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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기업자금 위기설' 공개 해명..."과장된 얘기"(종합)

등록 2020.04.06 14: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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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원, 배제 아니라 시장조달 권유한 것"

"항공업계 지원 논의 중…항공사 자구노력 필요"

"채권단, 쌍용차 경영정상화 뒷받침 협의 기대"

"한은, 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지원"

은성수, '기업자금 위기설' 공개 해명..."과장된 얘기"(종합)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6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업자금 위기설'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라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은 위원장은 이날 주요 칼럼니스트, 출입기자, 민간 자문위원 등에게 정부의 의지와 정책방향을 담은 서한을 공개적으로 발송했다. 이날 서한은 최근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각종 우려가 제기되자, 시장에서의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은 위원장은 "'0월 위기설', '발등의 불', '00기업 자금난' 등은 더욱 정신차리게도 하지만 한편으론 시장불안이 커지고 해당기업이 곤란해지는 부분이 우려되기도 한다"며 "정책 추진과정에서 시장, 언론 등과 소통이 더 있었으면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텐데 하는 반성과 함께 늦었지만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과거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자금 위기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으나, 지나고 보니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위기설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불필요하게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언급되는 특정 기업의 자금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올 1분기 기업의 자금조달 증가폭은 6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46조1000억원 보다 크게 확대됐지만, 이를 가지고 기업이 총체적 자금부족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은행 등 금융권이 기업의 수요에 맞춰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기업의 자금조달 구조도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자금조달 구성을 보면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조달 증가세는 둔화되고, 대출·회사채 등 장기자금조달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정부대책 발표에도 상승세를 멈추지 않는 기업어음(CP) 등 시장금리는 지난 3월 분기말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 위원장은 "최근 CP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3월 분기말 효과가 있었고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라며 "또 CP 스프레드가 미국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많이 벌어진 것은 아니며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379bp(1bp=0.01%포인트)까지 상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본격 가동중인 지난 2일 이후에는 기업발행희망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등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안펀드 첫날 회사채 등 매입이 불발된 것과 관련, 회사채와 CP 등은 시장에서 자체 소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향후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시장수급 보완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채안펀드가 본격 가동중이나 기업발행 불량이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며 "회사채, CP 등은 시장에서 자체 소화되는 것이 바람직한 만큼, 시장에서의 조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리 등의 측면에서 시장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저신용등급 회사채 등은 채안펀드 매입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채안펀드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우량기업의 채권발행을 지원해 시장의 마찰적 경색 상황에서 시장수급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은이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해 대출을 지원할 경우 채안펀드의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통해 여력이 생기면 저신용등급을 일부 포함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안펀드의 채권매입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 해당기업을 포기하거나 지원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채안펀드 매입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회사채, CP에 대해서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회사채 신속인수 등 다른 정책금융기관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0.03.1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은성수(왼쪽)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2020.03.19. [email protected]

대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지원을 배제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기업자금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없으니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을 권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시장 안팎에서는 정부가 대기업 지원에 대해 자구노력 등을 강조하는 것은 반(反)기업정서에 편승한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소상공인·중소기업과 달리 시장접근이 가능한 대기업에 대해 1차적으로 거래은행·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권유한 것"이라며 "대기업 역시 정부 이용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으나 금리, 보증료율 등에서 일정부분 부담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채안펀드 등 이용이 어려울 경우에는 자구노력을 전제로 국책은행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시 대기업이 부담하는 방식, 범위 등을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의 CP·회사채를 지원하지 않는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의 최우선 목적은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화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금융사는 증권금융 통해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고 한국은해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지원이 금융사의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통합 은행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예대율, 증권시장안정펀드 출자금 관련 자본건전성 규제 등 규제부담을 완화하고, 채안펀드는 우량기업 위주로 매입해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한 항공업계와 관련해서는 종합적 대안을 논의 중이나 항공사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관계부처, 정책금융기관 등과 함께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다각적·종합적 대안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며 결론이 정해지는 대로 구체적 방안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개선 등 각 회사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기준 일부 항공사의 부채비율은 1386.7%, 또 다른 항공사의 부채비율은 871.5%에 달하는 상황이다.은 위원장은 "리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항공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아 금융지원과 함께 자본확충, 경영개선 등 종합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자동차에 대한 신규 투자를 거부한 것과 관련, "주주·노사가 합심해 정상화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마힌드라 그룹이 4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과 신규 투자자 모색 지원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 쇄신 노력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단 등도 쌍용차의 경영쇄신 노력, 자금사정 등 제반여건을 감안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이 있는지 협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한국은행의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한은 소관에 대해 언급하기 조심스러우나,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은은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방어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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