칫 잘못하면 그게 오해도 있을 수 있어서 그래서 오늘은 추념식과 참배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치려고 한다"며 "유족분들께 잘 말씀 좀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 회장은 문 대통령이 추념사에서 언급한 4·3특별법 개정을 임기 내에 꼭 통과시켜줄 것을 신신당부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3에 대해서 남다른 관심을 갖고 계시니까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앞서 문 대통령은 2년 전 70주년 추념식 뒤 생존 희생자 및 유족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공식 일정만 소화한 것은 공정한 선거를 담보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선거 거리 두기'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단순히 유족들과의 오찬 자리라 하더라도 선거 개입 행위로 비쳐질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4.3 희생자와 군경 희생자 신위를 함께 안치함으로써 화해와 상생의 상징적 장소가 된 제주 하귀리 영모원을 참배한 후 원내에 있는 4.3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현창하(왼쪽) 전 제주 경우회장과 송승문(오른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이 화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0.04.03.since1999@newsis.com

[제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4.3 희생자와 군경 희생자 신위를 함께 안치함으로써 화해와 상생의 상징적 장소가 된 제주 하귀리 영모원을 참배한 후 원내에  있는 4.3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현창하(왼쪽) 전 제주 경우회장과 송승문(오른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이 화해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문 대통령을 겨냥해 "본격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벌써부터 공정선거를 의심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확고한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선거 전까지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또 정무수석실에는 고유 업무인 정당과의 소통 업무를 중단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업무에만 전념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27일 "정무수석실이 해온 일상적인 정당과의 소통 업무는 하지 말고, 민생과 관련한 업무만 챙기라는 뜻"이라며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으로 청와대는 더욱 확실하게 '선거와의 거리두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선거를 앞두고는 자칫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에 조심해야 한다는 원칙은 2006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부산정권'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던 자신의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제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4.3 희생자와 군

[제주=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4.3 희생자와 군


문 대통령은 2006년 5월 당시 참여정부 민정수석을 사임하고 한달 남은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돕기 위해 부산시당을 찾았다가 구설에 휘말린 에피소드를 자서전 '운명'에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 예측에 대한 기자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는 부산 사람들이 왜 참여정부를 부산정권으로 생각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답변, 지역감정을 조장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정말 당혹스럽고 후회스러웠다"며 "부산정권과 같은 오해 소지가 많고 시비 소지가 많은 말을 내 입으로 한 것도 후회됐고, 선거를 돕는다고 그 기자간담회에 갔던 것도 후회됐다"고 술회했다.

또 "내가 평생 동안 제일 많이 욕먹은 일이어서 그 일은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있다"며 "그 발언의 파문으로 인해 호남지역에서 상대 후보의 공격 소재가 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들었다. 참으로 미안한 일이었다"고 적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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