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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알아인]'뉴 노멀 밴드' 불고기디스코 "'사회적 판도'는 적응"

등록 2020.04.11 07:00:00수정 2020.04.20 09: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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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가 멤버로 포함된 이례적 팀

[서울=뉴시스] 불고기디스코. 2020.04.10.(사진 =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불고기디스코. 2020.04.10.(사진 =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밴드 '불고기디스코'는 지난달 말 미국 텍사스 대신 강화도로 향했다. 글로벌 콘텐츠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쇼케이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됨에 따라, 자체적으로 '송캠프'를 연 것이다.

이들은 SXSW에서 첫 해외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세계 음악 관계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을 기회였다. 실망할 법도 하지만 최근 합정역 인근에서 만난 불고기디스코 다섯 멤버들은 "강화도에서 좋은 노래를 한가득 만들고 왔다"며 함부로 침범한 코로나19에 꺾이지 않은 예봉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보컬 이현송은 "밴드의 진정한 진가는 라이브라, 많은 분들을 직접 뵙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해요. 하지만 작년 하반기에 열심히 준비한 앨범 '파랑새'로 국내에서 첫 쇼케이스도 열었고, 첫 걸음을 시작한 만큼 계속 달려나가야 합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작년 첫 싱글 '가을이 왔어'로 데뷔한 불고기디스코는 '혜성같이' 인디 신에 등장한 팀이 아니다. 칵스의 이현송, 댐선의 김동현(기타), 향니의 이준규(베이스), 블락스의 김형균(드럼) 등 이미 인디 신에서 잔뼈가 굵은 멤버들이 뭉쳤다. 2007년부터 서로 알아온 말 그대로 '지음(知音)'들이다.

팀의 골격이 갖춰진 뒤 엔지니어인 허정욱이 가세했다. 엔지니어가 밴드 멤버로 포함되는 경우는 해외까지 포함해도 드문 사례다. 멤버들 사이에서 '마더 파더(mother fater)'로 통하는 허정욱은 밴드에서 '치트 키' 같은 존재다. 안방마님 같은 존재로 음악적인 부분을 최종적으로 다듬는 건 물론, 팀의 궂은 안살림도 도맡고 있다. 사진, 영상 작업도 그의 몫이다.

'메탈리카' '드림시어터'를 들으며 김동현과 밴드 생활을 하기도 한 허정욱은 "보석 같은 멤버들이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면서 "제가 만들고 싶은 음악과 사운드, 미디어는 멤버들 덕에 구현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첫 번째 수능에 실패한 뒤 자신이 컴퓨터와 기계에 관심이 많으며 남들을 돕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대학에서 음향을 전공했다. 멤버들하고는 안면이 있는 사이다. 녹음 스튜디오에서 일할 때 '고객'들이었다. "연주자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잖아요. 기술로만 접근하면, 부딪힐 수 있는데 뿌리는 같으니까.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하하."

[서울=뉴시스] 불고기디스코. 2020.04.10.(사진 =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불고기디스코. 2020.04.10.(사진 =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팀 이름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좋아하는 '불고기', 또 누구라도 흥겹게 만드는 '디스코'를 결합해 세계 곳곳의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그렇다고 70~80년대 풍의 디스코음악으로만 불고기디스코의 색깔을 규정하는 것은 속단이다. '춤추자' '잊은 줄 알았는데' '파랑새'를 차례로 들어본다면, 불고기디스코의 유연성은 금방 확인 가능하다.

멤버들이 음악적 자양분이 다양한 덕이다. 초등학교 때 '백 스트리트 보이즈' 'H.O.T'를 좋아하던 이현송은 본래 드럼을 치다가 '너바나'의 드러머 데이브 그롤이 '푸파이터스'에서 보컬로 활약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을 넓혀 보컬이 됐다.

메탈리카, 더 펄스를 즐겨 듣던 김동현은 DJ 토키몬스타가 전환점이 돼 미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제임스 블레이크 등도 좋아하게 됐다. 어릴 때 아버지가 라디오 DJ를 했다는 이준규는 어릴 때부터 팝 음악을 자연스레 많이 들었다. 중학교 1학년 때 필리핀 어학연수에서 미국인 친구로부터 들은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소리에 빠졌고, 비틀스와 너바나도 듣게 됐다. 최근에는 테임 임팔라에 빠져 있다.

어릴 때부터 타악에 재능이 있던 김형균도 너바나, 메탈리카, 레드제플린을 즐겨 들었다. 재즈 피아니스트 칼라 블레이의 감성도 좋아하며 라디오헤드를 빼놓을 수 없다고 했다.

허정욱은 멤버들이 뽑은 명단을 고루 짚으면서 국내 인디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를 추가했다. 이 팀과 녹음 작업을 함께 하는데, 원래 팬이었다고 한다. 한국어로 만들어진 노랫말의 아름다운 감성을 깨닫게 해준 밴드라는 것이다.

허정욱은 "이처럼 우리 팀은 사이키델릭, 록, 테크노도 할 수 있고 감성도 있죠. 다양성이 장점이에요. 무엇보다 각자의 것을 고집하지 않은 점이 더 강력하게 만들죠"라고 자신했다. 

[서울=뉴시스] 불고기디스코. 2020.04.10.(사진 = 밴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불고기디스코. 2020.04.10.(사진 = 밴드 제공) [email protected]

밴드는 음악만 같이 만드는 것이 아닌, 태도를 공유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불고기디스코를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이현송은 "각자 세상에 표출하고 싶은 간절한 것들이 있는데, 그걸 표출할 수 있도록 멤버들이 서로 서로 도와준다"고 확인했다.

오는 16일 새 싱글을 발매할 예정인 불고기디스코는 '뉴 노멀 시대의 밴드'라 부를 만하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면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음악계에도 그런 변화가 눈에 띄게 생길 조짐이다. 오프라인이 멈췄을 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현재까지는 온라인이 정답인 것처럼 보이는데 IT에 특화된 만능 엔지니어 허정욱이 멤버로 포함된 불고기디스코는 이 상황에 특화돼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지난 2월 말, 불고기디스코는 바로 유튜브 라이브를 준비해서 단기간에 고화질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이현송은 "뉴 노멀의 '사회적 판도'는 적응인데, 모든 멤버들이 깨어 있어서 빨리 성장을 할 수 있다"면서 "특히 허정욱군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동시에 라이브 공연의 현장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절대 잊지 않고 있다. "잘 만들어진 큰 화면을 이겨내야 한다"면서 "여러 플랫폼으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혼알아인 = '혼자 알기 아까운 인디 밴드'의 줄임말로, K팝 아이돌 위주 대중음악이 아닌 개성적인 인디 가수들을 톺아보는 고정 연재물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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