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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흉기살인 50대…"빨갱이 같아 그랬다" 엉뚱 주장

등록 2020.04.06 16: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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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커플에 흉기 휘둘러…남성 사망

"문재인 자치경찰제 도입기사에 분노"

"커플이 비웃는 것 같아서 시비 걸어"

피해자 측 변호인 "고의에 의한 살인"

[서울=뉴시스] 서울서부지법. 뉴시스DB.

[서울=뉴시스] 서울서부지법. 뉴시스DB.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설 연휴 기간 길거리에서 커플에게 흉기를 휘둘러 그 중 남성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50대가 당시 경찰에 체포된 이후 지구대에서 "(피해자가) 빨갱이 같아서 죽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대연) 심리로 열린 배모(54)씨의 살인 및 특수상해 혐의 2차 공판에서 배씨는 "이 사건하고는 관련이 없지만 문재인씨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국경을 해체한다는 등의 인터넷 기사를 보고 화가 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사건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과 체포 이후 경찰이 촬영한 배씨의 영상 등이 재생됐다.

피해자 유족이나 지인 등의 참석 여부를 확인한 재판부는 이들에게 "영상을 보기 힘들면 잠시 나가있어도 좋다"고 했고, 유족들은 울먹이며 자리를 비웠다. 이들은 "기자들이 영상을 보는 것은 괜찮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괜찮다"고 답했다.

올해 1월26일 오전 1시7분께 찍힌 영상에는 배씨가 오르막길을 올라오는 커플을 발견하고, 이들 중 남성 A씨를 향해 걸어가 일부러 어깨로 부딪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배씨는 주먹으로 A씨의 복부를 한 차례 가격했고, A씨가 따지려고 하자 여자친구 B씨가 A씨의 팔을 잡아끌며 말리는 모습이 찍혔다.

배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한 손에 흉기를 들고 다시 집을 나선 뒤, 골목길에서 커플을 발견하고 달려갔다. B씨와 함께 주차장으로 도망치던 A씨는 배씨가 한 손에 흉기를 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막아서다 쓰러져 바닥에 엉켜 몸싸움을 이어갔다.

이후 배씨는 다시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고, 여자친구 B씨가 그를 붙잡으려 하자 얼굴을 가격하는 장면이 담겼다. 배씨가 자리를 뜬 이후에도 A씨는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지구대에 체포된 이후 경찰에 의해 찍힌 영상 속에서 배씨는 어이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빨갱이를 처치하러 간 것"이라고 말했고, 경찰이 "빨갱이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내 느낌에 빨갱이다 싶어 죽였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소리쳤다.

배씨는 그러면서 "믿거나 말거나 나는 내년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욕설과 고성을 이어갔다.

증거 영상을 시청한 뒤 배씨 측 국선변호인은 "CCTV에서도 봤겠지만 저번에도 주장했듯이 배씨는 사건 발생 전부터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고 평소에도 분노조절장애 등이 있었다"며 "정신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가 "사건 발생 전에 집 앞에서도 혼자 소리치는 영상이 찍혔는데 왜 그렇게 흥분한 상태였나"라고 묻자, 배씨는 "인터넷 기사에서 문재인이 국경을 해체하고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겠다고 해서 화가 나 밖에 나갔는데, 커플이 저를 보고 비웃는 것 같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배씨는 누가 봐도 그냥 지나가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일부러 가서 시비를 걸었고, 검찰도 말했듯이 흉기를 갖고 와서 고의적으로 찌를 의사가 있었다"며 "이것은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배씨는 설연휴 기간인 지난 1월26일 새벽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자신의 집 앞에서 A씨와 B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일부러 A씨의 어깨를 밀치며 시비를 걸었다.

이후 피해자들이 돌아가자 배씨는 자신의 집 부엌에서 흉기를 집어든 뒤 이들이 걸어간 방향으로 쫓아가 A씨와 몸싸움을 하다 그를 한 차례 찔렀다.

이 과정에서 A씨의 여자친구 B씨가 자신을 막아서자 배씨는 B씨의 얼굴을 2차례 때렸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긴급체포된 이후 구속됐다.

지난달 20일 1차 공판에서 배씨는 "커플과 시비가 걸린 이후 극도로 분노한 상태에서 집에 가 흉기를 가져온 것은 기억난다"면서도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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