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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이러다 '코로나 총리' 되게 생겼다"던 정세균 취임 100일

등록 2020.04.25 12: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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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발발…석달 내내 매진

"마치 날 기다렸다는 듯 확진자 발생" 동분서주

원래 계획은 경제 총리, 통합 총리로 자리매김

100일 만에 첫 '목요대화'…코로나 이후 대비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4.24.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4.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취임 후 약 100일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줄곧 매진했던 정세균 국무총리가 서서히 코로나19 이후에 대비하고 있다.

정 총리는 매일 진행했던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주재도 주 5회로 줄이고, 각계와 소통 자리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특히 취임 전부터 제안했던 '목요대화'의 첫 삽을 떠 '협치 총리', '경제 총리'로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이러다 코로나 총리 되게 생겼다"…현실이 된 100일

'코로나 총리'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정 총리는 취임 후 임기 대부분을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매진했다. 임기 시작 6일 만인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오죽하면 정 총리 스스로 "마치 날 기다렸다는 듯 취임하자마자 확진자가 생기고, 중국 상황이 매우 나빠졌다"고 하소연했다.

초기만 해도 정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를 조기 진압하고 경제 활력 살리기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었다. 20여일간 국내 신규 확진자 추이가 다소 둔화세를 보이자 정 총리는 민생 경제 살리기도 중요하다며 주요 상권, 동네 식당 등을 찾으며 경제 활성화로 관심을 옮겼다. 마스크를 벗고 현장 방문하는 모습 등으로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약 한 달 만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정 총리는 코로나19 대응에 전력을 쏟았다. 2월19일 대구로 급히 내려가 사태를 점검했으며, 4일 뒤인 23일 중대본이 설치되자 직접 본부장을 맡았다. 국무총리가 직접 '컨트롤타워'를 맡는 건 2003년 중대본으로 지휘체계가 일원화된 후 첫 사례다.

[서울=뉴시스]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9일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대구 중구 명문약국을 방문해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현장 판매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제공) 2020.03.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9일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대구 중구 명문약국을 방문해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 현장 판매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총리실 제공) 2020.03.09. [email protected]


25일부터 약 3주간 대구에 상주하며 현장 상황, 마스크 수급, 병상 확보 문제 등을 직접 챙겼다. 해외출장 기업인을 위한 무감염 증명서 발급과 마스크 5부제 등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서울로 복귀해서도 정 총리는 매일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대응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때도 직접 카메라 앞에 서 대국민 담화로 동참을 호소했다.

◇정 총리의 야심작 '목요대화' 시작…소통·협치 실험

정 총리가 처음 구상한 총리 모델은 '경제 총리', '통합 총리'였다. 정 총리는 후보자 지명 후 첫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서도 "경제가 활력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경제 주체들이 활발하게 경제활동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제가 원래 가고자 했던 길은 경제 총리, 통합 총리였는데 잘못하다가 '코로나 총리'가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쌍용그룹에서 17년간 재직한 기업인 출신답게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포부였다. 정 총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재임 기간 한국은 수출 3000억달러 시대를 맞았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서울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1차 목요대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일상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사회자 소개에 박수 보내고 있다. 2020.04.23.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서울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1차 목요대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일상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사회자 소개에 박수 보내고 있다. 2020.04.23.  [email protected]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를 오가며 안정세를 보이자, 정 총리는 조심스럽게 코로나 이후 변화 준비에 돌입하고 있다. 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큰 변화를 맞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미리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매일 진행하던 코로나19 중대본 회의 주재도 지난 23일부로 주 5회로 줄였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정 총리 대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회의를 주재한다.

정 총리는 취임 전부터 구상했던 '목요대화'로 코로나19 이후 준비를 시작했다. 목요대화는 스웨덴 '목요클럽'에서 착상한 대화 모델로, 정기적으로 정당 및 각계각층 대표들을 만나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다.

타게 아렐란데르 전 스웨덴 총리가 목요클럽을 통해 정기적으로 경영계, 노동계 등 인사들을 만나 소통과 협치를 끌어낸 사례를 벤치마킹 한 것이다. 정 총리 스스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위원회 1기 위원과 2기 간사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을 살렸다.

지난 23일 정 총리는 제1차 목요대화를 열었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일상 준비'를 주제로 시작하는 릴레이 정책간담회 첫 시간이었다. 자리에는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등 석학과 전문가 및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데이비드 피스만(David Fisman) 토론토대 방역학 교수도 영상으로 발제에 나섰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서울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1차 목요대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일상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4.23.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서울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1차 목요대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일상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0.04.23.  [email protected]


정 총리는 코로나 사태 이후 대비할 사항 등을 직접 질문하며 적극 논의에 나섰다. 페이스북을 통해 간담회를 생중계 해 시청자들로부터 질의를 받는 창구도 마련했다.

정 총리는 "정부와 사회 각 분야 전문가, 국민 모두가 연대와 협력으로 마음과 지혜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목요대화를 통해 코로나 이후 맞을 변화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첫 2회는 총론으로, 이후 4주는 4개 분야별 논의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사회적 이슈나 현안 관련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목요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대미문의 팬데믹 속에서 정 총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소통의 장이 사회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협치와 통합의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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