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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확인해야 하니 마스크 벗어줄래?"…1초 뒤 "네"

등록 2020.04.09 14:13:17수정 2020.04.09 16: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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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온라인 개학…원격수업 현장 중앙여고를 가다

대부분 쌍방향 보단 콘텐츠 활용 단방향 수업 진행

한때 중학교에서 EBS 온라인 클래스 접속 지연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020년도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오전 울산 중구 반구동 울산 중앙여고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04.09. 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020년도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오전 울산 중구 반구동 울산 중앙여고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04.09.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지금 3명 안들어왔거든. 조금 있다가 출석체크 할거야. 본인 얼굴 확인해야 하니 마스크는 벗어줄래?"

9일 오전 11시 울산 중구 중앙여자고등학교 3학년 7반 교실. 30분 뒤 있을 3교시 수업을 위해 융합과학 과목 담당 최부상(35) 교사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아이들 이름을 한명씩 불렀다.

"아현아, 미은아 마스크 좀 켜줄래? 음소거 해제한다. 이름 부르면 '네'라고 대답해줘" 최 교사의 말에 학생들은 0.5초~1초 뒤 "네"라고 답했다. 

최 교사는 처음 얼굴을 맞댄 7반 학생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면서 2020학년도 첫 출석 확인을 했다.

화상의 오른쪽에 뜬 학번, 이름순의 학생 명단을 일일이 확인한 뒤 출석부에 수기로 체크를 했다. 이날 20분정도 진행된 쌍방향 화상수업에는 3학년 학생 20명 중에 18명이 참여했다.

"보람이는 어디갔니? 보람이랑 친한 친구는 연락 좀 해줄래."

최 교사는 줌에 접속하지 않은 학생의 이름을 부르면서 친한 친구는 결석한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하자 한 학생이 "전화가 안돼요"라고 화면 너머로 대답했다.

최 교사는 이내 자신을 소개하면서 아이들의 반응을 댓글과 표정을 보면서 살폈다. "선생님 몇 살같이 보이니?"라고 질문을 던지자 한 학생이 "스무살이요"라고 답했다. 영상속 아이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최 교사는 소개를 마친 뒤 융합과학 영상자료를 재생 한 뒤 댓글창을 살피며 아이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최 교사는 수업자료로 준비한 영상을 재생시키자 "잘 안들린다"고 댓글을 단 학생도 있었다. 최 교사는 나중에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공지했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020년도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오전 울산 중구 반구동 울산 중앙여고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04.09. 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020년도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오전 울산 중구 반구동 울산 중앙여고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04.09. [email protected]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은 우려보다는 원활하게 진행됐다.

최 교사는 화상 속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며 끊임없이 참여를 유도해 학생들을 수업에 집중시켰다.

그러나 학생들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날 교사도 아이들도 처음 만나다 보니 영상으로도 어색함이 묻어났다. 최 교사의 몇 번의 걸친 대답 요청에 아이들은 소극적으로 답했다. 최 교사는 웹캠으로 손을 흔들어달라는 부탁에도 아이들은 부끄러워했다.
 
김보람 학생은 "처음 해보니까 신기한 점도 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나다보면 집중도 안되고 통제가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수빈 학생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화상수업 준비가 잘 된 것 같지만 고3이라서 그런지 온라인수업이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고 우려했다.

전국 중학교 3학년생와 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이날 일제히 온라인으로 학기를 시작했다.

중앙여고는 온라인개학을 맞아 원격수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기간은 1주일도 채 안 된다. 이날 학교에서 유일하게 원격수업을 진행한 최부상 교사는 올해로 8년차 교사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최 교사와 달리 연령대가 있거나 기기 다루는데 익숙치 않은 교사들은 쌍방향 수업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 교사 역시 마찬가지다. 어제서야 원격수업 테스트를 진행했고, 준비 시간이 빠듯해 1차시의 수업 자료밖에 준비하지 못했다. 당분간은 일선 학교들은 EBS 온라인 클래스 수업 등 단방향 수업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능숙하게 수업을 진행한 최 교사의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최부상 교사는 "준비 시간이 짧고 처음이다 보니 미숙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며 "앞으로 3학년은 입시를 준비해야 하다 보니 EBS 콘텐츠를 주로 활용하고, 1~2학년은 실시간 원격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여고 성임주 교감은 "고교는 학습량이 많고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준비해야 해서 콘텐츠형 수업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학교는 실시간 24시간, 동시 500명이 접속 가능한 줌 유료 컨텐츠를 구입해 시스템 구축을 마친 상태다"라고 말했다.

성 교감은 "개학연기로 수업일수가 줄어 같은 학습량을 더 짧은 시간에 소화해야 하다 보니 교사들에게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만 하라고 독려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020년도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오전 울산 중구 울산여중에서 온라인 개학을 한 가운데 교사가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04.09. bbs@newsis.com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020년도 온라인 개학을 한 9일 오전 울산 중구 울산여중에서 온라인 개학을 한 가운데 교사가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0.04.09. [email protected]



교사들에게도 원격수업은 '새로운 도전'이기에 큰 부담이었다. 중학교는 고교보다 혼란스러웠다.

대부분 중학교에서는 쌍방향 보다 단방향 수업으로 진행됐다.

이날 천상중을 비롯한 몇몇 학교에서는 ebs 온라인클래스에 접속이 안돼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오전 10시부터 50분간 접속이 지연돼 학생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을 해야만 했다.

이날 오전 EBS 온라인클래스 사이트에는 학생들이 접속하는 데 5∼10분가량 걸리기도 했다.

지역 교육계는 당분간 중고교생 대상 원격수업은 EBS 강의 등 기존 콘텐츠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콘텐츠 활용형 수업이 주를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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