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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수퍼 루키' Hynn 박혜원 "인생의 불협화음이 버팀목"

등록 2020.04.05 11: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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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미니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 발매

[서울=뉴시스] 박혜원. (사진 = 비오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제공) 2020.04.0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혜원. (사진 = 비오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제공) 2020.04.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흰 도화지를 청각적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면, 가수 박혜원(흰·Hynn·22)의 목소리를 들으면 된다.

작년 3월에 발매한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이 역주행으로 인기를 누리면서 가요계 '수퍼 루키'로 부상한 박혜원 보컬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떤 것도 입힐 수 있는 흰색, 더 나아가 투명함이다.

3옥타브 파에서 반음(#)이 더 올라간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이와 작년 11월 내놓은 곡으로 무려 3옥타브 솔에서 반음이 더 올라간 '차가운 이 바람엔 우리가 써있어'를 통해 '헬고음 발라더'로 각인돼 있기는 하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정확한 음정도 가수로서 존재 가치를 더한다. 

하지만 최근 발매한 새 미니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의 수록곡들을 듣는 순간, '헬고음'과 '정확한 음정'은 박혜원의 단면을 설명하는데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디엄 템포의 3번 트랙 '오늘에게'(TO.DAY)에서는 좀 더 시원하고 강단 있는 박혜원의 보컬을 들을 수 있다. 말랑말랑한 감성으로 차세대 '봄의 캐럴'의 후보군에 오를 4번 트랙 '여행의 색깔'에서는 내지르지 않고도 분명한 박혜원의 전달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왔던 것만 해도 반타작을 했을 '안전한 선택'을 버리고 계속 연구를 해가는 박혜원을 최근 여의도에서 만났다. 그녀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조금이라도 더 넓혀나가고 싶었다"면서 "같은 발라드 장르라도 다르게 들렸으면 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트렌디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니브(박지수)가 작곡한 3번 트랙 '오늘에게'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노래 중 가장 나중에 녹음한 곡. 니브가 슬쩍 던져준 노래의 가이드에 꽂혀 녹음을 했고, 이 트랙이 이번 앨범을 완전하게 해줬다고 박혜원은 긍정했다.

'소리꾼'의 어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박혜원은 "고음으로 각인되다 보니 힘을 빼고 가사를 전달하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작곡가 스무살이 작업한 '여행의 색깔'에 대해 "속삭이듯 노래해 감성을 전달해야 하고, 계절감도 느껴지도록 해야 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니브가 작업한 또 다른 곡들인 1번 트랙 '당신이 지나간 자리, 꽃'과 2번 트랙인 타이틀곡 '아무렇지 않게, 안녕'은 확실한 박혜원 표 곡들이다. 이 곡들은 음원차트 상위권을 장식했다.
 
'꽃' 관련 노래를 많이 부른다는 이유로 '꽃집 누나'로 불리기도 하는 박혜원의 '당신이 지나간 자리, 꽃'은 청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그리움을 슬쩍슬쩍 건드린다. 무엇인가에 대해 애틋해지는 현 시국에 위로를 안긴다.
[서울=뉴시스] 박혜원. (사진 = 비오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제공) 2020.04.0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혜원. (사진 = 비오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제공) 2020.04.05. [email protected]


'아무렇지 않게, 안녕'은 솔 샵에서 오랜 기간 머물러 있는 박혜음 표 고음이 귓가와 마음을 파고든다. 애절하지만 처연하지 않은 담백한 그녀의 보컬미학도 묻어난다. 슬픈 작별의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어 더 슬퍼지는 정서. '배우가 울면 관객은 정작 못 운다'는 말의 뉘앙스를 목소리가 구현했다.

박혜원은 "제 노래 스타일이 갑자기 바뀌지 않을 것이에요. 그래서 제 목소리와 노래는 예상이 가능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제 이름을 검색하셨을 때 다양한 장르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이번 앨범을 통한 바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최근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에 출연해 가수 김사랑의 대표곡 '필링'(1999)을 재해석한 것도 박혜원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 일조했다. 감성을 단단히 머금을 록 발라드. 21년 전 발표된 곡도 훌륭하지만 이번 박혜원 표 '필링'은 다시 태어난 느낌이었다.

"김사랑 선배님 당시 나이가 열여덟살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탄탄한 목소리더라고요. 정말 대단하시다고 느꼈죠. 그래서 그 곡을 단순히 리메이크하기보다 제가 도전할 수 있게 새로 편곡하고 트렌디하게 해석하고 싶었어요."

무엇을 불러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하는 '팔색조' 같은 보컬을 지녔지만 박혜원은 처음에 이런 백색의 보컬이 콤플렉스로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어느 곡을 불러도 그저 그런 반응을 얻어냈고, "크게 개성이 없구나"라는 평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존경하는 보컬 선생님이 "네 목소리는 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투명한 색"이라는 말을 곰곰히 생각했고, 그것은 '한계가 없다'라는 뜻임을 깨닫고 용기를 냈다.

이후 오성훈 작곡가의 '폴링 인 러브' 가이드를 녹음했고, 이를 우연히 듣게 된 소속사 대표가 박혜원의 목소리만 듣고 그녀에 대한 믿음으로 계약을 제안하기도 했다. '폴링 인 러브'는 이종석, 신혜선이 주연한 드라마 '사의찬미' OST에 실리기도 했다.

"이런 것이 '목소리의 힘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목소리의 힘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데뷔를 한 이후에도 버스킹 공연을 많이 했는데 지나가시던 분들이 걸음을 멈추시고 노래를 들어주셨을 때도 목소리의 힘에 대해 느꼈어요."

[서울=뉴시스] 박혜원. (사진 = 비오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제공) 2020.04.0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혜원. (사진 = 비오디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 뉴오더 제공) 2020.04.05. [email protected]



박혜원은 올해 초 휴가를 받아 친구랑 부산으로 여행을 갔다. 제대로 여행을 간 것은 처음이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친구와 맛있는 것을 먹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크게 힐링이 됐다. 이후 가수로서 일상으로 되돌아가려던 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닥쳤다.

"힘겨운 상황에서, 지친 삶 속에서 많은 분들에게 바리바리 싼 노래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노래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힘이 돼 줄 거라 믿습니다."

박혜원은 재작년 12월 정식 데뷔 후 짧은 시간에 급부상했지만, '깜짝스타'는 아니다. 넉넉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힘겹게 가수의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출연한 SBS TV 'K팝스타'에서는 그녀의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3 때 도전한 엠넷 '슈퍼스타K 2016'에서는 톱4까지 진출했지만,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의 유효기간이 다 했던 때라 화제성이 부족했다. 

노래 할 때 음정 하나 틀리지 않는 그녀지만 이처럼 삶에는 불협화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박혜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불협화음도 화음 중 하나이고, 불협화음이 났다고 해서 노래가 아니 것은 아니다"라면서 "주저 앉을 때마다 그것이 결국 제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박혜원의 예명 흰(Hynn)은 작가 한강의 소설 '흰' 속 문장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것들을 건넬게'에서 따왔다. 박혜원의 흰색은 온갖 검은색을 뚫고 나온, 의지의 산물이다. "힘들 때마다 노래를 했고, 더 단단해졌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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