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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범단' 적용 받을까…"조주빈 통솔" 입증이 관건

등록 2020.04.06 2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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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공범 대질조사

공대위 "박사와 하위 직원들로 구성된 조직"

사형까지 가능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되나

경찰 "n번방 내 지휘·통솔 체계 있는지 검증"

일각 "목적·통솔체계 등 단체로 입증 힘들어"

"아동이용음란물죄로 가능한 중형 고려해야"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25)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20.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에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공범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수사기관도 조주빈과 주요 공범을 대질 조사하면서 이들 단체 내 지휘·통솔 체계가 있었는지 등 범죄단체성 파악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활동한 이들에게 일종의 '조폭'에게 적용되는 혐의까지 붙이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이자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활동가인 이하영씨는 6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n번방과 박사방은 꼭대기에 박사가 있고, 그 밑에 부리는 직원이 있고, 그 직원이 실제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유인했다"면서, "활동하는 사람도 익명이지만 닉네임으로 특정이 되기 때문에 범죄단체가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도 조주빈과 주요 공범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은 출입기자단과 정례 간담회에서 "박사방, n번방 등 성착취물 사건과 관련해 과연 조직성이 있었는지 등의 부분을 하나하나 검증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검찰도 지난 5일 조주빈과 박사방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거제시청 소속 공무원 천모(29)씨를 불러 관련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될 경우, 조직 내 역할만 확인되면 중죄로 다스릴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26일 대법원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원심을 확정판결한 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경우 자금관리책 등 77명이 최대 징역 10년부터 집행유예 2년까지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이 단체에서 총책 역할을 했던 박모(49)씨는 징역 20년과 추징금 1억9500만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박사방 가담자들은 대부분 텔레그램이라는 온라인상에서 익명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범죄단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하 교수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처음부터 조직을 만들고 통솔체계를 구성해 범죄를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n번방이나 박사방은 통솔체계나 조직체계를 갖췄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그간의 판례를 통해 범죄단체조직죄 구성요건으로 ▲다수의 구성원 ▲공동의 목적 ▲시간적인 계속성 ▲통솔체계 등 4가지를 제시한다. 박사방은 이 중 특히 '통솔체계'나 '공동의 목적' 부분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 교수는 "박사방 내 공동의 수익을 얻겠다 등 같은 목적이 분명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텔레그램 내 통솔체계도 누가 우두머리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지 전모를 밝히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된 판례를 보면 공동의 목적이나 통솔체계가 뚜렷하다.

지난해 11월2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김유정 판사는 중국 천진시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되던 보이스피싱 조직 내에서 상담원을 사칭해 돈을 뜯어낸 정모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해당 조직의 탄생 경위와 범행 내역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여기에 따르면 2017년 4월께 조선족 중국인 윤모씨와 한국인 김모씨가 보이스피싱 범죄를 기획한 과정과 이를 위해 설비와 인원을 갖춘 내용, 조직을 결성해 조직원의 숙소 및 사무실을 마련하고 책상과 의자를 갖춘 사실까지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정씨가 단체 총책인 김씨와 강원도 카페에서 가담을 제안받고 이를 승낙하는 과정, 중국으로 가 단체에서 상담원 역할을 수행한 사실까지 세밀하게 담겼다.
 
그런데 사이버공간 상에서는 이런 체계를 파악하기 어렵고,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입증하기 힘들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어려움 탓에 범죄단체조직죄보다는 주요 가담자를 조주빈과 공범으로 처벌하고, 가담자들은 아동이용음란물죄 등 적용 가능한 현행 법령을 최대로 적용해 강하게 처벌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김한균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굳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지 않아도 박사방이나 n번방 같은 경우 피해자 중 미성년자도 있었던 점 등을 미루어 봤을 때 주요 공범은 조주빈과 같이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민 청장은 "범죄단체는 소위 조폭이 대표적인데 최근 보이스피싱이나 유사수신 등 온라인상 범죄도 인정되는 판례가 나왔다. 그 적용을 온라인으로 많이 해 나가는 추세"라며 범죄단체조직죄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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