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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장애 동생 끔찍히 아꼈는데…" 울산 형제비극에 이웃들 숙연

등록 2020.04.09 15: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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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재로 숨진 9 ·18살 형제 안타까운 사연

아버지 사기빚 많아 '더블잡'으로 어려운 생활

"장례비용이라도" 교육청 자발적 모금운동 전개

[울산=뉴시스] 8일 새벽 불이난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 내부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 불로 9·18살 형제가 사망했다. 2020.04.09. (사진=울산소방본부 제공)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 8일 새벽 불이난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 내부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 불로 9·18살 형제가 사망했다. 2020.04.09. (사진=울산소방본부 제공)[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작은 아이는 어릴때 사고로 뇌 장애가 있어 평소에도 형이 지극히 동생을 돌봤는데..."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난 화재로 사망한 9살과 18살 형제의 어려운 가정 형편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9일 주민과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평소에도 우애가 남달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형이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부모를 대신해 9살 터울의 동생을 잘 지키는 든든한 장남이었다고 한다.

한 주민은 "형은 평소 기숙사 학교에서 지내고 동생은 장애가 있어 경주의 한 특수학교에 다녀 평일에는 떨어져 있지만 주말만 되면 항상 동생을 챙기던 착한 아이로 기억한다"며 말했다.

형제의 아버지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어 빚이 많아 식당을 운영하면서 모텔 수건을 수거하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현재 이 형제의 장례식 비용, 운구차 비용도 없는 딱한 사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울산시교육청은 부서별로 자발적으로 성금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노옥희 교육감도 이날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 방문해 조문할 계획이다.

한 주민은 "코로나19로 개학만 연기되지 않았어도 학생들이 그 시간에 깨어있지도 않았고,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전날 오전 4시 6분께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집 안방에서 자고 있던 A(9)군이 숨지고, 형인 B(18)군이 불을 피해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 추락해 사망했다.

불이 나기 전 형은 친구와 함께 음료수를 사먹기 위해 편의점에 갔다가 돌아와 보니 집에 불이 나 있자 동생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형과 친구가 새벽에 배가 고파 라면을 끊여 먹은 뒤 냄새를 없애려고 촛불을 켜놨다가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에 초가 넘어져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는 형이 아파트에서 100여m 떨어진 편의점에 다녀온 지 불과 10분 만에 벌어졌다. 화재 당시 형제의 부모는 식당 장사 준비를 위해 집을 비운 상태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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