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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악재에...항공업계 '빅딜' 진행도 차질빚나

등록 2020.04.05 0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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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고범준 기자 = 2일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주기되어 있다. 2020.04.02.  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고범준 기자 = 2일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주기되어 있다. 2020.04.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며 굵직한 '빅딜'들도 암초를 만났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고, 제주항공이 인수하는 이스타항공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결정하며 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납입일을 오는 7일에서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당초 HDC는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원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하고, 이 중 1조1745억원을 산은과 수은의 지원자금 상환과 단기채 및 주식담보부차입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중국에서 코로나19로 기업결합승인이 늦어지며, 유상증자 일정을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항공업체가 인수합병(M&A)을 하려면 각 국가마다 따로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전날 공정거래위원회가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했다. 현재 HDC현산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경쟁당국에서도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뉴시스]홍효식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일본 취항 30년만에 일본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아시아나항공 발권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09.  yesphot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홍효식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일본 취항 30년만에 일본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아시아나항공 발권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09. [email protected]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이란 문구로 유상증자 일정을 사실상 무한 연기하자, 전반적인 인수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항공산업이 위기에 몰리면서 HDC 측의 인수 의지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437억원, 당기순손실은 8179억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649.3%에서 작년 1386.7%로 2배 넘게 치솟았다. 올 들어 코로나19 악재에 경영 환경은 더 나빠졌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72개의 국제선 노선 중 24개 노선만 운항 중이다. 국내선도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기존 10개 노선에서 7개 노선으로 축소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HDC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300%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코로사 사태로 상황이 악화하면서 이 또한 미지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인수 이후 자금난을 겪는 '승자의 저주'가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다만 HDC현산 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항공업계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에 위치한 이스타항공 사무실 로고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0.04.02.  bjko@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항공업계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에 위치한 이스타항공 사무실 로고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0.04.02. [email protected]



제주항공이 인수하는 이스타항공도 코로나19의 영향에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조만간 전체 근무 인력의 45%인 75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총 객실 인력 중에서는 39.4%의 인력를 줄일 예정이며, 직책별 비율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직원들은 구성원의 희생만 요구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보상안도 내놓지 않은 사측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초 이스타항공은 3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조조정 보상 기준 등에 대한 노사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아직 1차 희망 퇴직신청 접수를 시작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은 산업은행의 운영자금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되며 유동성 경색이 더 심각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 2월 저비용항공사들에 최대 3000억원의 긴급융자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스타항공은 자금지원 대출 심사에서 탈락했다. 대신 산은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에 2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가 되면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자금이 말라붙은 이스타항공은 항공사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인 기재의 조기 반납을 추진 중이다. 리스 계약 중인 23대의 기재 중 10대의 기재의 조기 반납을 목표하며, 이미 2대는 반납을 마쳤다. 지난달 24일부터는 모든 국내·외 노선을 한 달간 비운항하기로 했다.

[인천공항=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항 이용객이 감소한 30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30.  myjs@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항 이용객이 감소한 30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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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에 자금 지원 확대 등을 요청한 상황이다. 전날 한국항공협회는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호소문'을 국토교통부 등에 전달했다. 해당 호소문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국적사들이 논의를 통해 작성됐다.

협회는 호소문에서 "매월 9000여억원의 고정비는 적자로 쌓이고,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는 5조3000억원 규모로 항공사 및 임직원 모두가 당장 내일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며 "즉각적이고 신속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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