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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2년만의 특수채 매입…"즉각적 영향 없을 것"

등록 2020.04.09 17: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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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04.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0.04.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박은비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14일부터 공개시장운영을 위한 단순매매 대상증권을 산업금융채권·중소기업금융채권 등 특수은행채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이번 조치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기 보다는, 사전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은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현행 국채와 정부 보증채 외에 산업금융채권(산금채),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수출입금융채권(수은채) 등 3개의 특수은행채와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또 필요한 경우 유통시장에서 직접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은이 단순매매 대상증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이번 조치로 특수은행채의 유동성을 높이고 수요기반을 확충해 채권시장의 원활한 자금순환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특수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에 자금을 공급하면, 국책은행들은 더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고,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회사채 매입에 활용하면 채권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금공 MBS 매입을 통해서도 안심전환대출 관련 은행의 MBS 보유 부담을 완화시키고, 유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의 산금채 발행 잔액은 100조원에 이르며, 수은은 연간 10조원의 수은채를 발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특수채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결국 특수채란 국가신용과 연동이 되기 때문에 만약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돼 시장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 특수채라 할지라도 수요가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며 "한은이 이를 대비해 사전에 안정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은 관계자도 "한은이 시중에 풀린 산금채나 수은채를 매입해주겠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시중은행 등의 자금 조달이 좀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책은행 입장에서는 발행채권에 대한 수요를 더 높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발행시 가산금리가 낮아지는 등 간접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영섭 KB국민은행 투자증권운용부 팀장은 "한은이 특수채 공급이 늘어난 것을 1대1로 사주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 매수 주체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룸(공간)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특수은행들이 하고 있는 역할을 후방에서 지원하는 것이고, 단순 금리 이슈는 아니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금공도 MBS 발행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주금공은 안심전환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 공급 증가에 따라 올해 연간 45조원 규모의 MBS 발행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발행 물량 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달의 경우 발행물량을 당초 계획 대비 50%나 줄였다.

주금공 관계자는 "한은의 구체적인 매입시기와 규모, 대상기관 등이 확인이 돼야 알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투자매력도 상승으로 MBS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실효성을 의문시 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최악으로 망가지지 않는 한 사실 산금채나 수은채 같은 특수채는 시장에서 항상 수요가 높다"며 "또 산은과 수은, 한은 모두 국가 금융기관인데 이 두 은행이 잘못된다고 한은이 막아주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긴 있겠지만 시장이 망가졌을 땐 어떤 정책을 내도 발휘 못하고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며 "그런 상황에는 한은이 한 것이 없다고 시장이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이번 조치는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 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시장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며 "한은의 단순매입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에 따라 시장금리 안정 정도가 영향을 받겠지만 국채, 특수은행채, MBS를 합친 시장규모가 전체 채권잔존액의 5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은의 금리안정 의지는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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