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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시각장애 대학생 60% "원격강의, 공부에 지장준다"

등록 2020.04.08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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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대학생 TF, 설문조사 결과 공개

62.5% "학업 지장 있을 정도로 불편하다"

"이해 안되는 내용도 즉시 도움 못 받아"

시각장애 학생이 주축이 된 첫 문제 제기

온라인 개학 하루 전 나온 결과라 주목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6일 오전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 등을 이용해 강의를 듣고 있다. 2020.03.16. hgryu77@newsis.com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학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6일 오전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노트북 등을 이용해 강의를 듣고 있다.  2020.03.16. [email protected]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시각장애 대학생 10명 중 약 6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진행되는 원격 강의와 관련, 학업에 지장을 느낄 정도로 큰 불편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설문조사는 시각장애 대학생들이 주축이 돼 대학가 원격 강의가 시각장애 학생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나왔다. 당장 오는 9일부터 교육부가 중·고등학교 3학년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먼저 원격 강의를 받던 시각장애 대학생 대다수가 불편을 호소한다는 결과여서, 향후 초·중·고 학생을 중심으로 한 비슷한 문제 제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8일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 비대면강의(원격 강의) 접근성 TF(TF팀)는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시각장애 대학생 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명(62.5%)이 학생이 '학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해당 학생들에게 자유기술 형식으로 불편을 느낀 이유를 묻자 11명의 학생이 '시각의 제약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있어도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응답했다.
 
이어 9명의 학생은 '강의 사이트의 접근성이 낮아 스스로 영상을 재생할 수 없었다'거나 '실시간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응답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원격 강의의 화질 문제로 화면과 판서를 이해하는 데 불편을 겪는다는 답변도 나왔다.
 
TF팀은 시각장애 대학생들이 일반 학생과 같은 등록금을 내고도 코로나19 이후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결성됐다.
 
지난달 말부터 서울 소재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조은산(23)씨를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한 시각장애 학생들은 지난 3일 단체 이름을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 비대면강의 접근성 TF'로 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활동을 시작한 후 나온 첫 번째 결과물이다.
 
TF팀의 대표인 조씨는 "갑작스럽게 원격 강의 국면을 맞이하면서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다양한 부분에서 불편을 느끼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지금까지 학생 개인과 학교의 역량으로 대처했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언론 공론화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TF팀은 원격 강의를 포함한 대학 강의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칠 때 지켜야 할 대응 매뉴얼 제작에도 나설 것으로 밝혔다.
 
실제로 일부 대학교 강의에서는 시각장애 학생이 있음에도 '이렇게', '저렇게', '여기', '저기' 등 지시어를 쓸 때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이런 문제는 대면이나 원격 강의 모두 동일하다"면서도 "다만 대면 강의에서는 바로 질문을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원격 강의에서는 일일이 찾아가 물어볼 수 없어 더 불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조씨 같은 시각 장애 학생들은 마우스에 커서를 대면 음성으로 읽어 주는 '스크린리더'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는 수업자료나 원격 강의 플랫폼 탓에 수업자료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직접 재생버튼조차 누를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토론 수업의 경우에는 '손들기 버튼'을 누를 수 없어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실기 레슨을 받는 원격 강의의 경우에는 시각장애 학생이 스스로 카메라 각도를 자신에게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씨는 "장애학생들이 강의를 듣기까지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시각장애 학생들은 원격 강의가 편리한 측면도 있다고 답했다.

약 72%의 학생이 '캠퍼스 내 이동에서 오는 불편 절감'과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수강이 가능하다'는 점 등은 원격 강의의 장점으로 꼽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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