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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자도 투표권 행사…韓 '민주주의+방역' 시험대 오른다

등록 2020.04.1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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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본 "사전투표 어렵지만 본투표엔 참여방침"

자가격리자 5만4583명…美에선 대선 경선 연기

전문가 "일반 유권자와 분리해야"…일요일 발표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시작일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차려진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투표를 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별도의 신고 없이 사전투표 기간 동안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오늘부터 11일까지 진행된다. 2020.04.10.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시작일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차려진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투표를 하고 있다. 사전투표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별도의 신고 없이 사전투표 기간 동안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로 오늘부터 11일까지 진행된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들도 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한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방역'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 속에 전 세계 국가들이 이동을 멈춘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는 4399만명 규모 선거에 위험군인 자가격리자들의 투표권까지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목표가 성공할 경우 한국은 코로나19 광풍 속에서 민주주의와 방역을 함께 지켜낸 전세계 유일무이한 국가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올해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는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11일 이 같은 결과를 위해선 "자가격리자들의 동선을 철저하게 분리해 투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투표 어렵지만 본투표 자가격리자 투표권 보장"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들에 대해서 4월15일 본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떻게 참여를 허용하고 (투표권을) 보장할 것인지, 방역적인 조치와 안전에 대한 조치들이 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선거 관리 담당 기관들과 관계부처들의 실무적인 협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상 위험도와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10~11일 이틀간 열리는 사전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본투표에서 선거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확진 환자와 자가격리자 등을 대상으로 우편으로 선거권을 행사하는 거소투표를 허용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신고가 끝나면서 신청을 하지 못했거나 이후 확진·격리된 사람은 투표권 행사가 불투명했다.

현재 정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미리 37.5도 이상이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유권자와 그렇지 않은 유권자를 분류해 증상이 있을 경우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토록 했다.

투표권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착용한 채 다른 사람과 1m 거리를 두고 마스크는 신분 확인 때 한 번만 잠깐 내린다.

유증상자는 임시기표소에서 봉투와 함께 투표용지를 받아 한표를 행사하고 이를 참관인이 참관하는 상태에서 투표 사무원에게 전달, 투표 관리관이 투표지를 투입하게 된다. 유증상자가 투표할 때는 즉시 기표대와 기표용구 등을 집중 소독하고 임시기표소도 환기를 실시한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1층에 마련된 연동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나눠준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고 있다. 2020.04.10.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제주도의회 의원회관 1층에 마련된 연동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나눠준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하고 있다. 2020.04.10. [email protected]

◇코로나19 대유행 속 선거, 위험 떠안아야 하는 결정

이 같은 대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선거는 절대 쉽지 않은 선택이다.

9일(현지시간) 기준 확진자가 43만2596명에 달하는 미국의 경우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미 10여개 주에서 경선을 중지한 상태다. 15개 주와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가 자택 대피령에 따라 경선 일정을 연기하거나 우편투표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이번 총선에 투표권자를 18세로 확대해 이들 54만8986명을 포함, 총 4399만4247명이 참여토록 했다. 4년 전 20대 총선 당시 4210만398명보다 189만3849명 증가했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시작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달 19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한 상황에서 수많은 인구가 투표소로 향하게 된다.

게다가 자가격리자는 확진 환자의 접촉자나 코로나19 대유행을 겪는 해외에서 온 입국자들로 감염 위험이 남아 있는 상태다. 9일 오후 6시 기준으로 국내 자가 격리자는 해외 입국자 4만7015명 등 총 5만4583명에 달한다.

하루 신규 자가격리자는 5832명까지 늘어났던 이달 3일을 기해 증가 폭은 감소하기 시작, 최근 들어선 7일 2498명, 8일 2772명, 9일 2747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이달 2일 이후로 자가 격리에 들어간 유권자들은 2주가 지나지 않아 본 투표일까지 격리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한국은 자가 격리자에 대해선 집이나 시설을 잠시만 벗어나도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최대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증상 감염도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이 우려되는 자가격리자들의 참정권까지 보장하기로 한 것은 그래서 쉽지 않은 결정으로 봐야 한다.

◇"입법 공백 우려 속 '고육지책'…역량 보여줄 상징적 일정"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입법부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5월29일(20대 국회 임기 개시일 5월30일)까지인데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연기할 경우 자칫 입법부 부재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전국민 우편 투표 등은 선거 4원칙 중 비밀 선거가 지켜지는지를 알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한국의 민주주의와 방역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거란 평가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우한시를 봉쇄한 중국 정부와 달리 폭넓은 검사와 신속한 격리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대구·경북지역 상황에 대처했고 전 세계적인 입국 금지 행렬 속에서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입국 후 격리로 맞선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 자가격지자까지 참여토록 하는 결정을 하면서 외신들도 코로나19를 더이상 확산시키지 않으면서 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를 놓고 주목하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일본이 올림픽까지 연기한 상황에서 이번 21대 총선은 '우리 국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를 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 '이 상황을 관리할 만큼 정부의 역량도 강하다'라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정치 일정"이라고 평가했다.

◇"일반 유권자와 동선 분리해야"…정부 "일요일 방안 발표"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이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위기관리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0.04.09.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이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위기관리종합상황실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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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자가 격리자의 투표 참여는 일반인들과 동선을 분리하는 게 원칙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유권자 한명씩 투표를 하는 생활치료센터 확진 환자들처럼 별도 투표 방식까지 필요할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생활치료센터에서는 10~11일 진행되는 사전투표에 총 466명이 참여하고 있다. 개인 보호구를 착용한 투표 사무원과 참관인이 동행해 동선이 겹치지 않는 상태에서 선거권을 행사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없을 때, 잠복기 전염력이 없다면 그나마 나을 텐데 지금은 잠복기 전염력이 있다는 게 정설"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인과 투표소를 같이 공유하면 안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은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 직전 자가격리자들의 격리를 일시 해제한 뒤 그 시간 이후 일반 유권자와 별도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5일 본투표 때 전국에 마련되는 투표소는 총 1만4330개다. 관건은 자가격리자들이 투표소까지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김 총괄조정관은 "일반적인 유권자들과는 동선이나 시간대를 분리하고 감염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수반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회의를 거쳐 일요일인 12일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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