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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세계적 감염병 이후 사회변화

등록 2020.04.24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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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계와 우리사회는 어떤 변화를 겪을 수 있을까. 코로나19처럼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유행하면 다양한 사회적 변화가 벌어진다. 지금의 코로나19를 세계적 격변의 단초라고 보기엔 아직 무리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전염병과 사회변화는 마치 바통을 이어받듯 연이어 일어난다. 

유스티니아누스 동로마 제국의 몰락의 단초는 페스트였고(541년경),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도 발진티푸스 때문이었다(1812년). 세계적 불황을 야기한 스페인 독감(1918년)도 있다. 

필자는 국회미래연구원 김유빈 박사와 함께 21세기 초부터 인류가 겪은 세계적 감염병 이후 어떤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는지 문헌을 통해 살펴보기로 했다. 2002년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발생한 사스, 2009년 미국에서 발생해 세계로 확산된 신종플루(H1N1),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해 2015년 한국에서 유행한 메르스, 그리고 2019년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등 네 번의 감염병을 기점으로 그 이후 벌어진 사회변화를 추적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Scopus DB를 주로 참조하고, 코로나19의 경우 문헌 데이터가 부족해 Web of Science DB와 유튜브를 활용했다.

260여개의 문헌 요약문과 유튜브 390여개의 제목 텍스트를 수집해 토픽모델링과 중심성 분석을 한 결과 우리는 흥미로운 점 2가지를 발견했다. 하나는 시기를 막론하고 늘 등장하는 사회적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제적 충격, 환경파괴, 국제기구의 역할, 심리적 공포, 신속한 정부의 대응 등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거론되었다.

경제는 세계적 감염병이 유행하면 직격탄을 맞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사정에 따라 사업장 폐쇄가 벌어지면 기업이나 소상공인은 매출에 탁격을 입는다. 이동을 억제하면서 교통, 여행산업, 호텔 비즈니스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위해 긴급 재정을 투입하거나 금리를 인하해 이들이 받는 고통을 덜어주려고 노력한다.

환경파괴라는 키워드도 자주 등장한다. 감염병의 발생 원인으로 환경파괴가 지목되기 때문이다. Jones et al(2008)의 연구를 보면 1940년부터 2004년까지 전세계에 보고된 감염병 335건 중 60%가 동물에서 유래된 인수공통전염병이었다. 이중 71.9%는 야생동물에서 옮겨온 것이어서 도시화의 확대로 이들의 서식지를 파괴했기 때문이었다.

환경과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현상은 환경오염이 심한 곳에서 감염병 사상자가 많다는 점이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 멕시코에서 사망자가 많았는데 높은 오존 수치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Kesic et al., 2012).

심리적 공포도 주목해야 할 사회변화다. 세계적인 전염병은 다른 전염병과 달리 확산의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도 높아 사회적으로 심리적 공포가 확산된다. 지금은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줄어드는 것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사태가 서서히 진정되면 다른 상황이 주목받을 것이다.

환자들을 돌봤던 의료진, 사회봉사자, 공공보건 종사자들의 심리적 불안정성이다. 타이완의 한 연구자는 사스 때 환자들을 돌봤던 공공보건의료 노동자들을 면접한 결과 10명 중에 2명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발견했다. 감염됐지만 회복된 사람들도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들을 위한 심리안정 프로그램이 절실함을 기존 사례를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시기를 막론하고 늘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를 이야기했는데 우리는 최근 들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사회변화 이슈도 주목했다. 공공의 안전과 개인 자유의 갈등, 생물감시체계의 등장, 비접촉 커뮤니케이션의 확산, 시민들의 온라인 정치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이슈들은 이전 사례에서는 적게 경험하거나 경험한 바 없는 이슈여서 향후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 것인지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의 안전과 개인 자유의 갈등은 향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거나 새로운 감염병이 등장할 때 심각한 이슈로 등장할 것이다.

공공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어느 정도까지 제약되어야 하는지 아직 우리는 합의한 바가 없다. 우리나라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련법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자유의 제약을 참고 있지만,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개인별로 어느 정도의 제약이 부과되는 것이 적정한지는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생물감시체계의 등장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증가에 따른 대응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간과 동식물의 건강에 위협이 되는 모든 요소를 관찰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는 것인데 향후 전례 없는 빅브라더의 세계가 예상된다. 인공자연과 천연자연 모두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상징후를 발견하겠다는 목적이 자칫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체계로 확대될 수 있다. 또한 무엇을 이상징후라고 해야 하는지 정의하기도 애매해 시민들이 평소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함께 애매해진다. 눈치만 보게 되는 일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문제라고 인식하는 순간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꼭 답이 없더라도 문제라고 인식하면 대응방법을 찾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다면, 문제가 터졌을 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전례가 없어 인과여부나 상관관계를 따지지 못할 지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사회적 의제로 논의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일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코로나19 이후 사회변화를 예측하려는 목적이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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